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탐방] 인현시장

 

중구 인현동2가 어두운 골목 사이 50여 년 넘게 버텨온 시장이 있다. 인근 주민들에겐 익숙한 시장이지만, 워낙 규모가 작고 찾는 이들이 적어 외부인에겐 생소한 이름이다. 아는 사람만 안다는 ‘인현시장’. 폭 2m 길이 202m의 작은 골목길로 형성된 이 시장이 어떻게 그 긴 세월을 버텨왔는지 직접 찾아가봤다.

인현시장은 1950년대 말에서 60년대 초에 형성된 시장. 5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조선시대 선조(宣祖)의 일곱째 아들인 인성군(仁城君)이 살던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영화거리와 인쇄골목으로 유명한 충무로의 뒷골목에 자리 잡았다. 명동, 남산골 한옥마을 등의 관광명소와 인접해 있어 하루 유동인구가 2만 명에 이른다. 하지만 낙후된 환경과 상인들의 노화로 위태로운 시기도 있었다. 1960년대 후반 세운상가가 들어서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규모가 축소됐다. 숨겨진 맛집이 많고 물가가 저렴해 인근의 인쇄노동자나 영세상인들에는 친근한 장소가 되고 직장인들이 퇴근 후 즐겨 찾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최근에는 청년 장사꾼과 예술인들이 인현시장에 청년가게를 오픈하며 색다른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중구 문화관광 참조)

 

세운상가 앞 정류장에서 내린다. 슬슬 걸어가 보련다. 세운상가 때문에 생긴 그림자와 건물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조화를 이룬다. 마치 새로워진 세운상가와 오래된 전기, 공구 가게들의 조화를 보는 것 같다. 오래됨과 새로움이 융화된 오묘한 분위기 속에서 상인들은 저마다 일에 분주하다. 물건을 고르고, 나르고, 포장하고, 손님을 받기도 한다. 또 무언가를 고치고 제조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분주한 상인들의 움직임 속에서 사람냄새가 풍긴다. 낡고 오래된 가게들이 연속된 낙후된 모습이지만 정겹기만 하다. 마치 60년대에 시간이 멈춰 있는 것 같다.

세운상가를 지나면 꽤 조용해진다. 활발한 상인들의 움직임도 보기 어렵다. 드문드문 보이는 음식점에선 한가로운 상인들이 보인다.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손님들이 꽤 앉아 있다. 젊은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떡볶이, 어묵, 튀김을 파는 분식집과 낮술 한잔하기 좋아 보이는 해장국집, 맛있는 냄새가 가득한 곱창집도 보인다. 이른 저녁시간임에도 손님이 벌써 반절은 찼다.

 

맛있는 냄새를 지나오니 좁고 어두운 골목의 입구가 보인다. 드디어 인현시장에 도착했다. 세운상가에서 약 10분정도를 걸어온 것 같다. 거의 무너질 듯 오래돼 보이는 입구는 시장의 오래된 세월을 보여준다. 간판은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인다. 따로 아케이드가 설치되진 않았지만 건물과 건물사이 천막을 이어 지붕을 만들었다. 조명도 없다. 가게의 불빛들이 전부다. 통일된 가게들의 간판은 시장 입구 간판과 함께 맞춘 듯하다. 가게들은 전부 옛날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기껏 해봤자 조금씩 수리를 봤을 뿐. 그래서인지 시장 분위기가 돋보였다. 서울시에서 전통시장을 되살리자며 시장들을 새 단장 시켜서 인지 이런 오래된 모습의 시장은 오랜만이다. 정겹다. 유난히 빨간 불빛의 정육점, 몇 안 되는 종류의 생선을 파는 생선가게, 자그마한 구멍가게까지. 무엇보다 인현시장은 숨겨진 맛집의 천국이라 볼 수 있다. 오래된 건물들이어서 한파에 대비해 가게들을 알아볼 수 없게 가려놨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운영하고 있는 식당이다. 녹두전, 빈대떡, 김치전을 파는 가게서부터 머릿고기, 순대, 족발 등을 판매하는 가게도 보인다. 단골손님들 대부분은 인근 상인과 회사원. 이른 시간부터 가게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골목은 조용하지만 가게 안으로는 맛있는 냄새와 사람들이 북적인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생선구이, 제육볶음 등 백반집도 많다. 아침, 점심, 저녁 전부 해결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에 메뉴구성도 다양해 손님의 발길이 끊길 수가 없다. 시장과 함께 긴 세월을 함께한 상인들은 저마다 가게에서 맡은 일에 충실하다. 몇 십 년이 지나도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낡고 허름한 가게지만 청결하게 유지하려는 노력도 보인다.

 

시장 중간엔 청년가게도 보인다. 낮에는 밥집, 저녁엔 술집이 되는 곳이다. 점심 특선메뉴도 보인다. 시장 분위기에 맞는 레트로풍의 간판을 내걸었다. 아이디어가 좋다. 어색하지 않게 시장과 잘 어우러진다. 이런 오래된 시장에 청년가게가 들어오면 자칫 어색하고 튈 수 있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의 센스가 한 몫 한 것 같다.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새 단장한 시장들. 인현시장만큼은 이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치 시간이 멈춘 느낌이다. 맛집도 많고 교통도 편리하니 홍보에만 힘을 쓴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컴컴한 골목 속 인현시장이 환한 불빛으로 가득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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