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지음/ 김영사

 

‘다함이 없는 보물’ 같은 한문학 문헌들에 담긴 전통의 가치와 멋을 현대의 언어로 되살려온 고전학자 정민 교수. 방대한 자료를 분류해 난해와 고리함을 지워내고 다양한 주제로 변주하여 대중과 소통해온 그가 그동안의 연구와 삶을 정리하는 산문집을 선보인다. 정민 교수의 대표 산문 컬렉션 '체수유병집-글밭의 이삭줍기'와 '사람을 읽고 책과 만나다'이다. 때론 학자이자 스승으로서, 때론 제자이자 아버지로서의 따뜻한 시선과, 살아 영동하는 특유의 필치가 녹아든 정민 산문의 정수! 나른하던 일상에 생기가 차오르고 마음이 맑아지는 정채로운 글 모음이다.

체수(滯穗)는 낙수, 유병(遺秉)은 논바닥에 남은 벼이삭이다. 나락줍기의 뜻이다. 추수 끝난 들판에서 여기저기 떨어진 볏단과 흘린 이삭을 줍듯, 수십 권의 책을 펴내면서 그동안 미처 담지 못하고 아껴두었던 이야기 50편을 모아 한 권으로 엮었다. 이 책은 정민 교수가 보낸 지난 시간들에 관한 살아 있는 증언이다. “한 편의 글마다 그 시절의 표정과 한때의 생각이 담겨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학자로서의 연구와 경험, 철학 등 다양한 삶의 흔적들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기성의 전복이자 일상을 해체하는 독서에 관한 즐거움부터 정민 교수의 큰 스승 연암과 다산 두 지성에 관한 이야기, 질문의 경로를 바꿔야 비소로 열릴 인문학적 통찰에 관한 제언까지. 정민 교수의 다채롭고 풍성한 글밭에서 가려 뽑은 빛나는 사유의 정수를 만난다.

정민 교수가 30여 년간 학문의 길을 걷는 동안 삶의 길잡이가 되어준 사람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만 서른이라는 나이에 교수로 임용된 이후부터 이순의 문턱에 들어선 지금까지 마주한 잊고 싶지 않은, 잊어서는 안 될 순간들의 기록이다. 이덕무ㆍ박제가ㆍ유만주 등 학자들의 질박하고 꾸밈없는 삶, 정민 교수가 한문학자의 길을 걸으며 만난 스승 이기석ㆍ김도련 선생님과의 일화, 엄정하고 치밀한 기록정신을 보여주는 율곡 이이의 '석담일기',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자기만의 꽃을 피워낸 황대권의 '야생초 편지'까지. 무수한 시절이 빚어낸 삶의 여러 단면들을 다채롭고 입체적으로 그려낸, 섬세하면서도 간명한 통찰을 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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