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자, 다시 꿈을 꾸게 해준 그 곳으로!
떠나자, 다시 꿈을 꾸게 해준 그 곳으로!
  • 김준아 기자
  • 승인 2019.06.25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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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주나 – 세계여행] 세계여행 첫 번째 여행지로 홍콩을 선택한 이유

<여기, 주나>는 여행 일기 혹은 여행 기억을 나누고 싶은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의 세계 여행기이다. 여기(여행지)에 있는 주나(JUNA)의 세계 여행 그 두번째 이야기다.

 

조금 느리고, 조금 돌아가고, 조금 헤매도, 내가 서 있는 곳의 소리와 주변의 색깔에 집중할 수 있었다.
조금 느리고, 조금 돌아가고, 조금 헤매도, 내가 서 있는 곳의 소리와 주변의 색깔에 집중할 수 있었다.

여행지를 선택할 때 항상 고민을 하게 된다. 지난번에 다녀 왔던 좋았던 곳을 다시 가 볼까? 아니면 새로운 곳을 가 볼까? 나는 여행지를 떠나며 언젠가는 꼭 다시 가야하는 수많은 이유들을 만들어 놓았다. 예를 들면 뉴욕에서 예산이 부족해서 뮤지컬을 한 편 밖에 보지 못 했고, 피렌체에서는 아파서 하루 종일 숙소에 있었고, 대만 야시장에서 배가 불러 유명한 길거리 음식인 지파이를 못 먹었다는 등.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가본 궁금한 나라들이 너무나 많기에 항상 새로운 곳을 가는 선택을 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아니, 어쩌면 나에겐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러던 내가 세계여행을 떠났다. 그 첫 번째 여행지는 살면서 최초로 두 번째 방문하는 여행지인 홍콩이다. (호주 브룸이라는 지역도 두 번 다녀오기는 했지만 한 번은 여행, 한번은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살다가 왔기에 다른 개념으로 본다.) 선택장애를 가진 내가 수많은 나라 중 첫 번째 여행지를 정하는데 걸린 시간은? 단 1초. 아니, 사실 그 어떠한 고민도 하지 않았다.

 

꿈을 꾸게 해 준 홍콩에 꿈을 이루러 오다니. 날씨부터 일정까지 정말 완벽한 시간이었다.
꿈을 꾸게 해 준 홍콩에 꿈을 이루러 오다니. 날씨부터 일정까지 정말 완벽한 시간이었다.

홍콩을 선택함으로써 일정과 비용에 약간의 차질이 생긴 나를 보고 여동생이 물었다. “언니, 꼭 홍콩을 다시 가야 돼? 왜 그렇게 홍콩에 집착해?”, “응. 무조건 다시 가야 해.”

다른 사람들 일할 때 연습하고, 다른 사람들 쉴 때 일 하는 (저녁 시간 혹은 공휴일) 연극배우란 직업을 갖고 있다. 프리랜서이기에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하지만 비행기 티켓을 미리 구입하는 건 힘들다. 더블 혹은 트리플로 공연을 하는데, 며칠을 연달아 스케줄 빼는 건 같은 역할을 맡은 배우들에게 피해를 주는 책임감 없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2017년 6월 공연 스케줄이 나왔다. 2박 3일 쉬는 스케줄을 보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어디든 가고 싶었다. 그래서 그 날짜에 맞춰 가장 저렴한 비행기 티켓을 정확히 5일 전에 끊었다. 그 곳이 바로 홍콩이다. 홍콩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무엇이든 하고 싶어서 홍콩에 갔다.

 

다시 와 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듯한 날씨의 홍콩
다시 와 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듯한 날씨의 홍콩

그렇게 도착 한 홍콩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여행지에서 만나는 비를 좋아한다. 언제 또 그 도시의 비를 만나 보겠냐며 운치와 낭만을 즐긴다. 홍콩 야경 명소를 볼 수 있는 트램이 운항을 중단했지만 다시 올 이유가 생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으며 걷다가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모든 가게가 문을 닫은 것이다. 길에서 만난 사람이 위험하니 빨리 들어가라고 했다. 태풍 경보란다. 결국 편의점에서 컵라면 사서 호스텔에 들어갔다. 아무것도 하지 못 했다.  비 내리는 저녁, 호스텔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5년전, '30살이 되면 세계여행 갈 거야!'라고 꿈꿨었는데. 휴, 그런데 막상 30살이 되어 2박3일로 여행와서 누워있는 모습이라니...

과거 세계여행을 떠날 것이라는 기특한 꿈을 꾼 내 자신에게 미안했다. 현재 마음대로 시간을 쓰지 못 하는 내 자신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30살 세계여행’이라는 꿈을 이루지 못 하고 살아갈 미래의 내 자신에게도 미안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의 소호 거리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비를 좋아하지만 사실 여행하기엔 맑은 날이 가장 좋다.
비가 오지 않는 날의 소호 거리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비를 좋아하지만 사실 여행하기엔 맑은 날이 가장 좋다.

