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기획] 복지국가 스웨덴에서 살아보기 / 이석원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두고 있는 반부패운동 NGO인 국제투명성기구(TI. Transparence International)의 2018년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에서 스웨덴은 핀란드 스위스 싱가포르와 함께 공동 3위다.

덴마크와 뉴질랜드가 1위와 2위인 가운데 노르웨이는 7위, 일본은 공동 18위, 미국은 22위였으며, 아직은 아쉬움이 많게도 한국은 중동 아프리카의 카보베르테, 중남미 도미니카와 함께 공동 45위에 머물고 있다. 중국은 87위, 북한은 세계 최하위권인 176위다.

스웨덴은 2017년에 6위였고, 대체로 1995년 이후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즉, 스웨덴은 전반적으로 정부나 정부 기구의 투명성이 높고, 부패 정도가 낮은 대표적인 나라다.

 

스웨덴 국회의사당 전경. 스웨덴 국회의원은 특권없기로 세계에서도 유명하다. (사진 = 이석원)
스웨덴 국회의사당 전경. 스웨덴 국회의원은 특권없기로 세계에서도 유명하다. (사진=이석원)

이는 스웨덴 시민들이 느끼는 것도 다르지 않다. 스웨덴에서 국가 기관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를 조사해보면 국회와 국세청, 경찰 등은 가장 높은 신뢰도를 보이고 있다. 전체 기관에 대한 신뢰도에서도 국회는 오히려 학교나 언론 보다 순위가 높고, 일반 직업군에서도 국회의원은 상위권의 신뢰도를 자랑한다.

완전 비례대표제로 뽑힌 349명의 스웨덴 국회의원은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카페나 빵집에서 산 커피 포함 80크로나(약 1만원. 스웨덴의 평균 점심 가격은 150크로나 수준) 짜리 샐러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기로 유명하다.

개인에게 속한 보좌관은 단 한 명도 없이 연간 1인 당 약 80개의 법안을 발의하고, 연중 개회하는 국회에 매일 출석한다. 개인적인 이유로 국회의원직을 잠시 수행할 수 없을 경우, 의원직을 휴직한 채 급여(우리의 세비)는 중지되고, 비례대표 다음 순번이 그 기간 동안 국회의원직을 수행한다.

‘회사에 다니는 것이 가장 행복한 나라’ 스웨덴에서 급여 생활자 중 가장 힘든 직업이 국회의원이다. 야근이니 특근이니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스웨덴에서 거의 유일하게 야근과 특근이 이어지는 직업이고, 가장 긴 노동 시간이 주어지며, 그래서 거의 모든 스웨덴 사람들은 국회의원을 감히 ‘3D 업종의 대표’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최근 스웨덴 젊은 층 사이에서는 국회의원에 대한 특권과 높은 급여에 불만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회의원에 대한 급여를 더 합리적으로 줄여야 하고, 특권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이다.

그렇다면 스웨덴 국회의원들은 얼마의 급여를 받고, 또 어떤 특권을 누릴까?

최근 스웨덴 일간지 다겐스 뉘헤테르(Dagens Nyheter)와 스웨덴 의회인 릭그다겐(Riksdagen) 행정 부처에 따르면, 2017년을 기준으로 국회의원의 월급은 6만6900크로나(약 830만원. 이하 세전 금액)이다. 각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여기서 20%를 더 받고, 부위원장은 15%를 더 받는다.

 

스웨덴 시민 중 일부는 그래도 국회의원들의 특권이 많고, 월급이 높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스웨덴 전통 명절 하지 축제의 모습. (사진 = 이석원)
스웨덴 시민 중 일부는 그래도 국회의원들의 특권이 많고, 월급이 높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스웨덴 전통 명절 하지 축제의 모습. (사진=이석원)

내각책임제이기 때문에 국회의원 중 총리도 나오고, 내각의 장관들도 나오는데, 이들의 월급은 일반 국회의원보다 훨씬 많다.

내각 수반인 총리는 17만2000크로나(약 2139만원)이고, 장관들은 13만2000크로나(약 1430만원)이다. 국회의원 신분이 아니더라도 각 공공 기관장들도 10만크로나(약 124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으니 국회의원보다는 훨씬 많다.

스웨덴의 1인당 국민소득(GNI)이 약 55만 7000크로나(약 5만 8000달러. 6900만원) 수준이니 월급으로는 4만6200크로나(약 572만원). 국회의원 월급이 약 30% 정도 높다.

국회의원들에게 주어지는 특혜도 있다.

스톡홀름 의사당이 집에서 50km 이상 떨어진 경우, 임기 동안 의회에서 시내 중심지에 숙소를 제공한다. 물론 크고 호화로운 집은 꿈도 꿀 수 없다. 대개 의사당과 가까운 감라스탄의 낡고 오래된 아파트인데, 거실을 포함한 방이 2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굳이 집에서 출퇴근한다면 주거보조비로 최대 8600크로나(약 110만원)가 주어지고, 대중교통이 아닌 승용차로 출퇴근할 경우 도로교통 통행료도 면제받는다.

국회의원은 공무 출장 때 1등석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비행기 퍼스트석은 불가하고 합당한 이유가 소명되지 않았을 때 비즈니스석은 이코노미석과의 차액에 대해서 자비 충당이 원칙이다. 이코노미석에 한해서는 의회에서 부담한다.

거의 혼자서 근무하는 의사당 내 집무실에는 사무용 컴퓨터 외에도 업무용 노트북과 태블릿, 그리고 스마트폰도 지급된다. 물론 의원에서 물러나면 모두 반납이다.

국회의원 임기를 마쳤을 때는 재임시 월급의 85%를 1년 간 매월 지급받는다.

물론 이밖에도 크고 작은 특권과 특혜가 있지만, 가장 대표적이면서 일부 시민들에게 반감을 사고 있는 특혜와 특권은 이 정도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부 시민들은 국회의원이 일반 직장인에 비해 높은 월급을 받는 것이나 특혜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다. 업무의 종류가 가를 분 결국 자기 일을 하는데, 그것이 다만 국가의 일이라는 이유로 다른 대우를 받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실제 국회의원 중에서도 젊은 층에서는 현재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너무 많다는데 공감하면서 특권 줄이기 운동도 한다. 그 일이 국가와 관련된 것이든, 가족과 관련된 것이든, 또는 순전히 개인을 위한 것이든 결국 스웨덴 안에서 하는 모든 일은 스웨덴과 시민들을 위해 이뤄지는데 ‘다른 대우’가 주어진다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주장이다.

스웨덴 국회의원들이 지닌 이 정도의 특혜도 더 줄어들 수 있을까?

<이석원 님은 한국에서 언론인으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스웨덴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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