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영화 톺아보기] ‘폴라 익스프레스’(2004년)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 포스터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 포스터

순수한 어린 시절 굳게 믿고 있던 무언가가 하나쯤 있었나. 귀신, 도깨비, 산타, 유령, 요정 등. 나이를 먹을수록 그런 순수함은 사라져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적(?) 존재들 또한 마음속에서 사라져갔다. 대부분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의 시선과 상상력에서 펼쳐질 법한 스토리를 그린다. 마치 현실에 있을 법하게. 그래서인지 애니메이션을 즐겨본다. 현실에 부딪혔을 때 나만의 도피 방법이랄까. 잠시나마 순수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현실을 잊곤 한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폴라 익스프레스’(2004년 개봉)다. 대부분 크리스마스 산타의 존재를 믿고, 또 의심했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다 커버린 지금은 산타는 무슨 크리스마스는 공휴일이라고 넘겨버리게 됐다. 이 영화를 보고난 뒤론 크리스마스 산타의 존재를 다시 한 번 믿어보고 싶어졌다.

눈 오는 크리스마스이브. 한 소년이 잠에서 깨어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바로 산타의 썰매소리. '과연 내가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점점 성장을 하며 산타의 존재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자정을 5분 남겨둔 시각. 갑자기 창밖으로 들리는 굉음. 소년은 화들짝 놀라 밖을 내다본다. 눈 앞에 펼쳐진 건 마치 꿈같은 광경. 검은색 기차가 거친 엔진소리를 내뿜으며 그의 집 앞에 멈춰서있다. 소년은 잠옷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뛰어나간다. 기차의 차장은 소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말을 건넨다. “탈거니?” 이 기차는 바로 산타가 있는 곳 북극으로 가는 열차인 것이다. 망설이던 소년은 북극행 열차 ‘폴라 익스프레스’에 오른다. 기차는 마치 마법과도 같은 공간이었다. 잠옷차림의 많은 아이들이 소년과 같이 올라 타 있었고 그들은 모두 산타를 만나러 가게 된다. 그 여행길에서 소년은 인생의 놀라운 신비를 발견하며 차츰 자아를 찾게 된다.

산타의 존재를 믿는 사람에게만 산타의 종소리가 들린다고 나온다. 어릴 적엔 의심 하나 없이 순수하게 믿고 상상했다. 하지만 커가며 상상은 점점 현실과 부딪혀 지고 말았다. 영화의 주인공인 소년도 그렇다. 북극에 도착한 아이들은 모두 아름다운 산타의 종소리가 들렸지만 그에겐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의심을 버리고 굳게 믿고 나니 드디어 아름다운 종소리가 들렸다. 그 후로도 그는 성인이 돼서도 산타의 존재를 굳게 믿기에 종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성인이 돼서도 가슴 한 편에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 스틸컷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 스틸컷

현실에서 우린 그런 순수함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철이 안 들었다고 판단한다. 또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한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이상하게 보이는 사회가 됐다. 요즘 아이들에게서도 순수함을 찾아보기란 어렵다. 사회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더 넓고 순수한 상상을 하는 것보다 더 빨리 현실에 부딪히길 권유한다. 놀이터에서 뛰어놀아야할 아이들은 책상 앞에 앉아있다. 동화책을 읽고 낙서하듯 그림을 그려야 될 아이들은 문제집과 핸드폰만 보고 있다.

영화는 마치 어린 시절 그린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삐뚤빼뚤 내 멋대로 선을 긋고 색칠했지만 그 시절 어린 자신의 상상력과 순수함이 엿보인다. 그러면서 생각이 든다. 지금 나는 왜 이렇게 현실에만 부딪혀 사는 것일까. 조금만 순수했더라면, 조금만 더 상상한다면 행복해지지 않을까. 아이들이 본다면 더 넓은 꿈을 꿈꿀 수 있는 영화, 어른들이 본다면 잃어버린 순수함을 다시 찾아보게 되는 영화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