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그림의 눈빛
[신간] 그림의 눈빛
  • 이주리 기자
  • 승인 2019.06.1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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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지음/ 아트북스

 

눈빛은 마음을 담는다. 눈빛만 보아도 통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낯선 이와 눈이 마주치고 마음을 들킨 듯 숨고 싶을 때도 있다. 눈빛은 감정을 담는다. 눈빛은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즐거운지 구슬픈지 심리 상태를 보여준다. 눈빛은 한 사람이 지나온 생을 담는다. 그가 어떤 우여곡절을 겪었고,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를 눈빛을 통해 읽을 수 있다. 그래서 한 사람의 이야기는 눈빛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눈빛으로 그림을 본다. 그림은 화가의 경험과 감정이 담긴 결과물이지만, 감상자는 화가가 만들어낸 그림 속 세계를 자신의 이야기로서 체험한다. 그림에 시선이 가닿을 때 그림과의 대화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림에 등장한 인물의 시선과 나의 시선 사이에서 끊임없이 질문과 대답이 오가다보면, 어느 순간 자기 안의 감정과 이야기가 소용돌이처럼 일 때가 있다.

'그림의 눈빛'은 지은이가 직장인으로서, 생활인으로서, 여성으로서 경험한 일상에 그림을 짝지어 펼치는 그림 에세이다. 전작 '그림은 마음에 남아'로 빠듯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그림에서 얻은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면 이번 책에서는 ‘시선’이라는 키워드에 방점을 찍고, 그림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돌보며 그림과 관계 맺는 법을 이야기한다.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의 상황을 파악하거나 정물화나 풍경화에 얽힌 이야기를 짐작해보고, 그림 속 대상이 느끼고 있을 기분을 가늠해보며, 그의 행동이 어떤 의미를 담을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자신도 그와 비슷한 기분을 느꼈던 때가 있었는지 질문을 던지며 그림을 통해 자신의 현재를 진단한다.

지은이의 그림 읽기는 그림을 천천히 바라보고 그림과 대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림이 감상자의 삶 속으로 들어와, 감상자의 삶을 기억하고 재현해준다는 사실을 자신의 이야기로 증명해나간다.

지은이는 루마니아의 화가 슈테판 루키안의 「머리 감기기」를 보고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머리 감기기」는 누군가가 아이의 머리를 감겨주는 모습을 포착하고 있는 그림으로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작품이다. 이 그림은 지은이를 어린 시절 눈이 펑펑 내리던 강원도의 외할머니 댁으로 데려가, 따뜻한 방 안에서 자신의 머리를 감겨주던 할머니의 손길을 느끼게 한다. 지은이는 이 그림에서 “사랑의 시선은 사랑의 대상 위에 붓질처럼 쌓인다”라는 메시지를 읽어내고 빛바랜 기억에 선명한 색감을 덧입힌다. 한편 엘 그레코의 「가슴에 손을 얹은 귀족 기사」를 보면서는 자신의 내면을 살핀다. 단정한 차림새에 길고 가는 손가락을 가슴 위에 얹은 한 남자의 초상화를 통해 이 남자가 누구이고, 가슴에 손을 올리고 있는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며, 그가 어떤 심경으로 이 자리에 서 있는지 등을 묻는다. 그리고 이 물음은 곧 자신에게로 향하며 자신이 지키고 있는 것과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 되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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