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이 좋아서 방콕을 떠나기로 했다
방콕이 좋아서 방콕을 떠나기로 했다
  • 김준아 기자
  • 승인 2019.07.09 17: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기, 주나 – 세계여행]

<여기, 주나>는 여행 일기 혹은 여행 기억을 나누고 싶은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의 세계 여행기이다. 여기(여행지)에 있는 주나(Juna)의 세계 여행 그 네 번째 이야기.

 

어쩌다 보니 방콕. 어쩌다 보니 말로만 듣던 카오산로드. 어쩌다 보니 쿨 내 풍기는 친절한 사람들 속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어쩌다 보니 방콕. 어쩌다 보니 말로만 듣던 카오산로드. 어쩌다 보니 쿨 내 풍기는 친절한 사람들 속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장기여행의 매력에 빠지다.
지금까지 짧으면 무박, 길어도 한 달 동안 해외여행을 다녔었다. 그래서 항상 그 짧은 시간동안 해야 할 일들을 철저하게 계획했고, 계획에 맞춰 바쁘게 돌아다녔다. 보고 싶은 것도 많고, 할 일도 많고, 먹어야 할 것들도 많았다. 그런데 여행을 시작한 지 5일 만에 무계획이라니. 일단 푹 잤다. 심지어 알람도 맞추지 않고 12시부터 12시까지 잤다. 일어나서 뭐할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호스텔 방을 청소하는 친구가 들어와서 인사를 했다. “Good morning!” 그 친구가 알아듣지 못하고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 태국어 공부를 하자! 일단 필기구를 챙겨 숙소 근처 카오산 로드에 밥을 먹으러 갔다. 신나는 마음에 액션 카메라를 켰는데 배터리를 안 가지고 나왔다. 다시 들어가서 가져올까 고민했지만 어차피 내일 또 나오면 된다. 밥을 먹고, 저렴한 가격이지만 엄청난 퀄리티의 마사지도 받고, 카페에 가서 여유롭게 밀린 다이어리와 가계부를 쓰고, 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간단한 인사말을 공부하며 마음먹었다. 앞으로 새로운 나라에 가면 그 나라의 “안녕하세요”와 “고맙습니다”부터 배우기로. 공부를 하고 방콕에 대해 알아보다가 갑자기 가고 싶은 곳이 생겨서 수상 버스를 타고 가서 구경을 했다.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배가 고파서 편의점에 들렀다. 엄청 신중하게 골랐는데 내 입맛에 안 맞았다. 내일은 다른 거 먹어 보지 뭐! 오늘을 오늘대로 즐길 수 있고, 내일을 내일대로 즐길 수 있는 장기여행. 정말 매력적이다.

 

‘한국 나이로 몇 살 이지?’ 해외여행 열흘만에 정말 해외에 적응 완료했다. 진짜 세계 여행자가 된 기분이다.
‘한국 나이로 몇 살 이지?’ 해외여행 열흘만에 정말 해외에 적응 완료했다. 진짜 세계 여행자가 된 기분이다.
7.5바트(약 300원)짜리 버스에는 에어컨도 없고 창문도 없다. 로컬이 된 거 같은 신나는 기분으로 옆에 앉아 계신 분 한테 사진을 부탁했다.
7.5바트(약 300원)짜리 버스에는 에어컨도 없고 창문도 없다. 로컬이 된 거 같은 신나는 기분으로 옆에 앉아 계신 분 한테 사진을 부탁했다.

장기 배낭 여행자에게 방콕의 장단점
먼저 장점부터 말하자면 물가가 엄청 저렴하다. 시간은 많고 돈은 없는 배낭여행객에게 100바트의 행복을 주는 곳이다. 1바트가 약 35원이니까 100바트는 한화로 약 350원이다. 그런데 야시장을 가면 대부분의 기념품이 100바트인 것이다. 택시비도 기본료가 35바트인데(약 1500원) 나는 시간이 많으니까 버스를 탄다. 물론 3박 4일 여행 와서 파타야까지 다녀오는 바쁜 관광객은 당연히 시간 절약 겸 한국 돈으로 평균 5000원도 안 나오는 택시를 타는 게 이득이다. 그런데 나는 아끼는 만큼 하루 더 있을 수 있으니까 당연히 버스를 탄다. 버스 요금은 무려 15바트(약 600원). 그런데 한 번은 창문 없는 버스를 타서 너무 신났는데 15바트 내고 거스름돈을 받았다. 뭐 지? 계산해보니 무려 7.5바트(약 300원)인 거다. 에어컨도 없고 창문도 없는 버스여서 그런 것 같다. 방콕에서 버스를 타면 한국인은 무조건 나 혼자이고 관광객도 드물었다. 창문 없는 버스 탄 날 신나서 옆에 앉아 계신 분 한테 사진도 부탁했다.
이렇게 좋은 방콕의 단점은 물가가 저렴하다는 것이다. 하… 사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정말 귀여운 코끼리 지갑은 물론이고 원피스, 가방 등 모두 100바트이다. 100개 사가서 친구들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코끼리 바지도 5개 사가서 가족 잠옷 하고 싶었다. 만약에 마지막 여행지가 방콕이었으면 난 아마도 캐리어를 하나 샀을 거 같다. 너무 힘들었다. 정말 갖고 싶은 게 많았다. 장기 여행자에게 어마어마한 장점과 단점이 있는 방콕이다.

