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가족 고향 땅 ‘방문 상봉’...정부가 꼬인 실타래 풀어야”
“실향가족 고향 땅 ‘방문 상봉’...정부가 꼬인 실타래 풀어야”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9.05.1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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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평화의 길’ 이사장 명진스님-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평화의 길’ 이사장 명진스님
‘평화의 길’ 이사장 명진스님

- 여전히 개성공단 재개가 공전 중이다.

▲ 지금 남북관계가 어렵더라도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길게 봐야 한다. 개성공단도 조만간 열리리라 보는데, 날짜를 언제라고 못 박기는 어렵다. 문재인 정부도 UN의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꼬인 남북관계 실타래를 빨리 풀어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문제도 꼭 판문점에서만 하지 말고 북쪽에 고향을 둔 실향민 가족을 3명 또는 5명, 많으면 10명 안쪽으로 해서 이북 땅을 직접 방문할 수 있도록 협의해도 좋을 것 같다. 실향민들은 대부분 고령이다. 언제 세상을 등질지 모른다. 그래서 생전에 마지막으로 고향산천을 보고 어릴 적 살던 흙냄새를 맡게 하는 거다. 여기에 KBS-MBC가 생방송을 해주면 세계적 빅뉴스 감이다. 세계 사람들이 강대국에 의해 70여 년간 분단된 한반도의 고통과 헤어진 가족들과 상봉하는 장면을 보게 되면, 미국도 세계 여론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하지 못한다.

 

- 북한의 승인이 절대적이다.

▲ 북한은 지금 경제문제가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여기서 남한 사회지도층과 민간단체들이 분단된 우리민족 문제를 미국에 이렇게까지 기대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사회적으로 공론화 해야한다. 외세에 기댈 것 없다. 남북화해만이 답이다. 그렇게 해서 개성공단이 열리면 1일관광도 할 수 있다. 개성은 서울에서 불과 60km다. 거기서 점심 먹고 돌아오는데 큰돈도 안 든다. 개성에서 음식 사먹는 게 불편하다면 도시락 싸 가면 된다. 관광활성화도 기대해 볼만하다. 그런 프로그램을 북쪽과 협의하면 북쪽도 흔쾌히 승인하리라 본다.

 

- 김 위원장이 ‘푸틴’을 만났다. 배경을 무엇이라 분석하나.

▲ 북미관계가 틀어지면서 러시아 푸틴을 통해 미국에 간접압력을 줄 ‘쿠션효과’를 보려는 것 같다. 강력한 미국제재 때문에 북한은 산업용 기름이 절실하다. 북한과 러시아는 이미 송유관을 이은 것으로 보이는데, 송유관으로 원유를 보내면 얼마나 흘러가는지 아무도 모른다. 언젠가는 이 송유관이 남쪽과 연결될 날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에서 걸림돌이 일본이다. 일본은 북미관계에서 ‘막후’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 일본은 과거에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이긴 승전국이다. 태평양전쟁에서만 미국에게 패배했다. 그런 나라가 지금 미국 ‘푸들’이 됐다. 근세사 100년 속에서 중국, 러시아, 미국과 전쟁한 나라가 일본이다. 전쟁 노하우가 많다. 지금이라도 3개월이면 항공모함을 만들 수 있다.

 

- 일본의 야심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 언제까지 일본이 미국의 푸들노릇을 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나 문화로 보나 미국 똘마니로 남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은 지진과 태풍 등 지정학적 기반환경이 좋지 않다. 그래서 항상 대륙으로 나가고 싶어 한다. 대륙진출 DNA가 지금도 끝이 없다. 그렇다고 옛날처럼 임진왜란이나 일제강점기 때처럼 무력을 통해 진출할 수도 없다. 구한 말 조선상황도 아니고 현 국제정세도 그렇다. 그래도 일본은 대륙진출을 꿈꾸고 있다. 대륙으로 붙어야 미래가 있는데 쉽지가 않다. 결국 육로연결을 원한다.

 

- 육로 연결이라면 무엇을 뜻하나.

▲ 일본은 이전부터 ‘부산-시모노세끼’항을 연결할 해저터널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공사는 어렵지 않다. 물론 한국 내에서 거센 반대가 있겠지만, 결국 이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미-일 삼각공조 때문에 미국의 압력이 들어오게 되면 열 수밖에 없다. 물론 군사적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다. 서로 경제적으로 윈윈하고 돕고 살자는 거다. 일본이 해저터널을 뚫겠다면 모든 자본을 대고, 한반도를 지날 때 통행료를 챙기면 된다. 비행기나 배로 오가는 것은 시간이 너무 걸린다. 한계가 있다. 일본이 해저터널을 통해 대륙철도가 뚫리면 부산을 지나 서울-신의주-중국대륙-러시아-유럽으로 갈 수 있다. 일본으로서는 현대판 실크로드다.

