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패스트 트랙’ 속히 풀어야 국민 인권도 진전"
"정치권, ‘패스트 트랙’ 속히 풀어야 국민 인권도 진전"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9.06.13 16: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층인터뷰]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소장-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소장
인권재단 ‘사람’ 박래군 소장

- 정치싸움에 국회가 개점휴업 상태인데.
▲ 야당이 국회원내로 들어오지도 않고 협조할 생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개원한다 해도 또 다시 예산문제로 다툼을 벌일게 뻔하다.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따내려 치열한 경쟁에 혈안이 될 것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이 시점에서 유권자들이 정신 차려야 한다. 2020년 4월 총선에서 자질이 안 되는 정치인들을 모두 도태시켜야 한다. 국민은 성숙해 있다. 그럴 능력을 충분히 갖고 있다. 여기에 희망을 거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정부와 여당도 섣불리 했다가는 고배를 마실 수 있다. 지금은 국민이 아픈 곳이 어딘지 뭐가 필요한지 제대로  깊이 들여다보아야 할 때다. 

 

- 진보진영도 지리멸렬 아닌가.

▲ 국제정세도 아주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유리한 것은 하나도 없다. 미-중 간 무역전쟁에서 수출도 줄고 있지만, 경제체질 변화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자칫하면 경제몰락이 올수도 있다. 이럴 때 정부와 여당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서민들을 위한 재정확대를 풀어야 한다. 그래야 제1야당에 대한 지지율을 꺾을 수 있다. 지금 진보와 보수가 양분돼 있지만, 정상적인 국가라면 더불어민주당이 진정한 의미에서 보수다. 이번에 어떻게 해서든 연동형비례대표제 등 선거개혁 등 ‘패스트 트랙’을 풀어야 한다. 소선구제 중심에서 탈피한 변혁과 함께 정치권재편이 요구되는 시점에 있다. 그러나 희망일 뿐, 가시적인 움직임을 읽기가 어렵다. 또 하나 문제점은 진보 진영이 너무 약하다. 진보 정당들도 각자 쪼개져 있다.

 

-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국민소환제도 표류중이다.

▲ 공수처 문제도 ‘패스트 트랙’에 걸려 있는 상황이다. 국민소환제 문제는 어떻게 해서든 성사시켜야 한다. 문제는 입법부가 자신에게 불리한 법은 만들지 않는다. 1987년 6월 민주화항쟁이 32년이 지났는데도 기존의 법, 즉 과거 군사독재 시절에 만들어진 ‘악법’들을 제대로 폐기하지 못했다. 상당히 불행한 법 제도다. 헌정사를 보면 쿠데타 세력에 의해 만들어진 기형적 악법들이다. 5.16 군사 쿠데타 때는 박정희 국가재건혁명위원회가 입법기구의 심의도 없이 불법적으로 법을 만들었고, 유신헌법도 비상 국무회의에서 제정됐다. 전두환 정권도 그런 식으로 헌법을 뜯어 고쳤고, 이것을 폐기하지 않은 채 지금까지 그대로 끌고 왔다. 그나마 조금 나아 진 것은 조문과 판례가 몇 개 바뀌었을 뿐이다.

 

- 군부시대 악법들이 인권문제를 훼손시켰다.

▲ 사실 악법에도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군사독재 정권 당시 시민들의 자유를 철저히 억압하는 방향으로 짜여 진 법들이 부분적 개혁을 통해서 이뤄질 수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법도 있다. 국가보안법이나 집시법도 있었다. 이런 법들을 과감하게 폐기하거나 새롭게 만들든지 했어야 하는데 너무 무심했다.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 모두가 ‘법적 안정성’만 주장할 뿐이다. 너무 오랫동안 법이 시행돼 왔기 때문에 그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민주적 질서를 창출하기 위해 새로운 틀에 맞는 인권적 법적체계를 만들지 못했다.

 

- 가장 악한 법을 지목한다면 무엇이라 보나.

▲ 노동법이다. 노동자들의 법적 권리를 박탈할 수 있는 법들이 그때 만들어졌고 지금도 그대로다. 불법적인 노동법을 개혁하고 폐기해야 개혁세력의 힘이 강화될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나 민정수석도 과거의 악법인 ‘법적안정성’에 너무 매달린 채 안주하고 있다. 헌법에 위배되는 악법들을 일일이 찾아내서 과감하게 바꾸는 작업이 진정한 개혁이다. 그런 작업을 지금도 하지 않고 있다.

 

- 정부와 관료집단과의 갈등도 문제다.

