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일 지음/ 달

 

'오늘의 메뉴'를 보고 우리는 기다리던 계절이 왔음을 느낀다. 알맞은 때가 되어 그 메뉴가 식탁에 올라왔다는 뜻이기도 하고, 음식에도 때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에겐 계절마다 맛있는 음식이 있고, 우리는 때마다 제철 음식을 몸으로 찾고 마음으로 찾는다.

산지 사람들에게 불가피한, 시장에서 빛을 발하는 "제철"이라는 개념이 전국적으로 유행이다. 온갖 매체에서 제철 음식의 맛을 설파하기 때문이다. 그때에 먹지 않으면 난리가 날 듯 많은 매체는 사람들을 몰아치고 있다. 봄이면 나물을 뜯어 어울리는 요리를 하고, 무더위엔 삼계탕과 같은 보양음식을 찾고, 한겨울이면 횟집에서 방어를 고르곤 한다. 봄에 주말이면 주꾸미를 찾는 사람들로 서해안으로 가는 길은 인산인해다. 더불어 알 품은 주꾸미를 남획해서 어황이 나빠졌다는 공박과, 오래전부터 이어오던 관습이고 어민들도 먹고살아야 하는데 무슨 소리냐는 반박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우리는 "제철" 음식을 찾는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박찬일 셰프 역시 이 책 '오늘의 메뉴는 제철 음식입니다'를 통해 "제철"을 이야기한다. 제철을 무시하고 음식이 제 얼굴을 지니기 어려운 까닭이다. 첨단의 요리 기술과 보존 능력에도 거스를 수 없는, 제철이 지닌 위력이 있다.

이 책에서 박찬일 셰프는 봄날의 미더덕, 멍게, 산나물, 여름날의 가지, 민어, 전복, 가을날의 포도, 메밀, 낙지, 겨울날의 딸기, 굴, 방어, 홍어 등 총 27가지 식재료를 깊이 살펴보았다. 식재료가 나는 현장에 그가 직접 가서 묻고 듣고 취재한 결과물이다. 그의 요리 지식과 더불어 발로 뛰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현지의 지식과 사연들이 있다.
세부적으로 식재료마다 어느 달에 가장 살을 찌우는지, 어떤 방법으로 절정을 맛볼 수 있는지를 재배 과정, 산지의 환경, 보관 방법 등을 통해 풀어놓았다. 흔히 알려진 제철시기와 다소 차이를 보이는 재료들도 있다. 대표적이고 유명한 요리보다는 빼놓으면 정말 아쉬울 "별미"가 따로 있다. 기타 많은 정보들을 묶어 봄날부터 겨울날까지 굵직하게 사계절 맛의 흐름으로 구성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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