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다산 정약용
다산 정약용

다산의 글에 「김백곡독서변(金柏谷讀書辨)」이라는 내용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백곡은 김득신(金得臣:1604∼1684)의 호이며 당대의 문인으로 크게 이름을 날린 분이었습니다.

“백곡 김득신은 그의 「독서기(讀書記)」에서 자기가 읽었던 여러 종류의 책의 읽은 숫자를 기록하였는데, 『사기(史記)』, 『백이전(伯夷傳)』의 경우는 무려 11만 3천 번을 읽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사서(四書)삼경(三經), 『사기』·『한서(漢書)』·『장자(莊子)』·한유(韓愈)의 문집 등 여러 책 중에서도 어떤 것은 6,7만 번씩이나 읽었으며 적게 읽은 것도 수천 번씩은 읽었다고 하였다.”라고 다산이 옮겨 적었습니다. 

그래서 다산은 말합니다.

“문자가 생긴 이래로 상하 수천 년과 종횡 3만 리를 통틀어도 독서에 부지런하고 뛰어난 사람으로는 당연히 김득신을 으뜸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라는 찬사를 바쳤습니다. 그러면서 다산은 몇 가지 의문점을 제기했습니다. 『백이전』을 온종일 읽으면 100번은 가능하다. 11만 3천 번을 읽으려면 꼬박 4년은 걸리는데 어떻게 다른 책을 읽을 수 있었겠는가라는 의문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독서기」는 김득신이 직접 기록한 내용이 아니고 작고한 뒤 다른 사람의 기록일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그러나 김득신의 시에 “한유 문장, 사마천 사기 천 번을 읽고서야 금년에 겨우 진사과에 합격했네(韓文馬史千番讀 堇捷今年進士科).”라는 내용을 보면 한유의 문집, 사마천의 『사기』를 천 번은 읽었다 했으니 대단한 독서라고 여길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유의 문집이나 사마천의 『사기』도 전체가 아니라 선집(選集)일 가능성까지 제기했습니다. 세상에서 책 많이 읽기로나 재주가 성하기로는 다산만한 분도 드문 일인데, 그가 김득신의 독서벽을 칭찬했음은 예사스러운 일은 아닙니다. 뒷날의 기록을 참고해보면 조선의 대표적인 다독 시인은 김득신으로 세상이 인정한 문사였으니 책을 많이 읽는 일처럼 중요한 일은 없다는 것을 알게 해줍니다.

 

다산 정약용
다산 정약용

애초에 김득신은 노둔한 어린 시절이 있었다고 합니다. 아버지께 아무리 두뇌가 좋지 않아도 열심히 책만 많이 읽으면 반드시 대문장가가 된다는 말씀을 듣고, 쉼 없이 책만을 읽다 보니 끝내는 머리가 트이고, 모든 책을 수천 번 수만 번씩 읽다 보니 마침내 뛰어난문사로 모두의 추앙을 받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천지현황삼년독 언재호야하시독(天地玄黃三年讀 焉哉乎也何時讀)”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우둔한 어린이가 천자문의 첫줄인 ‘천지현황’을 3년 동안 계속 읽다 보니 어느 날 갑자기 천자문의 맨 끝줄인 ‘언재호야’를 어느 때나 읽을 것인가라고 저절로 읽어내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전설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렇습니다. 책을 백 번 정도 읽다 보면 뜻이 저절로 파악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요즘처럼 책을 멀리하고 독서를 하지 않는 세태에서 김득신의 독서이야기는 새겨들어야 할 내용임에 분명합니다. 이렇게 책을 멀리하고 독서를 안 하는 국민들, 나라의 장래가 어둡기만 합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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