패스트트랙 후폭풍

패스트트랙 후폭풍이 바른미래당에 무섭게 불어닥치고 있다. 큰 산은 넘었지만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정면돌파에 유승민계와 안철수계가 모두 반발하는 등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이미 ‘한지붕 두가족’이라는 얘기까지 공공연하게 흘러나오고 있다. 손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는 최근 당내 바른정당계 및 일부 안철수계의 사퇴요구를 일축하면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커지고 있는 바른미래당의 ‘불협화음’을 전망해 봤다.

 

바른미래당 지도부의 대응에 또 다시 당내 반발이 커지고 있다.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그간 공석이던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하는 등 당무 정상화를 꾀하자 당무 거부 중인 최고위원 4인은 "원천무효"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아예 국회에서 따로 회동을 갖고 논의하는 자리를 가지기도 했다.

손 대표는 이와 관련 "주승용 국회부의장과 문병호 현 바른미래당 인천시당위원장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한다"고 정면돌파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는 “최고위원 3분이 회의에 참여하지 않으신 것이 한 달이 다되고 당무가 전반적으로 정지돼 있는 상황에서 당무집행을 정상화해야겠기에 지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또 당무를 거부하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한 최고위원들을 향해 "당의 화합을 방해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는 결코 당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당무에 복귀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김관영 원내대표도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패스트트랙 과정에서 당내 갈등이 있었고 여러 의원에게 상처를 드렸다고 하면 그 부분에 관해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하고 계속 풀어나가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반발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당사자들인 하태경 이준석 권은희 김수민 최고위원은 손 대표의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에 대해 "원천무효"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공동입장문을 통해 “손 대표의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은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시 최고위원회에 협의하도록 되어있는 당헌 제23조 4항을 위반한 것으로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더구나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을 위한 최고위원회는 회의 정족수조차 미달한 상황에서 개최되었기 때문에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자체는 성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당이 침몰하고 있다’

당장 내년 총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불거진 당내 파열음은 향후 정계개편 논의에서도 커다란 영향력을 미칠 전망이다.

반발하고 있는 4명의 최고위원들은 손 대표를 겨냥하며 “당헌당규를 심각하게 위반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을 즉각 철회하고 당내 화합과 민주주의 회복에 노력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계인 오신환 사무총장은 유승민 의원을 비롯 하태경, 이준석 최고위원, 유의동· 지상욱 의원 등과 회동을 한 뒤 김 원내대표의 정치적 책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오 사무총장은 “김 원내대표는 신뢰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바른미래당 내 분열은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권파와 바른정당계, 국민의당계 일부의 대결로 모아진다. 4·3 보궐선거 참패 책임론,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파열음 속에서 갈등은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정치권에선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정면돌파를 선택한 데에는 ‘당이 깨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손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고 이는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적지 않게 반영됐다는 평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내년 총선에서 바른미래당이 활로를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손 대표의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제3의 길을 주장해온 손 대표는 ‘당의 화합’을 강조하며 반대파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반대파들은 지도부 동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당 대표가 당헌당규를 위반하면서 사퇴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며 "최고위원 지명 무효소송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서도 “최고위가 성립도 안 된 상태에서 이게 무슨 추태냐. 손학규의 민주주의는 거짓말과 꼼수"라며 "손 대표가 당 대표 놀이에 취해 당은 침몰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손 대표의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이 '당무 정상화'로 이어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이 합류한다 해도 의결 정족수인 5명을 채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지명직 최고위원 갈등은 다음달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의 전초전 성격을 갖고 있기도 하다. 손 대표 지도부를 이끌던 김 원내대표의 임기는 다음달 25일 끝난다.

정치권에선 손 대표와 호남계, 바른정당계의 당권경쟁 속에서 안철수계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지붕 두가족’이 된 바른미래당이 향후 정국에서 어떤 해결책을 찾아나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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