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의 산에 갑니다] 다시 찾은 지리산 노고단

 

노고단 대피소
노고단 대피소

오전 7시30분 용산역 대합실. 지방으로 떠나는 승객들로 붐빈다. 이 틈새를 놓칠 새라 사방을 두리번거리지만 우리 지인 한명은 끝내 열차출발시간까지 어기면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잠시 후 지인과의 통화 ‘용산역을 지나쳐 대방역에 내렸단다.’ 항상 말썽피우는 지인이다. 하는 수없이 열차표를 다음 시간으로 돌리고 30분 늦게 출발이다. 행선지는 남원.

모처럼의 기차여행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노고단푯말
노고단 푯말
남원역
남원역

남원역에 도착하니 시간이 많이 이르다. 오전 10시30분. 남원에 거주하는 후배지인이 차량으로 마중을 나왔다. 일행들 동승하여 지리산으로 간다. 오늘 갈수 있는 곳까지만 둘러보기로 한다. ‘춘향이 묘’를 지나 정령치에 하차해서 주변을 본다. 백두대간의 지도가 눈에 들어온다. 소위 1대간, 1정간, 13정맥, 10대강이 백두대간의 골격이다.

 

정령치
정령치

지리산-덕유산-속리산-태백산-오대산-설악산-금강산-두류산-백두산이 ▲1대간이다.

▲1정간은 장백정간(원산-서수라곶산) ▲13정맥은 청북정맥(낭림산-미곶산)·청남정맥(낭림산-광량진)·해서정맥(개연산-장산곶)·임진북예성남정맥(개연산-풍덕차)·한북정맥(분수령-장명산)·한남정맥(칠현산-문수산)·한남금북정맥(속리산-칠현산)·금북정맥(칠현산-안흥진)·금남정맥(마이산-조룡산)·금남호남정맥(장안치-마이산)·호남정맥(마이산-백운산)·낙동정맥(태백산-몰운대)·낙남정맥(지리산-분산)

▲10대 강은 두만강 압록강 청천강 대동강 예성강 임진강 한강 금강 낙동강 섬진강이다.

정령치에서 바라본 지리산 봉우리들이 참으로 웅장하다.

왼쪽에서 중봉 천왕봉 제석봉 장터목대피소 연하봉 촛대봉 세석대피소 영신봉 형제봉 연하천대피소 명선봉 토끼봉 화개재 삼도봉 반야봉 등이다.    

뱀사골 입구의 ‘전주식당’(010-9047-3362)에서 오찬을 한다. 일행들 산채정식을 주문하고 동동주 한 병을 곁들인다. 비슷비슷한 산나물이 많이 나오는데 육안으로 봐서는 선뜩 구분이 안 간다. 그래도 종류는 다 다르겠지.  

 

노고단 정상
노고단 정상

▲성삼재-노고단

성삼재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1시 30여분 경이다. 노고단까지만 가기로 한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노고단에서 출입을 통제하는 까닭이다.

지리산의 동물자원을 살펴보면 포유류는 멧돼지, 사향노루, 고라니, 수달, 하늘다람쥐 등이 있고 조류는 붉은머리오목눈이, 진박새, 오색딱따구리, 동고비, 어치 등이며 파충류는 구렁,이 살모사, 쇠살모사, 까치살모사, 누룩뱀, 유혈목이 등이고 어류는 꼬치동자개, 자가사리, 갈겨니, 쏘가리, 칼납자루, 쉬리 등이고 곤충류는 붉은점모시나비 ,뿔매미, 산잠자리, 덟적사슴벌레, 참금풍뎅이 등이고  양서류는 두꺼비, 산개구리, 무당개구리 등이 있다.

주요식물을 살펴보면 고등식물에서 구상나무, 함박꽃나무, 정영엉컹퀴, 삿갓나물, 지리바꽃, 하늘말라니 등이 있고 주요 식물군락으로는 구상나무군락, 서어나무군락,졸참나무군락, 신갈나무군락 등이다. 노고단 가는 길은 편안한길과 약간 험한 길의 표지판이 안내한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험한 길을 택한다. 여러개의 푯말을 거치면서 노고단아래 ‘노고단대피소’에 다다른다. 20여 년 전에 노고단과 사뭇 느낌이 다르다. 길도 깨끗이 정리가 되어 있고… 모든 게 생소하다. 목도 축이고 휴식 중에 몇 컷 찍고 하산한다. 그리고 푸르고 맑은 산을 내려다보면서 황진이를 떠올린다.

