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국가채무’, 한국경제 이정표 될까
늘어나는 ‘국가채무’, 한국경제 이정표 될까
  • 김범석 기자
  • 승인 2019.06.04 09: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GDP 대비 ‘40%대’ 진입 전망

‘국가채무’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와 관련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40%에 집착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정부와 여당도 재정 확대로 방향을 잡으면서 국가채무비율이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자유한국당은 국가채무 비율을 GDP 대비 40%에 맞추는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내년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증세 논쟁까지 불거지면서 국가채무는 계속해서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가계부채와 함께 또 하나의 뇌관으로 불리는 국가채무를 전망해 봤다.

 

국가채무에 대한 다양한 의견으로 정치권이 시끌법석하다.

정부 쪽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인물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문제와 관련 비율보다는 증가속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문 대통령도 지난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40%라는 숫자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며 "국가채무비율과 재정수지는 증가속도와 악화 폭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해 내놓은 중기 재정계획에서 2022년에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2%가 될 것이라고 한 바 있다"며 "2019∼2023년 5개년 계획을 짜면 그 수준이 조금 더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발언은 고령화, 복지지출 증가 등을 고려할 때 국가채무가 늘어날 수밖에 없지만 과도한 증가는 없도록 관리하겠다는 얘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홍 부총리는 경제상황과 관련해서도 “2/4분기에는 경기 개선이 이뤄질 것이고 재정 조기 집행과 투자 활성화 노력이 나타날 것이다.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나아지는 양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재정건전화법 제정안’

하지만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우려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국가채무비율이 GDP의 40%를 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재정건전화법 제정안을 곧 당론으로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은 전쟁·대규모 재난이나 재정 여건의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국가채무비율을 GDP 대비 40% 이내로 유지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GDP 2% 이하로 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추경호 한국당 의원도 비슷한 내용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추 의원은 “세금을 퍼붓는다고 해서 서민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한국당이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당론으로 정하겠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부채 비율 40%가 절대적인 원칙도 아니고 국제통화기금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도 재정 확장 정책을 쓰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운열 제3정책조정위원장도 “지금은 실물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성장 동력 자체가 꺼져버릴 수 있기 때문에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불씨를 살릴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국가부채비율 수치가 어느 정도 적정한지 지금은 객관적 기준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입장 차이는 민감한 증세 문제에 대해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민주당은 법인세 증세 등을 통해 재정을 확장해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국당은 법인세 감면, 가업상속공제 대상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정효율성 검토”

정치권 안팎에선 재정 확대로 향후 수 년 간 국가채무비율이 급격하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증세 가능성도 관심 사안이다. 내년 예산이 500조원을 웃도는 '슈퍼 예산'이 될 확률이 크지만 경기부진으로 세수 확대에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홍 부총리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워크숍에 참석해 국가재정의 급격한 확대를 시사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내년 40%를 돌파하고 2022년에는 40%대 중반을 기록할 것이라는 얘기다.

기재부는 지난해 발표한 2018∼2022년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서 2022년 국가채무비율을 41.6%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 부총리가 이날 내놓은 전망은 이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홍 부총리의 전망대로 채무비율이 2022년에 3.4% 오른다면 채무규모로는 70조원이 확대되는 것이다. 기재부가 예측한 2022년 국가채무규모는 897조 8000억원인데, 국가채무비율이 45%가 되면 채무규모는 971조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국가빚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지만 당정은 한목소리로 증세 가능성을 일축했다. 홍 부총리는 "증세 논의 없이 세제 합리화 측면에서 그동안 대응해왔다"면서 "아직까지 본격적인 증세나 감세 검토는 없다"고 말했다. 이원욱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증세'를 묻는 질문에 "검토한 적도 없고 앞으로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여당 내부에서도 조세부담률이 OECD 회원국 평균 보다 낮다는 점에서 증세를 통해 올려야 한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증세카드를 꺼내는 것은 부담이다. 결국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식의 움직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증세 대신 재정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에 주력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와 관련 “재량지출을 10% 이상 절감하고, 연례적인 보조ㆍ출연사업에 대한 지원 필요성과 규모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성과가 미흡한 사업은 폐지하거나 재구조화하고, 특별회계나 기금 간의 '칸막이식' 운용을 최소화 해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극대화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재원 다변화를 위해 유휴 행정자산 10만 필지의 활용방안을 마련하고, 민간투자 대상 시설을 모든 SOC(사회간접자본)으로 넓혀 민간 역량을 최대로 활용하겠다는게 정부측 임장이다.

홍 부총리는 또 “사회안전망 보강 등을 위해 확장적 재정 기조는 불가피하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이 유지되도록 과감한 지출구조 개선을 실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자유한국당이 국가채무비율과 관련해 연일 터무니없는 가짜뉴스 공세를 펴고 있다"며 "한국당의 주장은 혹세무민이며 국가재정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으면 나라가 당장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며 ”우리와 산업구조가 유사한 독일은 71.6%, 프랑수는 122%에 달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조 의장은 이어 “단기적 경기대응과 경제구조의 중장기적 체질개선을 위해서도 보다 책임이 있는 재정의 역할이 절실하다"며 ”우리나라의 지난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2%로 주요국가 중 가장 건실하다. 정부의 총자산은 GDP 대비 무려 201.4%에 이른다"고 말했다.

결국 “당정은 적극적인 재정투자를 통해 경제안정에 속도를 내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게 여당의 입장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와 관련 “진단부터 왜곡되어 있고, 처방은 더욱 틀렸다. 지금 할 일은 재정확장과 예산 퍼붓기가 아니다”며 “정부가 국민 지갑을 '정권지갑' 으로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의 이슈로 떠 오른 국가채무 문제와 증세 논쟁이 어떤 식으로 귀결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