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일부 세력 때문에 원칙 포기하면 그동안 세운 모든 계획 중단될 수도”
“문 정부, 일부 세력 때문에 원칙 포기하면 그동안 세운 모든 계획 중단될 수도”
  • 최규재 기자
  • 승인 2019.07.08 1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층인터뷰] 강기갑 전 의원-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강기갑 전 의원
강기갑 전 의원

 

- 우리의 독립운동사, 여전히 제대로 평가하고 연구할 길이 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남북 분단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듯하다. 최근 약산 김원봉 서훈에 대해선 청와대가 등을 돌렸다는 느낌이다.     
▲ 독립운동사를 제대로 고민한 이후 친일세력들에 대한 엄정한 심판이 있어야 한다. 심판이라면 처벌일 수도 있고 용서일 수도 있다. 심판이란 게 “무조건 책임져라”라는 소리가 아니다. 적어도 반성과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연구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이승만 정권은 독립운동사와 친일세력에 대한 문제를 명확히 해야 했다. 결국 자기 권력에 눈이 멀어서 친일세력을 기반으로 권력을 잡았다. 그러니 친일 앞잡이들이 반성이나 성찰할 상황이 아니었다. 거기다 남북분단이 되어버리니 미군정에 있던 친일파들은 북쪽 간 사람들에겐 좌익으로 몰아버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정리정돈이 안 된 것이다. 그러니 김원봉도 북으로 가기 전부터 좌익으로 몰려 목숨이 위태위태했다. 김원봉은 독립운동사에서 정말 대단한 분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누가 그 분의 업적에 대해 손가락질 하겠는가. 너무나 안타까운 건 현재 정치인들이 진실을 떠나 자신의 표를 너무 의식하는데 있다. 이를테면 김원봉 서훈을 반대하면 어떤 진영의 표가 우리에게 올 것이라는 것을 의식하는 것이다. 이런 원인은 정당이나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하고 차기 권력에 대한 욕심 때문에 벌어진다. 진실과 올바름에 입각해서 평가하고 입장을 내지 못하는 문화가 여전하다. 정치가 국민들 의견을 존중하고 큰 흐름을 거부해선 안 되지만, 어느 선에서 국민들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설득할 수 있는 배포도 있어야 한다. 

 

- 어쩔 수 없이 북으로 간 김원봉에 대해선 야박한 현실이다. 남에 남았던 친일파, 그들의 청산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지. 
▲ 우리 국민은 아무래도 옳은 일에 앞장서고 바른말 하면 탄압하고 손해 본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부분이 알게 모르게 의식 속에 박혀 있는 듯 보인다. 그동안 역사를 보면, 국민 개개인의 처세나 삶에 영향을 주었으니 말이다. 친일파 문제와 관련해선 새롭게 밝혀지는 사실에 대해 명확한 기준으로 청산해 나가야 한다. 독립운동가들은 야박하게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그 후손들은 얼마나 억울해하겠는가. 훗날 우리 민족을 위해서도 친일파와 억울한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옮고 그름을 밝혀야 한다. 진실과 정의는 언젠가는 살아서 바르게 정리된다는 역사적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기이한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는다.

 

- 남북관계가 정상화의 길을 걷는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질척거리는 상황이다. 어떤 전망을 할 수 있나.
▲ 현재 남북관계는 제도적, 구조적 틀에서 우리 남쪽에서 키를 잡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유엔사라는 대리 주도권 구조가 돼 있는 한, 미국이 조금이라도 손가락이나 눈짓으로 까딱거리고 동의하지 않으면 구조적이거나 제도적으로 우리가 앞장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정권 차원 교류가 아니라 민간과 경제교류를 우선해서 남북간 여러 가치관을 차근차근 공유해야 한다. 자그마한 호미로 물길을 내면 물은 아래로 흐른다. 큰 강 공사가 아닌, 작은 호미로 물길 내는 게 민간교류라고 할 수 있겠다. 큰 강보다는 지류를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류가 큰 도랑이나 큰 강으로 변할 수 있다. 그런 흐름은 정권 차원에서 막을 수 없다. 정권이나 정치권에서 진정 남북관계 진전을 바란다면 그런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 남북간 농업 교류의 정상화도 강 전 의원의 바람이었다. 음양으로 교류 중이었는데 일반 국민들이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 예전부터 우리 남쪽은 평야 지대가 많아서 곡류를 많이 생산했다. 북쪽은 산악이어서 잡곡, 콩, 감자 등을 많이 생산했다. 분단되기 전까진 이걸 서로 나눠 먹는 상황이었다. 조선시대까지만 하더라도 한솥밥 식구라 봐도 된다. 현재 북쪽에선 식량 어려움이 많다. 그래서 가장 좋은 교류가 농업교류라고 본다. 그쪽에서 달러나 금전적인 지원보다는 눈에 보이는 식량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급진적인 교류 얘기를 하자면 우리 곡류 농법이 북쪽보다 수준이 높으니, 우리가 그곳에 가서 농사를 풍년 되게 잘 지어 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은 북한 농민들로부터 제공받으면 된다. 실은 북한도 미생물 농법에 관심이 많다. 미생물 농법도 서로 공유해서 남북한 농업교류를 확대시켜야 한다. 농업인 입장에선 이게 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통일의 초석을 다지는 데 효과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 남북이 실마리를 풀려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의 지원이 절실하다. 낙관론과 비관론을 동시에 언급하자면. 
▲ 미국이나 일본이 남북통일을 겉으로는 원하는 것처럼 액션을 취하지만 실제로는 원하고 있지 않다. 중국 역시 남북 분단을 기회삼아 북의 지하자원을 저렴한 가격으로 채굴해간다. 주변 강대국들은 남북관계 진전이 자신들 이익에 반한다. 따라서 그들을 너무 의존해선 안 된다. 결국 민간교류가 중요하다. 남북 민간인들이 서로 교류하고 남북관계가 진전된다면 주변국에서 함부로 하지 못한다. 개성공단이 그래서 중요하다. 그런데 개성공단 폐쇄는 분명 미국의 입김이 있었다고 여겨진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개성공단을 기만한 건 미국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두 정권의 성격과 맞물려 미국이 지시했거나 혹은 눈감아 준 것이다. 개성공단이라는 그 물고, 큰 강으로 흐르거나 큰 강으로 변하는 그 물고를 막은 것이다.   