▲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부역한 관료들이 정부부처에 그대로 남아 있고, 문 대통령의 인사방식을 보면 지나치게 한쪽으로 경도돼 있다. 촛불정권이라면 과감하게 개혁성향의 인물로 교체했어야 했다. 정부부처 내 관료집단도 만만하지 않다. 관료들은 정권이 바뀌면 ‘2년만 기다려 봐라. 원래대로 돌아간다’는 관념이 박혀 있다. 초기에 복지부동하고 있다가 기회가 오면 흔들어 댄다. 노무현 정권 때도 이것을 제대로 몰랐다. 그런 측면에서 인사정책이 실망스럽다. 관료와 기득권 눈치를 너무 보고 있고 소심하다. 현대정치 중 특성 중 하나가 개인주의지만, 그 원인은 전문가주의, 엘리트주의, 전문 관료 중심이 문제가 있다.

 

- ‘영혼 없는 조직’ 관료 지배사회가 된다는 뜻인데.

▲ 우리가 바로 그런 상황이다. 이들은 서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알지 못한다. 머리로는 이해는 하는데 가슴에 절절하게 와 닿지 않는다. 2016년 12월 그 추운 겨울, 광화문에서 시민들이 촛불을 왜 들었겠는가. 왜 탄핵까지 갔는가. 어렵게 정권을 만들어 줬는데 그 절박한 심정을 모른다. 가슴이 뜨겁지가 않다. 피부에 와 닿는 서민정책을 펴지도 않고 있다. 정권 초기 첫해에 문 대통령이 연설문 잘 쓰는 시인이나 작가를 통해 국민 기대치에 부응하는 ‘레토릭’적인 공약들을 남발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행되지 못했다. 여기서 지지층 이반이 가속화 됐다. 촛불시민들도 분열됐다.

 

- 올해는 ILO(국제노동기구) 100주년이다. 정부는 국제핵심협약을 국회에 상정한 상황이다.

▲ 지금 한국의 국민소득이 3만 불을 넘었다. 3만 불이 넘는 나라에서 노동권을 지금처럼 부정하는 나라가 지구상에 있을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민주노총만 해도 강경노조다, 귀족노조다 해서 비판을 하는데 이는 일부이지 전체가 아니다. 1백만 회원 중에는 대기업 노동자도 있지만, 비정규 노동자가 훨씬 더 많다. 오히려 노조 조직력이 더 높아지고 강화돼야 한다. ILO 핵심협약은 국제사회가 보장하도록 권고하는 당연한 기본노동 인권협약이다. 군부독재 때부터 이 협약을 지키지 않은 나라가 한국이다.

 

- 촛불정부에서조차도 노동인권이 많이 약화됐다는 지적이다.

▲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주고 일자리를 나누는 역할을 해야 한다. 노동자를 보호해주고 임금인상을 해도 잘 운영되고 있다는 사례를 확실하게 보여줘야 하는데도 여태까지 하지 못했다. 노조활동이 가장 활발했던 때가 1988년부터 1995년이다. 이때가 불평등 구조가 가장 완화됐던 시기다. 노조가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억제 됐던 임금이 인상됐고, 노동의 불평등도 완화됐다. 지금도 불평등과 양극화를 완화시켜야 하는데, 왜 자꾸 주 52시간이나 탄력근로제로 얽매어 놓는가. 노동 등 산업재해도 아주 높은 상황에서 언제까지 이러고 있는 건지 답답하다.

 

- 재벌개혁도 지지부진한데.

▲ 삼성 같은 재벌들은 경제개혁과 노동개혁에 반대하고 온갖 부정부패와 편법을 일삼아 왔다. 그로 인해 엄청난 자본을 축적했다. 정권 초기에 경제민주화 개혁을 제대로 했어야 했다. 그렇다고 재벌개혁이 곧 대기업 해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몇 % 안 되는 아주 작은 지분을 가지고 전체 기업을 장악한 잘못된 경영체제를 깨야 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재벌개혁을 검찰에 맡겨 놓은 꼴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삼성바이오 문제가 그렇다. 노무현 대통령도 삼성 측과 손잡고 경제정책을 펼치려 했었다. 그러나 재벌들이 개혁적인 정책에 순순히 따라 줄 리 없다. 이런 점에서 현 정부가 너무 패착을 두고 있다. 경제철학이 부족하다. 정권출범 2년이 지났지만 경제문제가 악화되고 다급해졌다. 어떻게 해서든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위기에 봉착했다. 너무 순진한 발상이다. <3회로 이어집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