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도시에도 아파트가 피어난다
스웨덴 도시에도 아파트가 피어난다
  • 이석원 기자
  • 승인 2019.06.2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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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기획] 복지국가 스웨덴에서 살아보기 / 이석원

2010년 이후 발칸 반도의 유럽인을 비롯해 북아프리카와 시리아와 터키 등 서아시아 지역에서 유입된 난민의 수가 급증하면서 스웨덴도 심각한 주택난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중앙 정부나 각 코뮌(기초지방자치 단체)들이 나서서 난민들을 수용하기 위한 아파트들을 짓기 시작하면서 스톡홀름 등 대도시 주변 코뮌들에는 마치 한국의 1980년대를 방불케 하는 건설 붐이 일기도 했다.

갑자기 아파트들을 많이 짓기는 했지만, 주택 가격의 상승도 불가피했다.

얼마 전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Svenska dagbladet) 등의 언론에 따르면 지난 20년 간 스톡홀름 랜(Stockholm län. 광역자치 단위)에 속한 18개 코뮌의 주택 가격 상승률은 746.5%에 이른다. 이 중 난민들의 정착이 두드러진 봇쉬르카(Botkyrka) 코뮌의 경우 무려 1474%나 주택 가격이 상승했다.

 

스톡홀름에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아파트들. 이제 스웨덴도 도심 생활자들에게 아파트는 가장 일반적인 주거 형태가 되고 있다. (사진 = 이석원)
스톡홀름에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아파트들. 이제 스웨덴도 도심 생활자들에게 아파트는 가장 일반적인 주거 형태가 되고 있다. (사진 = 이석원)

물론 2019년 들어서서 주택가격의 상승이 주춤해졌지만, 급격한 신규 주택의 건설과 주택 가격의 상승은 스웨덴 내에서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부추기는 역할까지 했다.

아무튼 이런 분위기 속애서 스웨덴도 주택 구입에 대한 정서와 방법론이 급격히 변했다. 다분히 사회주의적이던 주택 구입 방법이 훨씬 자본주의적으로 바뀌었다. 주택 구입에서 은행의 역할이 지대해졌으며, 주택 구입에 은행 대출은 필수 불가결한 요건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스웨덴에서의 은행 대출을 이용한 주택 구입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참고로 스웨덴 은행들의 주택담보 대출의 평균 금리는 1.48%이다. 은행에 따라 최저 금리가 1% 선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한국과 비교해서 ‘사실사 무이자’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스웨덴에서 1년 이상을 거주하며 퍼스널 넘버와 ID 카드를 가지고 있다면 일단 주택담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최초 기본 요건은 갖춰진다. 하지만 정규직의 직장을 가직 있어야 하며 통상 15%의 자기 자금은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조건을 갖추었다면, 적당한 시중은행을 선택해서 연락한 후 면담 날짜를 잡는다. 첫 미팅 때는 대출 가능 여부를 따지기 위해 은행에서 신분증인 ID 카드와 재직 증명, 그리고 급여 명세서 등을 제출한다. 첫 면담에서 은행 측은 구이바고자 하는 주택의 가격과 대출 받으려는 사람의 기본적인 재정 상황 등에 대해 파악한다.

이 과정에서 은행 담장자와 대출 이율에 대한 협의를 해야 한다. 신용 상태와 협의는 이자율을 정하는 중요한 조건이 된다. 같은 은해의 같은 담당자라고 해서 일률적인 이자율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스웨덴 사회는 대화와 타협으로 결정하고 변경할 수 있는 것이 많다.

은행이 직장으로 재직 증명에 대한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세무서를 통해 신용 상태를 확인한 후 대출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면 곧 집으로 대출예정서가 날아온다. 여기에는 대출 가능 금액에 대한 제시와 대출받는 사람이 작성하는 대축 조건, 상환 계획서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예정서를 받고 대출받는 사람은 6개월 간 대출에 맞게 구입하고자 하는 주택을 고를 수 있다.

스웨덴에서 주택 구입은 대체로 공개 입찰 방식이다. 새로 판매할 집이 시장에 나오면 인터넷이나 중개업소 등을 통해 구매 희망자를 복수로 모집하고 이들이 기준가를 중심으로 입찰 가격을 적어낸다. 당연히 최고가를 적은 사람에 낙찰이 되는 방식이다.

구매하고자 하는 주택을 낙찰받으면 곧바로 은행에 연락해야 한다. 그러면 은행에서는 그 아파트가 속한 포레닝(Förening)이라고 부르는 조합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다. 포레닝의 재정 상태도 대출에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모든 조건이 다 성립돼 대출이 확정되는 순간 다시 한 번 이자율을 낮출 수 있는 기회가 온다. 대출 조건 등을 최종 조율하는 두 번째 면담에서 은행 담당자 스스로가 몇 가지 제안을 한다. 개인 연금보험이나 주택 보험 등을 가입하라는 권유를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른바 ‘꺾기’가 거기에도 존재한다.

 

전통적인 방식의 주겋 형태인 빌라. 아직도 시 외곽에는 넓은 마당과 푸른 잔디의 이런 단독 주택들이 많다. (사진 = 이석원)
전통적인 방식의 주겋 형태인 빌라. 아직도 시 외곽에는 넓은 마당과 푸른 잔디의 이런 단독 주택들이 많다. (사진 = 이석원)

스웨덴에서 주택 보험은 단지 주택에 관한 내용 외에도 여행자 보험이나 자동차 보험 등의 기능을 가직 있어서 꼽힌다. 어차피 들어야 하는 주택 보험을 권유에 따라 가입하면서 금리를 더 낮춰달라고 요청하면 조금은 더 낮출 수 있다. 역시 대화와 타협이 유지되는 것이다.

스웨덴의 전통적인 가정은 자녀가 태어나면 곧바로 그 자녀가 미래에 살게 될 임대 주택을 신청한다. 짧게는 7~8년에서 길게는 20여년이 지나 자녀가 성장을 하고 독립을 할 즈음 이 임대 주택을 받고, 그것이 자기 집 각지의 첫 걸음이 된다.

하지만 그러다가 자기 이름의 집을 갖고 싶거나, 또는 이민자의 신분으로 주택을 구입하려고 하면 은행의 주택담보 대출을 이용하게 되는 것이 일상이다. 물론 대출 조건은 한국에 비해 엄청나게 좋다. 이율도 그렇지만 상환 방법도 다양하게 협의에 의해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빌라(Vila)라고 부르는 넓은 마당이 있는 개인 주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형태의 아파트가 대세가 되고 있다. 특히 대도시에서는 더욱 그렇다. 아직까지는 10층이 넘어가는 고층(?) 아파트는 흔치 않다. 대체로 5, 6층 이하의 높이지만, 점차 10층이 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도 건설되고 있다.

점점 더 다양한 인종과 국가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라가 되고 있는 스웨덴은, 전통적인 북유럽의 삶의 방식을 넘어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주거 방식도 늘어나고 있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물론 우리의 것과 비슷하다는 말에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겠지만, 스웨덴의 변화는 유럽의 전통에서는 어느 정도 거리가 생기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인다. 

<이석원 님은 한국에서 언론인으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스웨덴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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