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패칫 지음/ 정연희 옮김/ 문학동네

 

자연스럽고 우아한 스토리텔링,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장, 예리한 관찰력과 통찰력을 지닌 작가 앤 패칫의 신작 장편소설 '커먼웰스'가 출간되었다. 앤 패칫은 2001년 발표한 '벨칸토'가 펜/포크너 상과 오렌지상을 수상하고 100만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른 뒤 “앤 패칫의 소설을 읽을 때는 기적을 기대해도 좋다”(<뉴욕 타임스>)는 찬사를 들으며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단의 지지와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2016년 출간된 '커먼웰스' 역시 출간되자마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을 뿐 아니라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USA 투데이> <타임> <피플> <커커스 리뷰> 등 다수의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천재적인 재능의 소유자” “스토리텔링의 거장”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앤 패칫은 그동안 여러 작품을 통해 서로 관계가 없던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낯선 상황에 던져져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이야기를 공통적으로 해왔는데, 부모의 이혼과 재혼으로 의도치 않게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 여섯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커먼웰스'또한 예외는 아니다. 인생의 어느 한때 느슨하게 서로 연결되어 특별한 유대감을 형성했으나 결국 뿔뿔이 흩어져버린 이들 가족이 저마다의 후회와 죄책감과 비밀 속에서 어떻게 각자의 삶을 꾸려나가는지, 이리저리 흔들리는 그 삶의 궤적이 오십여 년의 세월에 걸쳐 서술된다.

1960년대에 시작해 오십여 년에 걸쳐 두 가족의 삶을 따라가는 이 소설은 햇살이 내리쬐고 마당에 오렌지 열매가 무겁게 매달린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해 어느새 한참을 동쪽으로 날아가 버지니아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미국에서는 버지니아를 비롯해 켄터키, 매사추세츠, 펜실베이니아 이렇게 네 개 주를 커먼웰스 지역이라고 부르는데, 모두 1776년 이전 영국의 식민지였던 곳으로 법이나 제도에 영국 관습법의 영향이 남아 있다. 단어의 유래로 따지면 커먼웰스에는 ‘공동의 이익을 위해 맺은 연대’라는 의미도 있다. 즉 버지니아는 타의에 의해 서로의 인생에 엮이게 된 여섯 아이들이 여름을 보내며 유대를 형성한 곳인 것이다. 캘리포니아와 버지니아를 오가던 이야기는 세월이 흐르면서 시카고의 바에서, 뉴욕의 작은 아파트에서 그리고 스위스의 산간지방에서 그 흐름을 이어간다. 

이렇듯 여러 공간에서 펼쳐진 소설은 시간 또한 자유롭게 넘나들며 하나의 시간대에서 다음 시간대로 종횡무진 건너뛴다. 1장에서 프래니의 세례파티 장면을 보여준 뒤 2장에서는 52세가 된 프래니가 병원에서 암치료를 받는 아버지 픽스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장면을 그린다. 3장은 다시 과거로 돌아가 여섯 아이의 유년 시절을 이야기하고, 4장에서는 시카고의 바에서 일하며 소설가 리오 포즌을 만나는 이십대의 프래니를 보여주는 식이다. 작가는 대담하게도 오 년, 이십 년, 때로는 오십 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고 그사이 벌어진 인생의 다른 많은 부분은 생략하거나 스쳐지나가듯 언급한다. 독자는 등장인물들 사이의 대화와 회상을 통해 퍼즐처럼 이야기를 짜맞춰나가며 그들의 삶에 몰입하게 된다.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