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경제라인 전격 교체

청와대가 경제라인을 전격 교체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으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을 임명했다. 그 동안 경제 분야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한 문책성 인사라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변화의 조짐도 감지된다. 청와대 경제라인 교체 이후 변화할 문재인 노믹스의 방향을 전망해 봤다.
 

(사진 안 왼쪽부터) 정책실장에 임명된 김상조 실장과 이호승 경제수석
(사진 안 왼쪽부터) 정책실장에 임명된 김상조 실장과 이호승 경제수석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청와대 정책의 큰 방향을 맡게 됐다.

새롭게 정책실장에 임명된 김 실장은 보다 큰 그림을 맡게 되면서 경제·사회·일자리 등의 정책을 총괄하게 된다. 문재인정부에선 장하성, 김수현 실장에 이어 세 번째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인사와 관련 “문재인정부 집권 3년 차를 맞아 새롭게 시작하는 차원에서 3기 참모진을 꾸린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임인 김 전 실장의 재직 기간은 8개월이었다. 일반적인 임기보다 짧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최근 자유한국당이 경제 실정론의 화살을 김 전 실장에게 돌리고 있는 것도 분위기 전환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당은 국회 정상화 길목에 있는 경제원탁회의에 김 전 실장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참석을 요구해 왔다.

무엇보다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렸던 김 실장이 정책 전반을 컨트롤하게 됐다는 점은 의미가 적지 않다. 김 실장의 전공이라 할 수 있는 공정경제와 함께 소득, 일자리 강화 정책이 전면에 포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소득주도성장을 앞세웠지만 이렇다할 성적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특히 저소득층 소득과 고용 관련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심상치 않은 ‘경제지표’

이와 함께 윤종원 경제수석 후임인 이호승 경제수석은 김 실장과 경제관료 간 가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 수석은 행정고시 32회로 경제정책 수립에 경험이 많은 정통관료로 불린다.

공직사회 수석국장이라 불리는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을 지냈다. 기재부 1차관을 역임하기 전엔 청와대 일자리기획비서관을 맡아 문재인정부의 국정과제 이해도도 높은 편이다.

김수현 전 실장과 윤종원 전 수석의 거취도 관심으로 떠 오르고 있다. 청와대는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지만 각각 차기 국토교통부 장관, 금융위원장으로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와 김 실장 간 호흡도 핵심 관전 포인트다. 1기 경제팀이었던 김동연 전 부총리와 장하성 전 실장은 최저임금 인상 등 주요 경제정책을 두고 불협화음을 빚은 바 있다. 이에 반해 홍남기 부총리와 김 전 실장은 큰 마찰 없이 지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거래와 재벌개혁에 관심이 많은 김 실장이 어떤 목소리를 낼지도 관심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와 관련 “현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을 맡아 뛰어난 전문성과 균형감 있는 정무 감각을 바탕으로 국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경제분야 핵심 국정기조인 공정경제 구현에 크게 이바지해왔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경제 분야뿐 아니라 사회·복지·교육 등 다방면의 정책에도 정통한 전문가로서, 기업과 민생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등 시대적 소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경제개혁연대 소장을 하면서 재벌 개혁을 강조해왔던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상징성’ 높은 인물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업 활동에 제약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공정거래위원장 역할이 기업의 길을 막는 것은 아니다"며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것이 공정거래위원장이고, 그동안 갑질 문화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았다”고 부인했다.

이번 경제라인의 전격 교체는 최근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은 -0.4%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고용과 수출입 등 경제 지표들도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현 경제상황에 대한 문책성 경질인사아니냐는 평가와 관련 “김수현 실장은 사회수석을 역임해 '문케어'와 '사회안전망' 구축, '사회정책 전문가' 등으로 자기의 성과가 있었고, 윤종원 경제수석의 경우 수소경제, 시스템 반도체 규제개혁, 산업 혁신 전략을 마련해오면서 두 분 모두 1년 여 정도 역할을 담당해왔다"고 설명했다.

후반기 국정운영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변화의 칼’을 빼든 청와대가 어떤 성과를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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