 

- 얼마전 이희호 여사가 영면했다. 이 여사는 남편이자 동지로서 통일운동에 앞장섰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뗄 수 없는 관계다. 이 여사의 소천에서 상기되는 부분이 많을 것 같다. 어쩌면 DJ(김대중 정부 포함)와 강 전 의원이 몸담았던 과거 민주노동당(전 진보신당-정의당 포함)과는 통일운동 노선에 있어 공통점도 있었지만 차이점도 있었을 법한데. 
▲ 진보정당은 진보정당으로서의 열망이나 조급함이 있기 마련이다. 소속 당원 스스로 각자 전폭적인 행보를 했으면 하는 절박함은 컸었다. 그런데 돌아보니 김대중-이희호 두 분과의 노선차이는 없었다. 당시 제가 속한 진보정당 입장에서는 그 두 분이 우유부단해 보였는데, 지금에 와서는 이해가 된다. 대통령이라는 권력과 정치주도권을 잡고 길을 나설 때는 전체 국민들의 정치수준과 의식, 인식의 폭을 무시하고 행보를 이어갈 수 없다는 점에서다. 우리의 경우 소수정당이었고 그래서 화끈하고 솔직담백한 논조를 펼쳤었다. 소수정당은 그렇다. 절박감이 커서 주장이 세고 강하다. 만약 우리가 권력을 쥐었더라도, 전체 국민들 동의를 통해 이전과의 강성한 부분을 부드럽게 포장해서 통일운동을 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지점에서 김대중 정부를 이해한다. 김대중 정부 당시 솔직히 불만이 많았다. 과감하지 않고 왜 미국 눈치만 보느냐는 식의 불만을 토로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치라는 게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진보정당의 행보가 어리광이었다는 식으로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보자면 거친 면이 없잖아 있었지만, 평화통일에 대한 염원과 진심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와 큰 차이가 없었다.   

 

- 지금까지의 문재인 정부, 남북관계 실타래를 푸는 데 있어서는 일정 부분 공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반면 북한 눈치만 보는 것 아니냐 식의 비판적 목소리도 큰 게 현실이다. 어떻게 평가하나.
▲ 일정한 정도의 공이 아니라 정말 진정성을 갖고 우리 민족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고 여긴다. 문 대통령의 경우 통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힘 있게 펼쳐나간 분이다.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남북관계, 미래를 보면 무조건 아낌없이 투자해야할 관계다. 우리 국민들께서 그런 혜안으로 문재인 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해 박수를 보냈으면 한다. 허리에 있는 철조망을 여전히 감고 있으니,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이 무슨 일을 편안하게 할 수 있겠나. 가다가 중지하면 아니 간만한도 못하다는 말이 있다. 어려움이 있고 난간에 부딪히더라도 끝까지 가야 성과가 있다. 통일 정책에 있어 말도 안 되는 비판이나 발목잡기에 당황하면 안 된다. 발목잡기에 일부 국민들이 환호한다고 해서 원칙을 포기하면 그동안 세운 모든 계획이 중단될 수 있다. 일부 국민들 입장을 무조건적으로 무시할 수 없지만, 옳다고 생각하면 설득하고 추진하는 담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부분 빌미가 되어 사사건건 발목이 잡히면 나중엔 오히려 더 무능하고 아무런 성과도 못 낸 정권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남북의 평화는 우리 국민 대다수가 원한다. 결단했으면 끝까지 밀어붙여서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  

 

- 농업인으로서, 과거 정치인으로서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미생물농업을 하면서 깨달은 바가 많다. 좌나 우나 모두 함께 가야 한다. 극단적 세력 외에는 웬만하면 함께 가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이나 집단을 미생물에 비유하자면 해로운 미생물도 있다. 그렇다고 해로운 미생물을 없애버리면 안 된다. 이런 미생물을 통해 좋은 미생물들이 성찰하기에 말이다. 해로운 미생물이 없으면 게을러서 진화가 안 된다는 얘기다. 부연하자면 외부에서 더 나쁘고 강한 미생물이 쳐들어오면 내성을 지니지 못한 기존의 멀쩡한 미생물 조직도 망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길게 보면 해로운 미생물도 살려둬야 한다. 누가 나쁘고 좋고를 떠나 서로 견지하고 진리와 상생의 길에서 상부상조해야 한다. 미생물 이론이 그렇고, 정치도 그렇게 가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