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기획] 여기, 주나 캐나다살기-1회

“여행은 살아 보는 거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광고 문구이다. 좋아하는 걸 실행하고자 무작정 캐나다로 왔다. 여기서 무엇을 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그저 로키 산맥에서 살아 보고, 오로라 보러 다녀오고, 나이아가라 폭포가 보이는 곳에서 일 해 보고, 캐나다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다. 내 꿈은 소박하다. 캐나다에 도착한 순간 다 이룰 수 있는 꿈이 되었으니까. 꿈을 좇는 그 첫 번째 이야기.

 

캐나다 국민 카페 ‘팀홀튼’ 커피를 즐기지 않지만 첫 방문 이후로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메뉴, 그리고 달콤한 맛에 중독되었다.

먹고, 자고, 또 먹고, 자고 했더니 캐나다에 도착했다. 역시 난 장거리 비행이 체질이다. 편하게 앉아서 챙겨주는 밥 먹고, 심심하면 영화 보고, 졸리면 자고,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비행기를 타는 건 언제나 설렌다. 그건 아마도 여행의 설렘이겠지? 사실 좁은 좌석에서 10시간 넘게 앉아 있고, 바깥 공기도 쐬지 못 하는 건 끔찍하다. 그런데 그 끔찍한 순간을 설레게 만들어 주다니 역시 여행은 좋은 거다.

 

나다 공항 입국 심사 사무실 앞에쌓여 있는 가방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캐나다에서 살아 보기를 꿈 꾸는지 알 수 있다. 합격 메일을 받았다고 비자를 발급받은 게 아니고, 도착해서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한다.

캐나다에 그냥 여행을 온 건 아니다. 무려 1년짜리 여행을 왔다. 캐나다 관광 비자는 6개월 미만으로 체류가 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운이 좋게도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아서 1년 동안 머물 수 있게 되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국가 간에 협정을 맺어 젊은이들로 하여금 여행 중인 방문국가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특별히 허가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다시 말해 해외여행을 하면서 합법적으로 일을 해 부족한 경비를 충당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이다. 보통의 관광비자로는 방문국가에서 취업할 수 없다. 젊은이들에게 미지의 세계를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국가 간의 상호이해를 높이고 교류를 증진하기 위해 특별히 마련된 예외적 제도다. 관광 취업비자라고도 하는 워킹 홀리데이 비자는 만 18세에서 30세의 젊은이를 대상으로 각 해당국에 한해 1회만 발급하며, 실제 체류기간 1년을 인정한다. 입국 목적은 여행이며, 여행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노동권을 합법적으로 보장받는다. 단기관광에 비해 장기적으로 현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학생비자와는 달리 여러 도시에서 그 나라의 생활을 체험할 수도 있다. (네이버 두산백과 참조)

 

처음 도착한 도시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남서부에 위치한 밴쿠버. 밴쿠버를 선택한 이유? 별 거 없다. 비행기 값이 가장 저렴했기 때문이다. 밴쿠버 명소 증기시계 앞에서.

인터넷 백과사전에서 가져온 내용이다. 무척 마음에 드는 설명이라 그대로 옮겼다. 여행을 하면서 부족한 경비를 충당하라고 만들어 진 제도라니… 마음에 든다. 9개월 동안 세계 여행을 하다가 빈손이 되기 직전 캐나다에 도착한 나를 위한 제도인 것만 같았다. 또 젊은이들을 위한 제도라는 말이 특히 마음에 든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것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법이다’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제도이다. 만 30세가 넘으면 신청조차 할 수가 없다. 만 30세가 넘으면 늦은 거다. 실제로 만 31세가 된 현재 나는 다른 나라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아 놓지 않은 게 인생에서 후회되는 일 중 하나로 손꼽는다.

한국은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홍콩, 대만 등 다양한 국가와 워킹 홀리데이 비자 협정을 맺고 있다. (만 18세부터 1년에 1개국씩 살아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라마다 모집 시기, 모집 방식, 모집 인원이 전부 다르다. 그 중 캐나다는 1년에 딱 4000명에게 기회가 주어지는데 한 해 평균 2만 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지원을 한다. 매년 가을 쯤 모집 공고가 올라오고, 이듬 해 어느 날 갑자기 발표를 시작한다. 발표를 했다고 바로 붙은 건 아니다. 캐나다 정부로부터 ‘초대장(invitation)’이라는 걸 받는 건데 그 초대장을 받은 사람에 한해서 신체검사와 각종 서류(범죄 경력 회보서, 자기소개서 등)를 제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거다. 그 서류를 제출한 후에 문제가 없으면 최종 합격 메일을 받는 것이다.

 

세계 여행을 하다가 캐나다 1년 살기를 위해밴쿠버에 도착한 나. 나도 내가 이 곳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되고, 어떤 여행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

매일 캐나다 정부 사이트에서 지원을 받고, 매주 ‘초대장’ 발표가 난다. 가끔은 발표를 쉬는 주도 있다. 매주 발표하는 인원도 다르다. 심지어 1명 발표한 날도 있다. (그 당시 온라인 워킹 홀리데이 준비 카페에서 그 1명이 누구인지 엄청나게 많은 관심을 받았었다.) 언제까지 발표를 하는지도 정해져 있지 않다. 정말 자기들 멋대로다. 기다리는 사람들은 수시로 메일을 확인하고, 매주 발표 날이면 온라인 카페에 ‘붙었어요!’, ‘부럽네요!’ 등의 글들이 올라온다. 얼마나 애가 타는 일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지원을 하는 건 그만큼 살아보고 싶은 나라라는 뜻이겠지?

몇 해를 지원해도 계속 떨어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주일도 안 되어서 초대장을 받는 사람도 있다. 캐나다 같은 경우는 필수 자격 요건이 없고 랜덤 방식이기에 정말 100% 운이라고 보면 된다. 나는 감사하게도 만 30세에 지원해서 두 달 기다려서 붙었다. 나에게는 마지막 기회였다.

젊은이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 막차라고도 한다. 워킹 홀리데이를 떠난 사람을 ‘워홀러’라고도 한다. 나는 막차 타고 캐나다 밴쿠버에 도착한 워홀러가 되었다. 심지어 입국 마감 한 달 전에 들어와서 만 31세가 되었다. (비자 합격 당시 만 30세이면 되는 것이고, 입국은 비자 합격일로부터 1년 안에만 하면 된다.)

 

워킹 홀리데이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법이다’라는 말이 통하지 않는 제도이다. 만 30세가 넘으면 신청조차 할 수가없다. 만 30세가 넘으면 늦은 거다.

대한민국(South Korea)보다 약 100배 넓은 면적을 가진 캐나다. 워낙 면적이 넓어서 동부와 서부의 시차도 4시간이나 난다. 이 넓은 나라에서 내가 처음 도착한 도시는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남서부에 위치한 밴쿠버다. 첫 번째 도시로 밴쿠버를 선택한 이유는? 별 거 없다. 머물러 있던 곳에서 비행기 값이 가장 저렴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무엇을 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그냥 캐나다 땅을 밟았을 뿐이다.

2019년 5월 11일, 세계 여행을 하다가 캐나다 1년 살기를 위해 밴쿠버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되고, 어떤 여행을 하게 될지 모르겠다. 워홀러이기 전에 여행자이다. 오늘도 그저 여행길일 뿐이다.

 

김준아는...
- 연극배우
-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
- Instagram.com/junatour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