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매일의 빵
[신간] 매일의 빵
  • 이주리 기자
  • 승인 2019.05.1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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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웅 지음/ 문학동네

 

천연효모를 이용한 건강한 빵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베이커리 오월의 종의 베이커 정웅의 '매일의 빵'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제과를 중심으로 한 달콤한 디저트용 빵 일색이던 국내 제빵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그는, 잘 팔리는 빵을 만들라는 다른 사람들의 말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대로 우직하게 빵을 만들어왔다.

그가 만드는 식사빵은 천연효모 특유의 산미와 다소 딱딱한 식감을 가지고 있어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낯설었기 때문에 개업 초기에는 어려움도 겪었지만, 다른 빵들에서 느낄 수 없는 풍미와 담백함 덕분에 이제는 늘 줄을 서서 사야만 하는 인기 있는 빵집이 되었다. 첫 가게인 고양시 행신동의 가게는 아쉽게 접어야 했으나 이후 절치부심하여 한남동 지근거리에 1호점과 2호점을 내고, 유명한 로스터리인 커피 리브레와 함께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등록문화제 건물인 구 (주)경성방직 사무동에도 입점했다. 점포마다 조금씩 다른 방식과 재료로 매번 다채로운 빵을 만들어내 호평을 받았다. 겉보기에는 계속 똑같은 빵을 만드는 숙련된 장인으로만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는 늘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타고난 실험가이기도 하다.

정웅은 대학에서 무기재료공학을 배운 후 시멘트회사에 취직하여 영업직으로 일했다. 처음엔 건설회사 정문 관리실조차 통과하기 힘들었지만, 적응을 마치고 나서는 꽤 우수한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성과를 올리기 위해 점점 거짓말이 늘었다. 1000만 원이 넘는 술값이 통장을 늘 바닥으로 만들고 있었다. 회사 앞을 오가던 어느 날, 근처에서 빵을 만들고 파는 제법 큰 가게가 보였다. 자신의 손으로 온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싶어 망설임 없이 사표를 냈다. 사표가 수리되던 날, 양복 차림으로 제빵학원 계단을 올랐다.

서른한 살에 처음 반죽을 잡았다. 학원에서 가장 나이 많은 학생인 그에게 다들 늦었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들보다 조금 일찍 학원으로 가서 가장 늦게 나왔다. 제법 큰 규모의 베이커리에 취직해 다시 막내직원으로 일을 배웠다. 곧 아이도 태어났지만, 아내는 새벽에 나가 밤늦게 들어오는 그를 묵묵히 기다려주었다. 그는 그렇게 베이커가 되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빵은 더이상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니다. 예전에는 아이들의 군것질이나 가끔 먹는 디저트로만 소비되었지만, 근래에는 이미 주식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동네마다 있는 제과점에는 늘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의 점포 수는 해마다 늘어나다가 이제는 포화상태라는 말이 나온다.

빵은 이미 우리의 생활 속에 아주 밀접하게 들어와 있다. 빵을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만, 막상 베이커의 고단함과 빠르게 변화하는 업계의 실상을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갈수록 산업화되는 생산방식으로 인해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드는 일정 수준의 빵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공급되자, 천연효모를 이용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작업하는 소규모 베이커리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웅은 이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며, 어설프게 따라하지도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럴수록 개성 있고 독특한 빵을 만드는 데 좀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님 없는 새벽, 반죽의 촉감을 오롯이 느끼며 오렌지색 빛을 내는 오븐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는 그는 빵을 만드는 일이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이라고 이야기한다. 스스로 찾은 이 행운을 빵이라는 매개체로 소소히 나누는 것이 그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다. 사람이 손으로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일. 어쩌면 우리가 입에 넣는 빵 한 조각은 베이커가 전하고자 하는 행복한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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