“-청산은 내 뜻이요…

청산(靑山)은 내 뜻이요 녹수(綠水)는 님의 정이

녹수 흘러간들 청산이야 변할 손가

녹수도 청산을 못 잊어 울어 예어 가는 고”

 

지리산화엄사
지리산 화엄사

▲성삼재-구례 화엄사

남원지인의 차량은 성삼재에서 구례 ‘화엄사’로 향한다. 도로사정이 좋아서 여간 편리한 게 아니다. 화엄사의 일주문에는 ‘지리산화엄사’라고 쓴 큼직한 문구가 압권이다.

문을 들어서면 대웅전 가는 입구에 세 개의 불상이 조각되어 있다. 첫째, 불견(不見)-남의 잘못을 보려 힘쓰지 말고 남이 행하고 행하지 않음을 보려하지 말라. 항상 스스로를되돌아보고 옳고 그름을 살펴야한다. 두 번째, 불문(不聞)-산위의 큰 바위가 바람에 흔들이지 않듯이 지혜로운 사람은 비방과 칭찬의 소리에도 평정을 잃지 않는다. 셋째, 불언(不言)-나쁜말을 하지말라. 험하말은 필경에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악담은 돌고돌아 고통을 몰고 끝내는 나에게 되돌아오니 항상 옳은 말을 익혀야 한다. 조금 더 올라가면 ‘각황전 앞석등’ ‘동오층석탑’ ‘서오층석탑’ ‘사사자삼층석탑’이 액자속에서 빛을 발한다. 금강문을 들어서면 천왕문과 운고각(雲鼓閣)이 있고 넓은 공간위에 대웅전이 자리한다. 이제 남원의 숙소로 가서 만찬을 하고 잠자리에 들면 오늘 일정은 대충 마무리된다.

 

숙소

▲구례 화엄사-남원 숙소

지인의 뒷마당 야외아궁이에는 가마솥이 장작불과 궁합을 맞추면서 ‘청계’를 삼고 있다. 청계는 오골계와 토종닭을 접목한 아주 귀한 보신용 닭이란다. 거기에 벌나무 산도라지 더덕 등이 어우러져 사골을 우려내고 있다. 군침이 돈다. 남원후배, 어느새 눈치 채고 소주 한 병을 준비한다. 그리고 가마솥 안의 똥집을 끄집어내서 소금에 찍어 한잔과 함께 운명의 시간은 이렇게 시작된다. 잠시 후 거실에서 메인밥상이 술상과 함께 차려진다. 뱀사골에서 대체로 점심을 푸짐하게 잘 먹었건만 그래도 일행들, 청계의 맛에 푹 빠져든다. 그리고 녹두죽과 큼지막하게 쓴 김장김치가 한 접시 가득 나온다. 시골인심이란 걸 모처럼 느껴본다. 남원모친의 솜씨가 돋보이는 순간이다.

2층 숙소에서는 각자의 시간이다. 독서하는 양반, 스마트폰 만지작거리는 양반 등… 남원의 첫날밤은 이렇게 흘러간다.

 

장미꽃
장미꽃
광한루
광한루

▲곡성 장미축제-남원 광한루-서울 용산

밤새 자는 둥 마는 둥 뒤척이다가 날을 밝혔다. 조찬에는 아우국과 갈치구이가 입맛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곡성으로 길 떠난다. 마침 곡성의 열차마을에서는 ‘곡성장미축제’가 열리는 첫날이다. 장미와 인파가 합쳐지니 총천연색의 장관이 펼쳐진다. 곡성에서 뜻밖의 지인을 만나 차한잔 나누고 오찬은 남원으로 가서 신촌의 ‘신촌매운탕’에서 쏘가리매운탕을 먹기로 한다. 매운탕에 담겨있는 우거지가 해장으로는 그저 그만이다. 가볍게 반주와 부딪치니 앙상블을 이룬다. 남원땅에서 ‘광한루’를 빼 놓을 수 없다고 하니 둘러봐야지. 오작교아래 비단잉어들이 활개를 치면서 노닌다. 방문객들이 던지는 먹이에 수 십 마리가 몰려든다. 옥에 티라면 꽃잎들이 너무 많이 흩날린다. 시야를 가릴 정도니 눈이 맵기까지 한다. 이제 이틀간 꽁꽁 묶어뒀던 남원후배를 풀어줄 시간이다.

오후 5시 가까운 시간에 용산가는 열차를 탄다. 짧지만 긴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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