 

100바트짜리 원피스와 100바트짜리 가방. 방콕의 물가는 세계 여행자에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100바트짜리 원피스와 100바트짜리 가방. 방콕의 물가는 세계 여행자에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방콕 사람들
여행을 하면 그 여행지에 대한 기억의 8할은 사람으로 남는 거 같다. 방콕 사람들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쿨내’ 풍기면서 친절한 사람들. 버스 타면서 목적지를 말하니 내릴 때 일부러 찾아와서 내리라고 말해준 안내원부터 처음으로 택시 탄 날 잔돈이 10바트 모자라서 큰 지폐를 내미니 쿨하게 10바트 깎아 준 기사님. 길을 못 건너고 있으니까 차 막아주면서 같이 길 건너 준 경찰관. 영어 잘 못하는데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친절하게 대해준 게스트하우스 사장님. 아, 한 번은 버스 옆자리에 앉은 현지인이 갑자기 내 목적지 전 정류장에서 말을 해주었다. 아마 내가 버스 요금 낼 때 목적지 말한 걸 들은 것 같다. 어쩌다 보니 방콕. 어쩌다 보니 말로만 듣던 카오산로드. 어쩌다보니 이렇게 쿨내 풍기는 친절한 사람들 속에서 일주일이 지났다. 떠나지 않으면 눌러 앉을 것 같은 방콕을 떠나기로 했다. 방콕이 좋아서 방콕을 떠나기로 했다.

 

아유타야 보리수나무 속 불상. 미얀마의 침략을 받았을 당시 잘린 불상의 머리에 오랜 시간에 걸쳐 나무가 자라면서 만들어진 형태라고 한다.
아유타야 보리수나무 속 불상. 미얀마의 침략을 받았을 당시 잘린 불상의 머리에 오랜 시간에 걸쳐 나무가 자라면서 만들어진 형태라고 한다.
떠나지 않으면 눌러 앉을 거 같은 방콕을 떠나기로 했다. 방콕이 좋아서 방콕을 떠나기로 했다.
떠나지 않으면 눌러 앉을 거 같은 방콕을 떠나기로 했다. 방콕이 좋아서 방콕을 떠나기로 했다.

세계여행자로 살아가기
방콕에서 치앙마이까지 정확히 14시간 15분 동안 기차를 탔다. 온라인에서 침대칸이 매진이라 엄청난 고민 끝에 앉아서 오는 자리 예매했는데 다행히 기차역에서 침대칸으로 바꿀 수 있었다. 2층이긴 했지만 어차피 밤이었고, 아침엔 앉아서 창밖을 볼 수 있어서 괜찮았다. 비행기 가격이랑 비슷했지만 그냥 기차를 타고 싶었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 홍콩을 들렸다가 바로 호주를 가려고 여동생에게 가져다 줄 짐을 챙겼었다. 그 짐을 들고 저가항공타면 수화물 추가 결제도 해야 하고, 공항에서 체크인하고 도착해서 짐 찾는 시간도 아까웠다. 이런저런 이유로 기차를 타고 싶었다. 아니, 솔직히 가장 큰 이유는 배낭 여행자로서 낭만을 즐기고 싶었다. 나의 신분을 만끽하고 싶었다. 그렇게 2층 침대 칸 열차를 타자마자 잠이 들었고 푹 자고 아침이 되어서 일어났다. 난 정말 여행자 체질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1층으로 내려와 3시간동안 창밖을 보았다. 배터리도 없고 와이파이도 없어서 창밖을 보는 것밖에 할 일이 없었다. 하늘은 파란색, 땅은 초록색. 5년 전 한 달 동안 호주 여행을 할 때 3일 내내 이렇게 달린 적이 있다. 그때 생각이 났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내가 이러고 있을 줄 알았을까? 이렇게 정말로 꿈을 이루고 있는 내 자신이 굉장히 대견하고 고맙다. 그때와 달라진 점은 25살이 30살이 되었다는 거? 기차에서 이 생각을 하면서 한국나이를 잠시 생각하게 되었다. ‘한국 나이로 몇 살이지?’ 해외여행 열흘 만에 정말 해외에 적응 완료했다. 진짜 세계 여행자가 된 기분이다. 이렇게 여행자의 기분으로 나는 오늘도 여행길이다.

 

김준아는...
- 연극배우
-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
- Instagram.com/junatou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