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기획] 여기, 주나 세계여행-1회

<여기, 주나>는 여행 일기 혹은 여행 기억을 나누고 싶은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의 세계 여행기다. 여기(여행지)에 있는 주나(Juna)의 세계 여행 그 첫 번째 이야기다.

 

설레는 단어 ‘시작’, 시작만큼 설레는 단어 ‘처음’. 처음으로 세계여행을 시작한 날 비행기 안에서.
설레는 단어 ‘시작’, 시작만큼 설레는 단어 ‘처음’. 처음으로 세계여행을 시작한 날 비행기 안에서.

2017년 여름, 정확한 날짜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늦둥이 남동생이 대학생이 되고 첫 방학이라며 아르바이트를 하던 편의점 앞이었다. 그러니까 여름은 분명하다. 아빠와 편의점 야외 파라솔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날, 오랜만에 본가에 온 나의 목적을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아빠, 저 내년에 1년 정도 세계여행 다녀오려고요.”“세계 여행? 그래. 기회 될 때 다녀오면 좋지.”

예상치 못한 아빠의 반응에 오히려 조금 당황했다. 그렇게 너무 쉽게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들어갔다.

“엄마, 저 내년에 나가려고요.”“응, 건강하게만 다녀와.”부모님은 알고 계셨던 것이다. 반대해도 내가 떠날 거라는 걸. 그래서 요즘 말로 ‘쿨한(시원시원한)’ 부모님이 되기로 하신 거다. 감사하다.

 

1년이 흘렀다. 왜 바로 떠나지 않았냐고 한다면 여동생 결혼식이 있었고, 남동생 군대 입소식이 있었다. 나름 장녀이다. 나이 서른 넘어서 결혼은커녕 연애도 안 하고, 무턱대고 1년이나 해외에 나간다는 둥 철없어 보이지만 나름 집에서는 장녀이다. 언니로서, 누나로서, 딸로서 도리는 다 하고 떠나고 싶었다.

떠나기 한 달 전, 주변 친구들과 지인들 그리고 친인척들에게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부모님께 말씀드렸을 때보다 훨씬 많은 걱정과 우려와 질문을 받았다.

“갑자기? 돈은? 결혼 안 해? 안 무서워? 다녀와서 뭐 하려고? 다 포기한 거야?”갑자기는 아니었다. 2012년, 세계지도를 보면서 처음 꿈꾸던 일이었고, 20대 동안 열심히 모은 적은 돈으로 떠나는 거였다. 무섭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그리고 되묻고 싶었다. “너는 1년 뒤에 뭐하고 있을 건데?” 내일 일도 모르는 인생인데 1년 뒤 걱정까지 하고 싶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포기가 아니라 시작이었다. 설레는 단어 ‘시작’.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 Instagram.com/junatour

원래 내가 조금 엉큼하다. 주변에 알리지 않고 준비를 했으니 다들 놀랄 만도 했다. 이해했다. 그리고 폭풍 질문 끝에 돌아오는 말은 항상 같았다.“멋있다. 나도 세계 일주 진짜 해 보고 싶었는데… 내 꿈이었어. 부럽다. 건강하게 잘 다녀와!”누구나 한번쯤은 꿈 꿔 본 일을 행동하는 내가 좋았고, 6년 전 세계 일주라는 꿈을 꾼 내가 참 고맙고, 대견했다. 자기애가 충만해지는 시간이었다.

여행 준비는 순조로웠다. 6년 동안의 연극배우 생활을 잠시 중단하고, 여행 자금을 위해 전셋집을 정리하고 본가로 이사를 했다. 각종 예방접종과 건강검진, 비상약 처방을 받았으며, 배낭과 전자기기 등 각종 여행용품을 구입하고(사실 감사하게도 여행소식에 많은 선물을 받았다), 해외에서 사용할 계좌와 카드를 만들고, 1명의 이모와 6명의 고모 그리고 3명의 삼촌에게 안부 전화를 드리고, 여행자 명함을 만들었다. 순조로웠지만 여행 준비를 하면서 2kg이 빠졌다.나름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만만치 않았다. 6년 전 생각하고, 1년 전 다짐했는데 솔직히 준비는 1달 동안 했다. ‘1달이면 충분 하겠지’ 라는 나의 오만과 게으름 덕분에 여행을 떠나기 전날까지 바빴다. 만약에 누군가 이렇게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해줬다면 망설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행히 주변에 세계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없었다. 내가 처음인 거다. 처음이라니… 시작만큼 설레는 단어 ‘처음’.

 

2018년 9월 20일 떠났다. “다녀오겠습니다!”
2018년 9월 20일 떠났다. “다녀오겠습니다!”

자유롭게 다니고 싶다는 멋진 핑계로 여행 일정은 큰 루트만 정하고 비행기는 3번째 여행지까지 예약을 했다. 사실 일정까지 정할 시간이 없었다. 그냥 떠났다. 1년 뒤에 건강하게 만나자 약속하고 아주 멋지게 그냥 떠났다. “다녀오겠습니다.”

 

김준아는...
- 연극배우
-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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