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차 두 잔 배달비 없이 15분 만에 배달?!
우유차 두 잔 배달비 없이 15분 만에 배달?!
  • 류지연 기자
  • 승인 2019.07.04 16: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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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류지연의 중국적응기 '소주만리'

내 나이 38세.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안정적인 한국생활을 뒤로 하고 타국에서 하루아침에 외노자(외국인 노동자의 준말) 신세가 되었다.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아프리카만큼 멀게만 느껴졌던 중국이라는 나라,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38살 아줌마의 중국 체험기, 지금부터 시작해본다.

 

타오바오와 함께하는 중국 입성기 ②

지난 글에서는 중국살이 5일차와 6일차에 타오바오에 입성해 11가지 물건을 사들인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씨앗을 뿌렸으면 거두어야 하는 법. 열심히 주문한 물건들의 배송 후기로 시작할까 한다. 주문을 한 날은 일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저녁, 중국은 땅덩이에 비해 배송이 엄청 빠르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봤던 터라 이미 월요일부터 내 마음은 택배 생각으로 두근거리고 있었다. 물론 택배기사가 전화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함께였다. 그래서 남편에게 도움을 청하니 “외국인이라 못 알아들어. 문자로 보내줘.” 이렇게 말하면 된다는 거였다. 파파고를 돌려 문장을 번역한 후 입속으로 중얼중얼거리며 연습해 보았다.(我是外国人. 听不懂. 请用短信发给我.)

그러나 판매자들은 애타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월요일에 아무런 연락이 없고 화요일도 해가 지나 수요일, 기다림에 지쳐갈 즈음 드디어 5개의 택배가 도착했다. 다행스럽게도 택배기사로부터의 연락은 없었다. 아파트에 놔두었으니 가져가라는 문자뿐. 남편이 관리사무소에 택배를 가지러 가는 걸 본 기억이 있어 떨리는 마음으로 관리사무소에 가 “택배(快递, 중국말로는 ‘콰이디’) 찾으러 왔어”라고 적힌 파파고 화면을 내밀었다. 그랬더니 수북이 쌓인 택배 더미를 열심히 뒤져준다. 근데 택배가 하나도 없다?!

당황한 나는 택배가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여준다. 그랬더니 말 안 통하는 나를 배려한 건지 몸소 나와서 옆방의 무인택배함 앞으로 데려가더니 직접 수취 화면을 눌러준다. 알고 보니 택배 문자에 8자리 번호가 있는데 그걸 무인택배함 화면에 입력하면 택배함이 열리면서 택배를 꺼낼 수 있었다. 다섯 개의 크고 작은 상자를 꺼내 들고 아이와 함께 바로 택배함 앞 벤치에 앉아 상자를 뜯기 시작한다.(나처럼 성급한 사람들을 위해 놔둔 벤치가 아닐까.)

처음 도착한 것들은 화장실 벽걸이 선반, 욕실 배수구 마개, 싱크대 배수구 거름망, 쌀통, 주방용 벽걸이 선반이었다. 쌀통이야 락앤락 정품이니 그렇다 치고, 다른 것들은 실물을 보니 살짝 실망스럽다. 특히 주방용 벽걸이 선반은 사진으로는 엄청 고급스러운 철제로 보였는데 받고 보니 왠지 싸구려 스테인리스의 탈을 쓴 플라스틱이라는 느낌이다. 타오바오에 대한 애정이 단 며칠 만에 이대로 식는 것인가.

나머지는 싼 게 비지떡이니 그냥 쓰고 주방용 벽걸이 선반은 반품에 도전하기로 한다. 그 다음날부터 의기소침해진 나에게 하루에 두어 건씩 택배 문자가 속속들이 날라 온다. 그런데 하루는 비가 와 택배를 가지러 가지 않고 다음날 들렀더니 무인택배함에서 24시간이 경과했다며 1원을 내라는 화면이 뜬다. 중국말을 아직 다 못 읽는 내가 어찌 알았냐면 이전에 베프(1화에 등장한 중국에 오래 산 친구, 앞으로는 ‘J’라고 칭한다)의 중국집에 놀러 갔을 때 J가 택배함 보관시간이 지났다며 1원을 내는 걸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면에 다른 글자는 몰라도 ‘1元’이란 글자를 보고 바로 ‘아, 돈 내라는 소리군’ 이해할 수 있었다. 위챗으로 재빨리 화면을 스캔해서 1원을 내며 3초쯤 나의 눈치에 스스로 뿌듯해 했다.

