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회 지음/ 비채

 

문학과 삶, 역사와 이야기, 정치와 일상은 서로 다른 듯 보인다. 그러나 사유의 지평을 넓혀보면 문학은 삶을 담는 그릇이며, 역사는 이야기로 남고, 정치는 우리의 일상이 된다. 경희대학교 교수를 지냈으며 문학평론가를 비롯해 국내외에서 전방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종회의 신작 산문집 '삶과 문학의 경계를 걷다'는 이처럼 맞닿아 있는 문학과 삶의 경계를 느린 걸음으로 산책하듯 돌아본다. 국내 문인들의 이야기는 물론, 해외동포문학과 북한문학, 번역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 정치와 역사까지 아우르는 55꼭지의 수필이 알차게 담겼다. 작가의 시선은 때로는 깊고 때로는 넓으며, 그의 목소리는 담백하면서도 날카롭고, 따뜻하지만 힘있다.

모두 다섯 장, 55꼭지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제목 그대로 삶과 문학의 경계를 넘나든다. 우리 삶에 가장 가까운 문학 ‘디카시(디지털카메라와 시(詩)의 합성어)’부터 우리 문학의 경계를 넓혀가는 재외국민 문학과 번역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 북한문학을 두루두루 살핀다.

제1장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평’에서는 문화에 대한 이해가 그 정부 수준의 척도임을 역설하며 해외 문학과의 연대, 번역문학으로서의 한국문학의 가능성 등을 논한다. 제2장 ‘책 읽는 나라, 책 읽는 국민’에서는 독서의 의의를 설파하며 저자 자신의 독서 경험과 다시 돌아보는 문인들의 향토문학을 다루었다. 제3장 ‘삶의 경륜, 문학의 원숙성’에서는 ‘디아스포라 문학’으로 불리는 이민자 문학을 둘러보고 비평가인 이원설 박사, ‘국민 사극작가’로 불리는 초당 신봉승 선생 등 작고 문인의 업적을 기리며 보다 깊어지고 넓어진 시선을 보여준다. 제4장 ‘건전한 상식의 강인한 힘’에서는 사회 현상과 정치로 눈을 돌린다. 강대국 사이에 ‘끼인’ 약소국의 지혜로운 길을 보여준 스위스와 베트남의 예, 약속을 지킨 조선의 판서 박서와 영국의 사업가 쉐프츠베리 경의 일화, 한진상사를 세운 조중훈 회장의 이야기는 읽는 재미를 선사하면서도 오늘날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5장 ‘난국 앞의 지혜로운 리더’에서는 낮은 곳으로 임한 예수의 이야기와 광복 70년의 역사적 의미,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다루며 보다 과감한 역사 인식을 보여준다. 결국 문화와 문학은 삶에 기반하며 후세는 우리가 남긴 문화를 통해 지금을 바라볼 것이다. 담백하고 담담한 저자의 글을 꼭꼭 씹어 읽게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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