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부정적 요소 혼재

무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실업문제는 여전히 가장 어려운 숙제로 남아 있다. 일부 호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도 고용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28만명 이상 늘어나며, 1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노인 일자리 영향을 배제한 15∼64세 고용률도 역대 최고치를 찍었고, 30대 고용 상황도 소폭 개선되는 등 호재도 들린다. 그렇지만 여전히 제조업과 40대의 고용률이 안 좋아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업 문제’를 살펴봤다.

 

고용의 폭은 늘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취업자는 2740만 8000명으로 1년 전보다 28만 1,000명(1.0%) 늘었다. 이는 작년 1월 33만 4000명이 증가한 이후 1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지난해 월평균 9만 7000명에 그쳐 ‘고용참사’란 비판을 받았던 취업자 증가 숫자도 올해 상반기엔 평균 20만 7000명까지 반등에 성공하는 등 청신호도 보인다.

업종별로는 ‘고용 효자’ 분야로 꼽히는 보건ㆍ사회복지(+12만 5000명), 정보통신업(+4만명), 전문ㆍ과학ㆍ기술서비스업(+2만 3000명)에서 일자리가 약 19만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6월 이후 13개월 연속 동반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와 함께 관광객 증가로 단기 아르바이트가 많이 생기며 숙박ㆍ음식점업 취업자도 6만 6000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제조업(-6만 6000명)과 도ㆍ소매업(-4만명)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악영향

통계청 관계자는 “긍정적인 신호와 부정적인 신호가 혼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드는 노인 일자리 사업(월 27만원) 영향을 배제한 지난달 15∼64세 취업자는 6만 9000명 늘었다. 15∼64세 취업자는 작년 3월부터 올해 4월까지 월평균 6만 7000명씩 감소한 바 있다. 그러다 5월엔 5만 9000명 늘었고 두 달째 연속으로 증가했다. 15∼64세 고용률은 67.2%로, 통계를 집계한 1989년 이후 최고치였다.

40대와 함께 지난해 고용참사의 직격탄을 맞았던 30대 고용도 소폭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타났다. 지난달 30대 취업자는 3만 2000명 감소했지만, 올해 1∼5월 사이 9만 7000명이 줄어든 것에 비하면 감소폭이 줄었다. 30대 인구감소 요인을 고려한 고용률은 지난달보다 0.5% 상승했다.

하지만 악재도 보인다. 전통적인 일자리 창출 영역으로 ‘꼽히는 제조업 취업자는 작년 4월 이후 15개월 연속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올해 조선ㆍ자동차 취업자가 증가세로 돌아서며 “바닥을 쳤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대신 반도체 일자리가 빠르게 줄며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반도체와 연관된 전자부품 및 전기장비 업종에서 취업자가 약 6만명 줄었다. 이는 제조업 감소분인 6만 6000명의 90%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달 40대 취업자는 18만 2000명 줄며, 작년 6월 이후 13개월 연속 ‘10만명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고용률도 17개월 연속 감소했다. 40대 취업자의 약 33%를 차지하는 제조업과 도ㆍ소매업 부진의 영향의 직격탄을 받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분(28만 1000명)의 76%(21만 3000명)가 65세 이상 노인이고 주 17시간 미만 초 단시간 근로자가 20만 9000명 늘어난 것도 부정적 요인으로 지적된다.

지난달 실업자는 1년 전보다 10만 3000명 늘어난 113만 7000명이었다. 6월 기준으로는 1999년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다. 작년엔 5월에 치렀던 지방직 공무원 시험이 올해는 6월에 이뤄지며 공무원 시험 응시생들이 실업자로 집계된 영향이 컸다.

통계청은 지난달 청년층(15∼29세) 실업자 증가 숫자인 6만 5000명의 상당수가 이 같은 ‘공시생’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60세 이상 실업자가 4만명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28만 1000명 늘어 1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으면서도 실업자 수 역시 113만 7000명으로 조사돼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점이 눈길을 끈다. 한마디로 긍정과 부정 지표가 혼재된 상황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7.2%로 전년과 비교해 0.2% 상승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9년 이후 동월 기준 최고치였다.

15세 이상 전체 고용률은 1년 전보다 0.2% 오른 61.6%로, 1997년 6월(61.8%)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았다. 40대를 뺀 모든 연령대에서 고용률이 전년보다 상승했다.

6월 전체 실업자는 1년 전보다 10만 3000명 늘어난 113만 7000명으로, 6월 기준으로는 1999년 6월(148만 9000명) 이래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6월 실업률은 4.0%로 전년보다 0.3% 상승했다.

15∼29세 청년 실업률 역시 1.4% 상승한 10.4%로 집계됐다. 두 지표 모두 6월 기준으로 1999년 이래 역대 최고치다. 기획재정부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고용 여건이 개선되고 있지만 우리 경제의 주력 산업인 제조업의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공시생’ 증가 시점

고용률과 실업률이 동시에 역대 최고치를 찍는 기현상은 모집단인 경제활동인구가 크게 늘어난 영향도 있다.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어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자 구직활동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원하는 재정 일자리 확충으로 노년층 취업자가 증가해 고용률은 상승했지만 경제의 주축이라 할 수 있는 제조업과 40대 고용률은 여전히 어둡다.

통계청 관계자는 “경기가 하강국면이긴 하지만 통상 고용은 경기에 후행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고용률이 하락하면서 실업률이 상승한다면 경기가 어려워진다고 볼 수 있지만 전체 일자리가 열리면서 취업자가 증가하고, 구직자도 늘어 실업률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서비스업 고용이 많이 늘었고 정부의 재정 지출로 노년층 일자리가 증가한 영향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아직은 선순환으로 보기 어렵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핵심 연령층과 제조업의 부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금융·보험업의 취업자가 79만 9000명으로 1년 전보다 6.0%(5만 1000명)나 감소한 것도 눈길을 끈다. 주요 업체들이 채용 규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중은행의 점포 축소 계획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하강국면을 나타내는 상황이고 주요 산업 고용이 부진한 상황에서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이 고용률을 견인하고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정부가 지원하는 재정일자리가 전년대비 10만명 가량 늘어 전체 취업자 증가폭의 상당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고용률 상승에 정부 지원이 영향을 준 것은 맞지만 다른 분야의 취업자 증가도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정일자리 외 사회복지 같은 서비스 수요가 증가하면서 관련 취업자도 많이 유입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공공과 함께 민간 분야의 일자리 창출도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단 30, 40대 취업자 감소는 여전했다. 6월 30대 취업자는 3만 2000명 감소했으며, 40대는 18만 2000명이나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60세 이상 취업자는 37만 2000명 늘어나 대조를 보였다. 젊은층의 경우 취업이 안되는 가운데 노인구직활동이 활발하면서 고용지표가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체감실업률을 나타내는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11.9%로 1년 전보다 0.5% 상승했다. 청년층(15∼29세) 고용보조지표3도 24.6%로 같은 기간 1.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경제의 고질병으로 나타난 실업 문제가 올 여름 오아시스와 같은 해결책을 찾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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