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중국 탓’?...명확한 과학적 데이터 아직 없어"
"미세먼지 ‘중국 탓’?...명확한 과학적 데이터 아직 없어"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9.06.2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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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안병옥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1회

“인간은 환경의 산물이 아니다. 인간이 환경을 만든다.” 벤자민 디즈레일리의 말이다. 석유문명이 만들어 낸 심각한 대기오염과 미세먼지, 기후변화로 21세기 인류는 공멸이냐 존속이냐를 놓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원자력발전과 석탄발전에 이어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는 폭염과 한파도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벌써부터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가 때 이른 ‘6월 폭염’ 예보로 비상이다. 2050년쯤이면 북극 빙하 해빙으로 해수면이 상승해 연안지역의 ‘메가시티’ 침수론도 나온다.

 

안병옥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

전 지구적 환경피해에서 한반도 역시 비껴갈 수 없었다. 특히 미세먼지로 인한 국민들의 인 식은 '북 핵보다 더 무섭다'고 할 정도다. 급기야 정부가 지난 4월 대통령 직속기구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 회의’(국가환경회의)를 출범시켰다. 반기문 위원장을 수반으로 김숙 전략기획위원장과 안병옥 공동위원장 등 52명의 임직원들이 준비한 1차 미세먼지 단기대책을 오는 9월 제시할 예정이다.

미세먼지 해결은 무엇보다 한-중간 공조에 달려있다는 게 중론이다. 국내에선 미세먼지가 ‘전적으로 중국발’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안 공동위원장은 "한-중 간 미세먼지 문제는 국민의 인식과 달리 과학적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 중국 영향이 과연 어느 정도며, 국내 요인이 어느 정도냐에 대한 데이터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차관 출신인 안 공동위원장은 미세먼지 문제로 한-중 간 비난을 자제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양국이 비난만 하게 되면, 중국도 한국과 협력할 명분을 찾지 못한다. 협력하고 근본 원인을 찾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중국 측 입장과 국가환경회의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대기오염의 대명사로 악명을 떨쳤던 베이징 등 대도시 오염저감에 강력하게 추진한 결과 성공했다는 자신감에 차 있는 상황.

"지난 6월 중국 정부가 세계환경의 날을 맞아 항저우에서 유엔환경계획(UNDP)과 공동으로 개최했다. 주제가 대기오염이다. 중국은 매우 개방적인 분위기다. 얼마든지 이웃 국가들과 공유할 준비가 되어 있다."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 외부의 영향력 운운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감축노력을 선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안 위원장은 “국내에서 감축 노력을 기울이면 미세먼지 농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태가 아니다. 중국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신념은 국내 감축노력은 해봐야 별 소용없다는 인식과 연결되어 있다”며 “우리 스스로 노력하면 개선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야 정부 정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일본은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부터 줄였다. 노후경유차 퇴출 정책이 대표적이다. 경유차가 도심으로 진입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았다. 서울과 동경을 비교해 보면 동경의 미세먼지 농도가 서울의 절반 수준이다. 안 위원장은 “일본이 성공한 일을 우리라고 못 할 리 없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도 노력하면 대기 질을 일본 수준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 위원장에게 미세먼지 이외에도 기후변화, 탈 원전, 석탄화력, 재생에너지 문제 등에 대한 고언을 들어봤다. 3회에 걸쳐 연재한다.

 

- 지난 4월 말 대통령 직속기구인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가 각계 인사의 참여 속에서 출범했다. 추진 상황을 알려 달라.

▲ 5개 전문위원회가 가동 중이고 국민을 대표하는 500여명의 민정책참여단도 지난 6월 초 출범했다. 국내 석학들과 사회원로들도 자문단에 모셨고, 3개 협의체, 다시 말해서 정부, 지자체, 산업계 협의체도 구성을 마친 상태다. 하지만 오는 9월 말경 1차 단기대책을 정부에 제안할 계획이기 때문에 일정이 매우 빠듯하다. 전문가나 관련 공무원 몇 사람이 만드는 정책이라면 시간이 충분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전문위원회의 집중 검토를 거치고, 국민정책참여단의 숙의과정과 산업계,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고루 수렴해야 하므로 시간에 쫒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 일정이 너무 빠듯한 것 아닌가.

▲ 사무처장을 비롯해 52명의 모든 사무처 직원들이 각별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 또 저와 김숙 전략기획 위원장은 비상근이지만 상근처럼 매일 출퇴근한다. 반기문 위원장도 중국 방문과 유엔총회 초청 등 국내외 활동으로 눈코 뜰 새가 없다. 몇 차례 언급했듯이 ‘국민께 드릴 수 있는 마지막 봉사’라는 마음으로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많은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듯하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업무를 최우선으로 챙기는 상황이다. 어떤 면에서는 반 위원장이 제일 바쁘다.

 

- 국민들은 미세먼지 원인으로 중국을 꼽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미세먼지 외교상황을 전해 달라.

▲ 상당히 많은 국민들이 중국 영향이 절대적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런 인식은 과학계의 견해와는 꽤 큰 격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세먼지 농도에 대한 국내외 기여도는 언제, 누가, 어떤 모델로 분석하느냐에 따라 결과 값이 다르기 때문에 편차가 클 수밖에 없다. 중국도 자국의 영향이 전혀 없다는 태도는 아니다. ‘모든 게 중국 탓이다’라는 일부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세먼지 외교의 기조는 문제 해결 중심의 국가 간 협력이 되어야 한다. 책임 공방과 비난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 세계환경의 날이 중국에서 개최됐는데.

▲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 행사를 중국 정부가 유엔환경계획(UNDP)과 공동으로 항저우에서 개최했다. 올해 주제가 대기오염이다. 반 위원장도 중국생태환경부 리간제(李干杰) 장관의 초청을 받았는데, 나와 김숙 위원장을 포함해 대표단을 꾸려 함께 참석했다. 중국의 유력한 인사들을 만나 대화를 나눴는데 상호 신뢰를 다지는데 소기의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일단 자신감에 차 있고 매우 개방적인 접근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와 다양한 채널을 통해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어떤 의견들이 도출됐나.

▲ 양국이 서로 협력해 근본 원인을 찾아가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에 의견이 일치했다. 앞으로 과학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간 협력은 기본이지만 협력 채널을 다변화해야 한다. 지방정부, 지자체, 시민사회의 상호협력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 중국의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 중국 국가체제의 특성이 있겠지만, 최근 강력한 정책을 펴면서 대기오염을 상당한 수준에서 개선했다는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자료 공유라든가 협력과 공조를 꺼리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개방성과 적극성을 두 개의 축으로 우리나라와도 협력을 확대해나갈 용의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2회로 이어집니다.>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은...

서울대학교 해양학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해양학 석사
뒤스부르크-에센 대학교 대학원 응용생태학 박사
뒤스부르크-에센 대학교 생태연구소 연구원
한국공해문제연구소 연구원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전문위원
유엔환경계획 에코피스리더십센터 평화협력분과 분과장
에너지시민연대 공동대표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
한국기후변화학회 이사
환경교육센터 이사
한국태양광발전학회 이사
제13대 시민환경연구소 소장
환경부 중앙환경정책위원회 위원
한국기후변화학회 이사
환경부 차관(2017~2018)
호서대 융합과학기술학과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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