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함께 해온 노부부처럼 변치 말길...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노부부처럼 변치 말길...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9.05.16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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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탐방] 장미제일시장

 

중랑구 중화역 근처엔 장미제일시장이 있다. 인터넷에는 중화제일시장이라고 올라와있지만 시장 간판엔 장미제일시장이라고 붙였다. 중랑천 장미꽃길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봄이면 장미가 활짝 펴 장미꽃 축제도 연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중화동 주민들에겐 꼭 필요한 시장이다.

7호선 중화역 버스 정류장에 내린다. 1번 출구가 보인다. 건너편엔 4번 출구다. 바로 앞 횡단보도로 건너간다. 동네 분위기는 매우 한적하다. 서울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높은 건물도 많이 없고 대부분 주택가다. 정류장에서 약 5분정도 걷다보니 눈앞에 시장이 보인다. 시장입구는 역시 동네를 닮아 화려하거나 웅장하진 않았다. 입간판이 시장 입구 알린다. 작은 골목형 시장. 주택가 사이에 있어 시장 중간중간 골목으로 주택들이 보인다. 따로 아케이드를 치거나 간판을 통일하는 등 여느 시장들과는 사뭇 다르다. 아예 간판 없이 장사를 하는 가게도 있다. 이제는 많이 사라진 작은 동네시장골목 같다.

 

입구로 들어선다. 사람이 많진 않다. 엄마 손을 잡고 가는 아이, 하교를 하는 여학생들, 가게 앞에서 수다 떠는 상인들이 보인다. 입구 쪽에 제일 먼저 보이는 건 떡볶이집이다. 학생들, 아주머니들에게 꽤 인기다. 튀김, 순대, 떡볶이, 어묵 등 간단히 요기를 채울 수 있는 메뉴들로 가득하다. 장을 보러 온 아주머니의 허기를 달래주고 하교하는 학생들의 간식이 되기도 한다. 겨울엔 군고구마 장사도 하는지 분식집 옆으로 군고구마 통도 보인다.

벌써부터 약주를 하는 어르신들도 보인다. 어쩔 수 없다. 이 작은 골목시장 안에서도 맛집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다른 가게에서 안주를 사와도 좋고, 딱 한 잔만 먹고 가도 된다는 막걸리집. 이런 넘치는 인심에 어떻게 한잔만 먹고 갈 수 있을까. 한 잔만 먹으려고 들어간 어르신들은 이미 한통을 시켜놓고 이른 술판을 벌이신다.

 

국밥집도 있다. 뼈해장국, 순대국, 내장탕, 선지해장국, 콩나물해장국 등 갖가지 해장국이 전부 모였다. 이곳에서도 해장국 한 그릇에 반주를 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노동을 마친 아저씨들도 술 한 잔 기울이며 뜨끈한 국물을 들이킨다. 국밥집 아주머니는 옆집에서 받아온 반찬을 더 얹어준다. 정이 느껴진다. 아주머니 기분에 따라 식탁에 오르는 반찬들이 바뀌는 것이다. 그 맛에 꾸준히 단골들이 찾아온다. 날이 좋아서 가게 앞까지 식탁을 꺼내놔서 옆집 상인들이 찾아와 쉬고 가기도 한다. 한가하게 수다를 떨다가 손님이 오면 부리나케 달려간다. 동네시장에서나 볼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이다.

수산물 가게엔 기절낙지, 산낙지, 주꾸미, 문어, 꼬막, 대하 등 싱싱한 제품으로 가득하다. 바로 옆 정육점도 다양한 고기들이 가득하다. 오늘 저녁 밥상에 올라갈 녀석은 누가 될까. 장을 보러 온 아주머니들은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생선으로 탕이나 구이를 해먹을까, 고기를 굽거나 국을 끓일까. 때마침 정육점 상인의 적극적인 호객행위로 아주머니의 눈길을 이끈다. 젊은 상인이 말주변도 좋다. 결국 고민하던 아주머니의 지갑을 열게 한다. 그램 수가 조금 넘어가지만 ‘덤’이다. 시장만 할 수 있는 서비스랄까.

 

시장엔 유달리 반찬가게가 많다. 근처에 주택가가 많아서 그런지 꽤 인기가 많은 듯하다. 각종 김치와 나물을 물론, 게장, 잡채, 조림, 볶음류 까지 다양하다. 국도 판매한다. 집에서 해먹기 귀찮은 갈비찜, 장조림 등도 그날그날 조리해서 나온다. 빼곡히 진열된 반찬들에 감탄이 나온다.

바로 앞엔 도넛집이 보인다. 옛날식의 찹쌀도넛이다. 도넛, 찐빵, 만두, 고로케, 꽈배기 등을 판매한다. 번데기, 찰옥수수까지 판다니 추억의 향기로 가득하다. 가게도 꽤 오래돼 보였다. 세월의 흐름이 보이는 외관이다. 가격도 2-3개에 1000원.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다. 노릇노릇 잘 튀겨진 꽈배기와 도넛의 자태가 먹음직스럽다.

 

족발‧머리고기집엔 돼지머리가 가득 진열됐다. 좀 놀랐다. 보통 머리고기를 파는 가게들은 편육으로 얇게 썰어 먹음직스럽게 진열해놓는데 이곳은 잘 삶아진 머리를 그대로 진열해 놓은 것이다. 핑크빛 돼지들의 뽀얀 귀를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바로 옆에선 아주머니가 족발을 썰고 있다. 족발은 물론 국산이고, 직접 만든 찹쌀순대까지 있다. 때문에 다양한 메뉴의 요리를 판매한다. 머리고기, 순댓국, 족발, 고사머리, 모듬고기, 찹쌀순대 등.

시장 끄트머리엔 오래된 이발소와 미용실도 보인다. 나란히 붙어있는 모습이 오랜 시간 함께 지내온 노부부의 모습 같았다. 시장 중간중간 상점들에서도 오래된 세월의 흔적이 보였다. 가게외관은 그대로 두고 내부만 깔끔히 고쳐 운영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장미제일시장은 더욱 정겹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오래토록 이모습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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