 

- 미국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 일본도 이제 경제적 한계가 왔다. 유라시아 대륙철도가 뚫리면 세계정세도 일거에 바뀔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이 좋아할 리 없다. 미국은 일본이 있어줘야 한반도 동북아에서 헤게모니를 쥘 수 있다. 섬나라 일본은 경제력 등 영향력이 세계 5위권이다. 태평양을 중심으로 번영한 태생적 해양국가인 일본이 대륙에 붙게 되면, 미국으로서는 일본이 하나의 거대한 섬이 된다. 이것이 두려운 거다.

 

- 일본에겐 북한도 장애물이다.

▲ 그렇다. 북한문제는 일본의 큰 숙제다. 일본은 북쪽과 지금도 암암리에 만나고 있다. 하노이 회담에서도 몰래 만났다. 미국에게 들켜 혼 줄 나기도 했다. 일본이 북쪽과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해저터널과 대륙진출 야망의 속셈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 하노이 북미회담장 뒤에서 장난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물밑으로 북측과 접촉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사인을 보내고 있다. 국내정세나 남북관계를 단순히 북미-남북관계로만 봐서는 전체를 볼 수 없다. 동북아 전체와 국제정세까지 같이 봐야 한다. 향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잘 풀리면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다. 남북관계가 잘 풀리면 저도 좋게 풀린다(웃음). 그동안 북쪽과 여러 가지 해 놓은 일이 있기 때문에 그게 풀리면 저의 활동범위가 더 넓어진다.

 

- 요즘은 국내 정치도 문제다. 여야가 선거개혁안을 놓고 골육상쟁 싸움을 벌이면서 ‘동물국회’ 지탄을 받았다. 여당도 문제가 있지만, 특히 제1야당이 극렬하게 나온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자유한국당(한국당)이 지난번 국회의원 공천 당시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전반적으로 주도했다. 유승민 의원도 공천을 못 받았다. 현재도 한국당은 박근혜 아류의 정당이다. 그 사람들은 지적수준이나 판단력, 지혜가 너무 없다. 한국당은 ‘태극기’ 또는 박정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표를 30% 갖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정권창출은 못한다. 지금 노선을 간다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에도 좌파니 뭐니 난리가 난 적이 있었는데, 제가 ‘페이스 북’에 황교안 대표에게 ‘그렇게 좌파가 싫고 우파가 싫으면, 좌측 팔도 자르고 오른 쪽 팔도 잘라라, 좌변기에도 앉지 마라’했다.(웃음) 댓글과 함께 ‘좋아요’가 지금 1000개 정도 올라와 있다. 댓글도 기상천외하다. ‘남가좌동으로 가지 말고 북가좌동으로 가라’ 등 기발한 글들이 많다.

 

- 박근혜 ‘보석청원’, 법원이 기각했다. 여권이 부담을 느꼈다고 생각하는지.

▲ 큰 부담이 될 거다. 가택연금 된 이명박은 아주 사악한 사람이고, 박근혜는 상황판단을 못하는 것 같다. 최순실에게 휘둘렸음에도 아버지가 경제를 발전시켰다느니 하는 ‘박근혜 신드롬’이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해 준 것을 생각 못한다. ‘공천장사’를 통해 돈을 긁어모았다. 이명박도 그런 짓은 하지 않았다. 고집도 세다. 일반국민들은 박근혜를 불쌍한 사람으로 자칫 오인할 가능성도 많다. 박근혜가 나오려면 지금은 아니다. 내년 총선 이후다. 밖에 나오면 마치 여왕벌처럼 군림하면서 벌떼처럼 몰리는 사람들로 뚱땅거리고 돌아다닐게 뻔하다. 그러면 여권에게 내년 총선이 부담된다. 현 정부가 부담을 느꼈기 때문에 감옥에 계속 가둬두려 한다. 건강도 좋다는데 책이나 한권 넣어 줄까 생각하고 있다(웃음).

 

- 여당 지지율이 계속 하락세다.

▲ 경제 때문이다. 지금 경제문제는 어떤 사람이 손을 대도 회복하기 어렵다. 세계경제와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수출도 어렵다. 하락세로 가는 틀이 어쩔 수 없이 딱 짜여 있다. 여기에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도 부작용이 컸다. 경제호황기 때 추진했다면 지지율도 크게 올랐을 것이다. 경제가 내리막길 상황에서 과도하게 밀어 붙인 게 화근이 됐다. 소득주도성장도 경제기반이 탄탄해야하는데 소비할 사람은 한정 돼 있다. 그런 여력으로 수출도 하는 것 아닌가. 젊은이들은 전부 실업자이고 삼포세대다. 내수가 안돌아 가는데 어떻게 하겠나.

 

- 중국의 경제엔진도 식어가고 있는데.

▲ 이제 중국이 웬만한 고급기술은 거의 다 따라 잡았다. 진짜 핵심기술은 미국, 일본, 서독 등이 갖고 있고, 우리는 그 틈바구니에 있다. 한국은 누가 대통령이 되도 깜깜하다. 이번에 국민들이 하나로 잘 뭉쳐서 경제를 풀어가는 수밖에 없다. 남한은 지하자원도 없고 석유 한 방울도 안 나온다. 농토도 좁다.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해 온 것은 참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더 이상 길이 없다. 한 가지 길은 남북관계를 잘 풀면 된다. 이것 이외에 대한민국은 살 길이 없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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