두 번째로 도착한 물건들은 가습기, 욕실화, 수전, 밥그릇, 바디워시(타오바오 3일차에 새로 주문)다. 유아 밥그릇에 딸려온 숟가락 마감이 너무 날카로워 과감히 버린 것만 빼면 그럭저럭 만족스러웠다. 주방 싱크대 수전을 바로 갈아끼우면서 드디어 물을 안 튀기고 설거지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이삿짐이 도착하지 않아 수전을 분해할 연장도 없는데 주방가위의 병따개 부분을 이용해 수전 조임쇠를 풀며 한 번 더 나에 대한 뿌듯함에 잠겼다.

 

싼 물건의 천국 타오바오, 1위안(한화 약 170원)짜리 불켜지는 귀파개
싼 물건의 천국 타오바오, 1위안(한화 약 170원)짜리 불켜지는 귀파개

그나저나 이제나저제나 눈 빠지게 기다리는 배즙이 일주일이 다 되어가도록 소식이 없는 것과, 반품 신청한 주방용 벽걸이 선반을 판매자가 반품 거절한 것 때문에 나는 다시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바로 타오바오 판매자와의 채팅. 이전에 얼핏 타오바오 직구 후기에서 타오바오에서는 판매자와 채팅이 가능해 가격을 깎아서 사기도 한다는 글을 봤었다. 그래서 타오바오 화면에서 얼굴처럼 생긴 이모티콘(물건 상세 페이지에서 왼쪽 아래에 ‘客服(고객 서비스)’이라고 되어 있다.)을 봤을 때 그게 대화창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과감히 눌러서 먼저 주방용품 판매자에게 반품하고 싶다고 한다. 대화창은 1:1이지만 사실 우리 사이에는 파파고느님이 있으니 3자 대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품이 조악하고, 선반에 거는 고리가 제대로 고정이 안 된다고 하자 판매자가 바로 고리 제대로 끼는 법을 사진으로 전송한다. 사진을 보고 나니, 음, 나의 실수다. 끼는 법을 제대로 몰랐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나사 없이 실란트로만 붙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사 구멍이 같이 있다고 하자 실란트만 붙여도 상관없단다. 그러면 너무 약할 것 같아 얼마까지 지탱 가능하냐고 물어보니 믿기지 않지만 20kg이란다. 그럼 할 수 없다. 마음이 약해져 그냥 쓰는 걸로 결정.

이번엔 배즙 판매자다. 배즙이 언제 오냐고 물어보니, 어이없게도 물건이 없단다. 대화창에 처음 들어가니 자동으로 뜨는 판매자 공지가 나오는데 9월부터 배송이 가능하단다. 가장 기다리던 제품인지라 오매불망 기다린 시간이 화가 난다. 그럼 물건을 왜 팔았니? 왜 내가 물어보기 전까지 가만 있었니? 상품설명에는 72시간 내 발송이라고 되어 있잖니? 화가 나서 다다다다(는 아니고 파파고를 왔다갔다하며 분주하게) 쏘아붙여보지만 이놈의 판매자는 그저 그때마다 ‘미안해’라는 말만 Ctrl+C(복사), Ctrl+V(붙여넣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어울리지 않게 ‘친(亲)’이라는 단어를 자꾸 남발한다.

J에게 물어보니 ‘亲’은 ‘dear’ 정도로 보면 된단다. 친한 사이에서 ‘자기야’ 정도의 호칭으로도 쓴단다. 위챗 대화창에 ‘亲’을 찍으니 ‘chu’라며 귀엽게 입맞춤하는 이모티콘이 뜨는 걸로 봐서 우리로 치면 ‘쪽’같은 소리로도 쓰나 보다. 배즙 판매자는 나를 약 올리는 걸까. 분노한 나에게 ‘dear’이든 ‘자기야’든 너무 들이대는 호칭이 아닌가. 나중에 알았지만 대부분의 판매자들은 일단 ‘亲’을 한번 부르고 시작한다. 우리로 치면 거의 ‘고객님’ 수준으로 별다른 의미 없이 쓰나 보다.

