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최대 뇌관

다가오는 폭염처럼 한국 경제에 뿌리 깊은 뇌관인 가계부채 문제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미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에 육박할 만큼 위험 수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봤을 때도 불어나는 속도는 여전히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말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7.7%로 1년 전보다 2.9% 올랐다. 정부의 노력에도 여전히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가계부채 증가는 고스란히 빚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여전히 어두운 가계부채 문제를 전망해 봤다.

 

가계부채 문제가 여전히 위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BIS가 조사한 43개 주요국 가운데 중국(3.8%)에 이어 두 번째로 나타났다. 경제 규모에 비해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그만큼 가팔랐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부동산 안정화 대책이 본격 시행되는 등 정부가 안간힘을 썼지만 가계빚 증가 속도를 늦추는 수준에 그쳤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말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관리지표로 도입됐다. 11월에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바 있지만 주요 대책이 발표되고 난 지난해 9월 말 이후로도 3개월간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0.8%(96.9%→97.7%) 올랐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작년 1분기 말 95.2%, 2분기 96.0%, 3분기 96.9%를 기록한 데 이어 4분기에도 올랐다. 한국보다 비율이 높은 국가는 스위스(128.7%), 호주(120.3%), 덴마크(115.4%), 네덜란드(102.0%), 캐나다(100.7%), 노르웨이(99.9%) 6개국에 불과했다.
 

“경제 규모 비해 속도 문제”

소득 대비 빚 부담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BIS가 산출한 지난해 말 한국의 가계부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2.7%였다. 가계의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을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의 가계부문 DSR은 자료가 집계된 17개국 중 6위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상승폭은 0.6%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1분기 들어서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소 낮아진 상황이라는게 한국은행의 설명이다. 한은에 따르면 1분기 가계신용은 1,540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율은 2004년 4분기 4.7% 이후 가장 낮았다.

다만 가계 빚 증가 속도가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인 3.0%보다 높아 경제 성장세보다는 여전히 빨리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선 한국은행이 발표할 2019년 5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금융시장 동향을 통해서 최근 가계대출 증가율 흐름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4조 5000억원 증가한 838조 6000억원이었다.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 1분기에는 부동산 경기가 둔화하면서 주택매매 수요가 줄고, 가계대출 증가세도 꺾인 바 있다. 하지만 4월에는 다시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조짐을 보였다.

지난 5월에도 주요 은행의 가계 대출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달 말 기준 총 583조 478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4월 말 대비 3조 9252억원 늘어난 수치다. 5월엔 가정의 달을 맞아 돈 쓸 곳이 많아진 가계들이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대출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가계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에 육박한 데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 봤을 때 불어나는 속도가 빨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고는 있지만 GDP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소득보다 빠른 부채 증가”

경제성장의 침체와 가계부채 증가는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신호다.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0.3%로, 10년 만에 최저였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1%였던 점을 고려하면 그런대로 이해가 가는 수치다.

하지만 가계부채 총액은 시간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가계부채 총액은 지난 1분기 말 1540조원으로 천문학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긍정적인 점은 전년 동기비 증가율은 4.9%로 15년 만에 최저였다는 점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증가세가 둔화된 조짐은 있지만 5월의 위력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이를 보는 시각도 엇갈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을 2.6%에서 2.4%로 하향 조정하면서 경제 불안정을 막기 위해 재정 및 통화정책의 확장을 제안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단기 성장세를 위해 통화정책 완화를 제시한 바 있다. 금리 인하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한국은행도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와 관련 통화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당 관계자는 가계부채의 위험성과 관련 “풍선 터질 듯 부풀어 오른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다른 인사는 “우리는 소득보다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는 시간 속에 살고 있다”고 표현했다.

가계부채는 소비지출 감소와 내수시장 위축에 이어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빈부격차 또한 감수해야 한다. 특히 서민들의 생활은 빚부담에 허리가 휠 정도로 체감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부채를 지고 있는 저소득층 한계가구의 상환능력도 시간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경우 부채규모가 쓸 수 있는 소득(가처분소득)의 5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가 지속된다면 이들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정부가 부채증가 속도를 늦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소득층 한계가구를 위한 특단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어떤 경제지표와 비교하더라도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상당히 과도하다"며 "OECD전체로도 대단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한국 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부채 문제가 시원할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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