그래서 마음먹었다. ‘국제나이 30살(만30세)에 떠나자!’ 홍콩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덕분에 엄청난 꿈을 다시 꾸게 되었다. 나에게 홍콩은 그런 곳이었다. 다시 꿈을 꾸게 해준 곳. 세계여행 첫 번째 여행지로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야경, 야시장, 먹을거리, 바다 등이 유명한 홍콩. 우리나라보다 1시간이 느리고 비행기로 약 3시간 30분이 걸린다. 워낙 저렴한 비행편도 많고, 대중교통도 잘 되어있고, 물가도 부담스러운 정도가 아니어서 가볍게 다녀오기 좋은 여행지이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침사추이역에 내렸다. 같은 곳에 두 번째 방문이라 당당하게 휴대폰 유심카드를 사지 않았다. 앞으로 여행을 하면서 어떠한 일들이 생길지 모르기에 여행 연습이라고 생각했다. 핸드폰을 잃어버릴 수도 있고, 고장 날 수도 있기에 그런 상황에 미리 대처하는 연습을 하고 싶었다. 30년 동안 살았던 동네에서도 길을 잃어버리는 완벽한 길치인 나는 항상 구글 지도에 의존하며 여행을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10년 전 유럽여행 때는 스마트 폰은커녕 핸드폰도 안 되던 시절, 공중전화로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그런 시절에도 여행을 했던 거다.

 

‘혼자서도 잘 해요.’ 홍콩 디즈니랜드에서 혼자 놀기 초고수가 된 듯한 기분 만끽하기
‘혼자서도 잘 해요.’ 홍콩 디즈니랜드에서 혼자 놀기 초고수가 된 듯한 기분 만끽하기

이번 홍콩여행에서도 그 시절로 돌아가 보았다. 숙소에서 나오기 전에 블로그와 지도를 보고 길을 익히고, 메모장에 적어서 이정표를 보면서 찾아 다녔다. 그렇게 소호 거리도 가고, 빅토리아 피크도 올라가고, 맛집도 찾아다니고, 디즈니랜드도 다녀왔다.

휴대폰이 없는 여행은 굉장히 편했다. 물론 조금 느리고, 조금 돌아가고, 조금 헤맸다. 하지만 앞을 보고, 하늘을 보고, 주위를 보면서 걸었고, 내가 서 있는 곳의 소리와 길거리의 색깔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꿈을 꾸게 해 준 홍콩에 꿈을 이루러 오다니. 날씨부터 일정까지 정말 완벽한 첫 번째 여행지에서의 시간이었다.

 

빅토리아 피크. 1년 전 이곳에 오르지 못 해서 세계여행이라는 꿈을 다시 꾸게 되었지
빅토리아 피크. 1년 전 이곳에 오르지 못 해서 세계여행이라는 꿈을 다시 꾸게 되었지.

홍콩에서의 짧은 시간을 보내고, 두 번째 여행지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갔다. 면세점 구경이 필요하지 않기에 1시간 30분전에 공항에 도착했다. 늘 그래왔다. 여유롭게 체크인 줄에 서 있다가 내 차례가 되었다. 두 번째 여행지는 여동생이 살고 있는 호주였다. 비행기티켓을 발권해 주는 홍콩 직원이 물었다. “호주 비자 있으세요?” “아뇨, 저 호주 비자 필요 없어요.” “호주 비자 없으시다는 말씀 이시죠?”, “네, 저 한국인이라서 호주 비자 필요 없어요.” 한국 여권의 위대함에 뿌듯하게 말 했다. “호주 비자 없으시면 티켓 발권 불가능하세요.” “무슨 말씀이세요. 저 호주 비자 필요 없다니까요?” “비자 있어야 해요.” 너무 답답했다. “저 이번에 호주 처음 가보는 거 아니고요. 비자 필요 없어요.” 직원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한국 여권의 위대함을 모를 수도 있기에 참고 기다렸다. 전화를 끊은 직원이 말 했다. “호주 비자 필요하신 것 맞네요. 비자 없어서 티켓 발권 못 해드려요.” 너무 당황했다. 심지어 이번이 3번째 호주 행이었다. 10년 전, 처음 호주에 놀러 갔었고, 6년 전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살다가 왔다. 따로 관광 비자를 발급받아 본 적이 없다. 무슨 상황인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일단 시간이 없었기에 물어보았다. “그러면 제가 지금 어떻게 해야 하죠?”, “비자 발급 받으셔야죠.” 인터넷으로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열심히 정보를 입력하고 있는데 직원이 말했다. “저희 이제 출발 1시간 전이라서 티켓 발권 마감했습니다.” “네?!” 너무 당황했다.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혹시 환…” “환불 안 됩니다.”

그렇게 세계여행을 떠난 지 정확히 3일 만에 국제미아가 되었다.

 

김준아는...
- 연극배우
-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
- Instagram.com/juna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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