 

‘亲’을 남발하며 성의없는 사과를 하는 판매자
‘亲’을 남발하며 성의없는 사과를 하는 판매자

배즙 때문에 잠시 마음의 평정을 잃긴 했지만 판매자랑 대화를 한다는 게 묘하게 재미있다. 중국말을 거의 못하는 내가 문자로는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도 신이 난다. 내가 파파고인지, 파파고가 나인지,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른 느낌이랄까. 그 이후 타오바오 판매자와의 대화 및 협상에는 가속이 붙었다. 일단 50위안(한화 만 원 정도)이 넘는 건 무조건 깎아보기로 나만의 방침을 정한다. J에게 물어보니 물론 사업이 구매대행이긴 하지만 자신도 항상 깎아서 산다고 한다. 친구는 닮아가게 마련이다.

그렇게 성공한 파격적인 에누리 경험담은 다음 시간에 나누기로 하고, 오늘은 이쯤에서 시켜먹는 배달문화도 맛보기로 소개해본다.

그 이름도 위대한 ‘메이투안(美团)’을 알게 된 건 네이버 검색을 통해서다. 타오바오를 처음 시작하던 날, 남편이 이전에 이마트 상품의 중국 내 배송이 된다는 얘기를 했던 게 떠올라 네이버에 ‘이마트 중국 배송’을 찾아보았다. 그런 내용은 못 찾았지만 대신 중국은 음료수 한 잔도 집까지 바로 배달해 준다는 놀라운 이야기가 씌어진 블로그를 찾게 되었다. 그 앱의 이름이 바로 메이투안이었다. 그 즉시 ‘앱스토어’에서 검색해보니, 다운로드를 부추기는 평가들이 줄줄이 달려있었다. 한 평가자는 자기는 이 앱이 아니었으면 중국에서 굶어죽었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외국인들이 많이 쓴다는 방증처럼 영어로 된 평가도 많았다. 바로 내려받은 후, 남편에게도 그 이야기를 했다. 그래도 그때는(5일차) 아직 용기가 덜할 때라 남편을 시켜 우유차(奶茶) 두 잔을 주문, 한 잔에 10위안(한화 1,700원)짜리 우유차 두 잔이 배달비 없이 약 15분 만에 집으로 배달됐다!

그 이후로는 집에서 아이와 우유차 두 잔을 배달시켜 먹는 게 소소한 일상이 됐다. 가게에 따라 최소 주문가격이나 배달비용이 상이하지만, 자주 시켜먹는 한 찻집의 경우 음료 두 잔을 시킬 때 배달비가 4위안(한화 약 700원)이 붙는 걸로 봐서 배달비도 싼 편이다. 나 같은 외국인이나 중국말 문외한도 정말 사용이 편한 게 모든 메뉴가 다 실제 사진으로 제시된다. 그리고 타오바오처럼 해당 메뉴의 이번 달 주문고객 수, 평가 점수 같은 것들이 숫자로 나오기 때문에 잘 모르는 메뉴를 고르는 데 도움이 된다.

 

가게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 순으로 사진과 함께 메뉴를 볼 수 있다.
가게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 순으로 사진과 함께 메뉴를 볼 수 있다.

음료나 식사뿐 아니라 시장(마트), 신선식품(채소/과일), 약품도 배달이 된다. 우유차 배달에 재미를 붙인 이후로 식사도 몇 번 배달시켜 먹어봤는데 외출하지 않고도 거의 모든 음식점들을 집으로 불러들일 수 있으니 정말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이투안의 첫화면, 아이콘에 그려진 그림으로 구조 파악이 쉽다.
메이투안의 첫화면, 아이콘에 그려진 그림으로 구조 파악이 쉽다.

이후에는 ‘위챗’과 ‘카카오톡’ 단톡방을 통해 또 다른 중국의 배달 문화를 경험하게 된다. 3편을 기대하시라.

<류지연 님은 현재 중국 소주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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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진 2019-07-05 08:38:00
실감나는 이야기라 피부에 와닿는거 같아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