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 제1야당

울고싶은 마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지금 심경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창 지지율이 올라야 할 시점이지만 안팎의 구설수로 인해 입지는 갈수록 흔들리고 있다. 최근 한국당은 생각지도 않던 ‘엉덩이 춤’ 논란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홍준표 전 대표가 얼마 전 “지금 야당이 쇼할 때가 아니다”고 한 경고가 현실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도 급속하게 흔들리고 있다. 어수선한 한국당 내 상황을 살펴봤다.

 

한국당의 지지율 상승 노력에 장애물이 등장했다.

황 대표의 ‘아들 자랑’ 논란, 국회 정상화 합의안 추인 거부 등으로 인해 가뜩이나 냉랭한 민심은 ‘엉덩이 춤’으로 정점을 찍게 됐다. 한국당은 최근 당내 행사장에서 일부 여성 당원이 장기자랑을 하다 ‘엉덩이춤’을 선보여 논란에 휩싸였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 4당을 비롯 시민단체들은 일제히 ‘성인지 감수성 제로', '여성비하'라며 집중포화를 했다. 우발적이었다는게 한국당의 공식 해명이었지만 사태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홍 대표는 이에 앞서 10여일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은 야당이 쇼할 때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투쟁을 할 때”라며 “보여주기식 행사라도 삼가하고 국민을 위해 투쟁하는 모습을 보이는게 살 길”이라고 말했다.

이번 ‘엉덩이춤’ 논란은 선정적인 퍼포먼스가 이슈였다는 점에서 한동안 회자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한 황 대표의 대응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더구나 ‘선정성’이 문제된 자리는 중앙여성위원회 주최로 열린 ‘2019 한국당 우먼 페스타 행사'였다.

‘남녀 성별 전쟁 아웃’, ‘여성 공천 30% 달성’, ‘여성의 힘으로 정치개혁’ 등의 구호를 내걸었지만 선정성 논란에 모든 게 가리워졌다.

이 자리에서 황 대표는 “여성 친화정당을 만들어가려고 하는데, 여러분들 여기에 동참해 주시겠나. 여러분들이 하셔야 우리가 여성 친화정당이 되는 것이다"고 호소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변질될 수 밖에 없었다.
 

‘철 좀 들어라’ 질타

문제의 퍼포먼스는 일부 지역 여성 당원들이 준비해 원탁토론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벌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노래를 부르다가 퍼포먼스 마지막에 무대를 등지고 돌아서서 바지를 벗었다.

'자유한국당 승리'라는 글자가 적힌 속바지를 연상케 하는 옷차림으로 엉덩이춤을 춰 논란이 확산됐다.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공당에서 그것도 여성위원회가 주최하는 행사에서 성인지감수성 제로의 행위까지 나왔다"며 "국회를 이렇게 멈춰 놓은 채 여성당원 바지 내리고 엉덩이 보여주는 공연에 박수치고 환호하는 당신들 도대체 뭐냐"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재정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여성중심 정당으로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 아니라, 여성을 도구로 당의 승리만을 목표로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한국당의 성인지 수준이 연이은 막말논란에서도 수차례 드러났지만 오늘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국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장제원 의원은 “울고 싶다. 저만 느끼는 허탈감인가"라며 "안에서는 선별적 국회 등원이라는 초유의 '민망함'을 감수하면서 입에 단내가 나도록 싸우고 있는데 밖에서는 '철 좀 들어라'라는 비판을 받는 퍼포먼스를 벌여야 했나"라고 지적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한국당은 여성을 위한다며 만든 자리에서 여성을 희화화했다"며 "더욱 절망스러운 것은 이를 보며 손뼉을 치던 당 대표의 경악스러운 성인지 감수성"이라고 비판했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여성을 희화화하고 도구화하는 퍼포먼스를 독려하고 앉아있는 것이 자유한국당의 승리입니까?”라고 질타했다.

일각에선 외국인 노동자 임금 차별과 아들 스펙 발언에 이어 '엉덩이춤' 논란까지 문제의 현장에 있는 황 대표를 향해 질타를 퍼붓고 있다.

사태가 들불처럼 확산되자 한국당은 입장문을 통해 “해당 퍼포먼스는 사전에 예상치 못한 돌발적 행동이었으며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어 "이런 논란으로 행사의 본질적 취지인 여성인재 영입 및 혁신정당 표방이라는 한국당의 노력이 훼손되는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는 또 ‘좌파 언론’으로 책임을 돌리려해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라야 했다. 그는 "우리가 좋은 메시지를 내놓으면 하나도 보도가 안 되고 실수하면 크게 보도가 된다“며 ”그래서 우리 당이 하는 일은 다 잘못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국회정상화 합의가 뒤집히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터라 예전같은 행보는 보이지 못하고 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한국당과 황 대표가 회복을 위한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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