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안병옥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2회

<1회에서 이어집니다.>

안병옥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
안병옥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

- 계절적 요인이 닥치면 미세먼지가 다시 불거질 텐데.

▲ 지금은 미세먼지 고농도 발생기간이 아니다. 12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가 고농도 시기인데, 이 기간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올해 9월 말까지 정부에 제안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9월 말로 잡은 것은 정부가 준비할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인식에서다.

 

- 몽골과 북한 등 타국의 영향도 많지 않나.

▲ 대기오염은 초국경적인 성격을 가진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몽골이나 북한 영향도 있을 수 있다. 물론 우리가 북한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있다. 일반적으로 편서풍 영향 때문에 서쪽 국가의 영향을 동쪽에 위치한 국가들이 받게 되어 있다. 하지만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시기에는 미미하지만, 서쪽이나 북쪽 국가들이 영향을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일본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시기에 따라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대기오염물질도 있다. 그 비율이 어느 정도냐 하는 것을 일률적으로 말하긴 힘들다. 기상조건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기 때문이다.

 

- 일본은 중국의 대기오염 영향권 밖으로 알고 있는데.

▲ 그렇지 않다. 일본도 중국과 우리나라의 영향을 받는다. 일본 연구기관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우리보다는 중국의 영향이 더 크다. 그런데 일본은 중국을 비난하는 것보다는 다른 접근방식을 택했다. 중국에 전문가들을 보내 컨설팅을 하거나 중국 전문가들을 일본으로 초청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전략을 세웠다. 만일 일본이 중국을 공식적으로 비난하거나 몰아붙였다면 양국의 협력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 일본은 어떻게 미세먼지 농도를 낮출 수 있었나.

▲ 일본은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엄청나게 줄였다. 노후경유차 퇴출 정책이 대표적이다. 경유차가 도심으로 진입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았다. 서울과 동경을 비교해 보면 동경의 미세먼지 농도가 서울의 절반 수준이다. 일본이 성공한 일을 우리라고 못 할 리 없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도 노력하면 대기 질을 일본 수준으로 개선할 수 있다.

 

- 석탄 화력발전도 짚어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부분에 대한 대책도 있는지.

▲ 구체적인 대책은 논의 중이다. 국내 통계로 보면 발전부문의 배출량이 전국 총배출량의 15% 정도다. 특히 충남지역에는 석탄 화력발전소 30기가 가동 중에 있다. 15%라고 해서 작은 것이 아니다. 충남지역으로 좁혀 분석하면 석탄발전소의 미세먼지 배출 기여도는 훨씬 올라가게 된다. 5개 전문위원회 중 저감위원회 등에는 발전업계 인사들도 참여하고 있다. 통계를 보면 최근 석탄발전소 발전량이 늘어났음에도 미세먼지 배출량은 줄었다. 저감 노력을 해왔다는 방증이다.

 

-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기에 국민들의 우려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 시기에 감축노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일상적인 감축도 꾸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국내에서 감축 노력을 기울이면 미세먼지 농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태가 아니다. 중국 영향이 절대적이라는 신념은 국내 감축노력은 해봐야 별 소용 없다는 인식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 스스로 노력하면 개선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야 정부 정책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사진=국가기후환경회의 사이트

- 노후경유차 도심 진입도 문제다.

▲ 자동차 등급제에 따라 노후경유차가 대부분인 5등급 차량의 도심 진입을 억제해야 한다. 경유차가 내뿜는 미세먼지는 양도 많지만 같은 양이라 해도 건강에 미치는 위해성이 너무 크다. 올해 3월 초처럼 고농도 미세먼지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에는 5등급 뿐 아니라 4등급도 운행을 제한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차량 2부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분석해 보면 2부제보다는 5등급 운행제한이 훨씬 더 감축 효과가 크다. 정책의 뼈대는 자동차 등급제를 중심으로 노후 차량의 운행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노후경유차 소유자들에 대한 지원책을 함께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노후 경유차에 생계를 의존하는 분들이 큰 부담 없이 차량을 대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

 

- 기후변화를 보자. 전 세계와 함께 한반도가 매년 뜨거워지고 있다. 100년 후 기후변화 양상을 전망해 달라.

▲ 미래에 대한 전망에는 늘 불확실성이 있다. 낙관적인 시나리오도 있고 비관적 시나리오도 있다. 인류가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시기 대비 2℃ 또는 1.5℃ 이내로 억제하는 것, 이게 낙관적인 시나리오다. 하지만 인체는 1℃만 올라가도 고열을 느낀다. 지구 평균기온이 2℃까지 올라간다는 것조차도 보통 일은 아니다.

 

- 기후 ‘임팩트’가 오는 것 아닌가.

▲ 얼마 전 호주 연구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2050년에 6~7℃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2050년이라는 지금부터 30여 년 후다. 특히 연안 지역에 위치한 ‘메가시티’(인구 1000만 명이 사는 대도시)들이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으로 변모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해수면 상승과 함께 극한 폭염이 20일 이상 지속되면서 도시기능이 완전히 마비된다는 것이다. 최근 발표되는 기후변화 시나리오는 과거보다 암울하고 비관적이다.

 

- 내륙지대는 안전한가.

▲ 안전하다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내륙에서는 해수면 상승과 같은 위협은 크지 않다. 예를 들어 중앙아시아 내륙에 있는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아 하천으로 흘러가는 물로 농사를 짓는 아시아 국가들이 많다. 갠지스 강이나 메콩 강, 이와라디 강 등 웬만한 큰 강들의 수원지는 히말라야 빙하다. 따라서 빙하가 녹게 되면 강물의 유량이 감소해 농사에 쓸 물이 부족해진다. 아시아인들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은 이 문제가 아닌가 한다.

 

- 폭염 강도가 높아지고 지속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 기후는 일정한 패턴을 두고 변화하는 것이 아니다. 폭염도 어떤 경우에는 굉장히 극단적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기후는 1~2년 기상 데이터를 보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최소 30년 이상의 자료를 분석해야 그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 폭염은 발생 빈도도 증가하고 지속기간도 늘어나고 있다. 한반도도 마찬가지다. 올해도 폭염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극단적인 폭염은 오지 않았으면 하지만 대비는 해야 한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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