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골목길 사이 주황빛 물결
좁은 골목길 사이 주황빛 물결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9.06.17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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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마실하기] 연주황 골목길

 

서울시 최초 ‘가꿈주택 골목길 정비사업’ 대상지로 성북구 장위동 234번지 일대를 꼽았다. ‘서울 가꿈주택’이란 서울시에서 노후한 주택을 수리해 다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사업이다. 집수리 비용을 보조해주고, 전문가 파견 등 지원해준다. 그리고 이 정비사업이 시작되고 2년이 지나 가꿈주택 골목길 1호가 탄생했다. 감나무를 키우는 집이 많아 감나무를 모티브로 재탄생한 ‘연주황 골목길’을 찾았다.

장위동 가꿈주택 연주황 골목길은 저층주거지 주거환경 개선과 공동체 활성화를 목적으로 조성됐다. 오랜 세월 집 마당 골목길을 지켜온 감나무를 모티브로 골목길을 디자인했다. 주민의견을 적극 수렴, 반영해서 보안등과 CCTV를 설치하고 낡고 어두운 보도블록은 밝은 색으로 교체했다. 또 담장과 대문을 낮추고 담장 일부분을 후퇴해서 벤치와 화단을 조성해 골목길이 넓고 밝아졌으며, 마당 안의 감나무를 골목길에서도 볼 수 있게 됐다. 장위동 가꿈주택 골목길은 낮은 담장 너머 이웃과 인사하고 소통하는 우리의 옛 공동체를 회복하는 데에 의미가 있으며, 함께 가꾸고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우리 동네 골목길이다.

 

지도에는 정확히 나오지 않으나 장곡초등학교 부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장곡초등학교를 끼고 쭉 들어갔다. 작은 사거리가 나온다. 이쯤에서 나올 것 같은데 조금의 주황빛도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어디로 가야하나. 일단 더 직진해본다. 분명 좁은 골목길일 텐데…. 눈을 부릅뜨고 골목을 찾던 찰나, 찾았다. ‘장위동 가꿈주택 골목길’ 검은 팻말이 연주황 골목길의 시작을 알린다.

매우 좁은 골목길. 주택들이 어깨를 맞대고 옹기종기 모여 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건 이 골목의 상징인 주황색이다. 주황색 게시판, 주황색 대문. 이 골목에 있는 집들은 전부 주황색 대문을 갖고 있다. 골목이름은 연주황이지만 아주 눈에 띄는 쨍한 주황빛이다. 덕분에 좁은 골목길이 더 활기차게 느껴진다. 낮은 담벼락은 삭막할 법한 골목길을 한층 더 포근하게 만든다. 공사 전엔 담벼락이 높아 이웃 간 소통도 어려웠었다. 이젠 낮은 담벼락을 통해 집에서 나오면 건너편 이웃, 옆집 이웃과 쉽게 마주쳐 이웃주민들 간 사이도 보다 가까워 졌다.

 

낮은 담벼락 너머로 집마다 앞마당이 보인다. 참 정겨운 모습이다. 빨랫줄엔 빨래가 널려있고, 화단엔 꽃과 작은 텃밭도 보인다. 방금 빤 아이들의 운동화가 의자에 걸려 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다. 어린 시절의 모습을 추억하게 된다. 어디선가 밥 짓는 냄새가 폴폴 풍겨온다. 빌라와 아파트가 늘어난 요즘엔 잘 못 느끼지만 이렇게 집이 모여 있는 곳에 오면 집마다 다른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집마다 고유의 냄새도 있지만 밥 짓는 냄새, 찌개 끓이는 냄새, 무언가가 타고 있는 냄새 등. 또 다양한 소리도 들려온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요리하는 소리, 세탁기가 돌아가는 소리. 한마디로 사람 살아가는 소리다.

감나무를 모티브를 했기에 대문은 감을 연상케하는 주황색, 담벼락은 나무로 이어진다. 중간 중간 귀여운 감 그림이 붙어있어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낸다. 마치 외국 외딴섬 작은 마을에 와있는 느낌이다. 드라마 세트장 같기도 하다. 담벼락 중간엔 주민들이 쉴 수 있는 벤치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담벼락에 붙어있어서 좁은 골목길 통행에 방해되지도 않는다. 나이든 어르신들이 바람을 쐬러 나와 벤치에 앉는다.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 써 주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동네를 활용하게 됐다. 골목에서 아이와 아빠가 놀고 있다. 골목도 환해지고, 쓰레기도 없고 잘 정돈돼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도 적합하다.

 

공사 전 이 골목은 어두컴컴하고 인적도 드물어 어린 중고학생들이 담배까지 피러 오는 곳이었다. 공사가 끝난 뒤엔 골목도 밝아지고 담벼락 곳곳에 소화기도 설치, 쓰레기 버리는 장소와 날짜도 정해 깨끗한 모습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또 감시카메라도 설치했다. 덕분에 늦은 밤에도 여성들이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다. 굳이 마을 전체를 재개발하지 않아도 작은 공사로 인해 새로운 마을이 됐다. 오래된 주택은 그대로 살리되 도로와 담벼락, 대문만 바꿔 최소한의 보수로 최대의 효과를 나타냈다. 가꿈주택 골목길 정비사업이 더 많은 곳에 진행되어 모두가 살기 좋은 서울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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