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비채

 

전작 '팬텀'의 총성 이후, 오슬로 경찰청. 경찰들을 노리는 새로운 연쇄살인범이 등장한다. 자신이 수사하던 미제사건 현장에서 참혹하게 죽어가는 경찰들. 마침내 오슬로는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단 한 사람 ‘해리 홀레’를 그리워하는데….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제10권 '폴리스'가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출간되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경찰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의 면면을 들여다본 소설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시민을 지키지만 정작 소중한 이들을 잃고 마는, 경찰이라는 이름의 사람들. ‘굿 캅’에게나 ‘배드 캅’에게나 고단할 뿐인 하루하루는 작가 요 네스뵈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경찰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시리즈의 열 번째 책인 만큼, 해리의 이야기 역시 또 다른 시작을 향해 간다. 뿐만 아니라, '스노우맨' '레오파드' '레드브레스트' 등에 나온 사건과 반가운 캐릭터들이 재등장해 요 네스뵈의 팬들만이 알아볼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한다. 권두에 전작 줄거리와 인물 소개를 넣어 전환점을 맞은 시리즈의 이해를 도왔다.

오슬로 국립병원의 폐쇄된 병동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경찰들의 밤샘 경호를 받으며 한 ‘환자’가 누워 있다.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혼수상태의 환자. 그리고 환자가 영원히 눈 뜨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 한편, 오슬로 외곽의 숲에서 퇴직한 경찰이 살해당한다. 시신은 머리의 형체를 알아볼 수조차 없고, 살해 현장은 공교롭게도 십 년 전 같은 날짜에 그가 수사하던 곳이다. 이른바 ‘경찰 킬러’ 연쇄살인의 시작이었다. 장례식장에서 만난 군나르 하겐과 베아테, 카트리네 브라트, 비에른 홀름은 오직 한 사람만이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경찰청장으로 영전한 미카엘 벨만은 경찰 킬러 사건 때문에 여론의 뭇매를 맞고, 미카엘의 ‘더티 잡’을 대신해온 버너 트룰스는 자신을 지켜주지 못하는 미카엘에게 처음으로 거리감을 느낀다. 오슬로는 마침내, 단 한 번도 반긴 적 없는 그 남자, 해리 홀레를 그리워한다. 대체 해리는 어디에 있는 걸까?

'폴리스'는 선택에 대한 소설이다.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를 읽은 사람이라면, 특히 제9권 '팬텀'을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의문을 품을 것이다. ‘왜 해리는 늘 잃는 사람일까?’ 그러나 '폴리스'에서 작가는 선택의 순간을 여러 번 제시함으로써 상실이야말로 해리의 운명이지만, 동시에 해리의 선택이기도 했음을 보여준다. 해리는 분명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다치고 피 흘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으면서도 늘 사건을 ‘해결했다.’ 해리가 영원히 경찰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폴리스'는 제목 그대로 경찰에 대한 소설이기도 하다. 200페이지가 넘어가도록 해리의 행방은 묘연하기만 하다. 대신 경찰들의 다양한 삶이 그 자리를 채운다. 경찰대학에 다니며 강력반 형사를 꿈꾸는 훈련생, 한 번의 실수로 출세길이 막혀버린 왕년의 형사, 출세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엘리트, 증거물과 밤낮 씨름하며 살았지만, 정작 가족을 잃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과학수사관…. 초반부의 주인공은 경찰 그 자체라 보아도 좋을 정도다. 해리가 ‘전설로 기억되는’ 훌륭한 형사였으며 그의 삶이 다른 경찰보다 더 드라마틱하긴 했지만, 한 가지 명제에서는 그 또한 다른 경찰과 같았다. 행복한 경찰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는 것. '폴리스'에서 해리는 또다시 막다른 골목에 선다. 장장 열 권을 이어온 이 거대한 이야기가 막을 내릴지, 혹은 생각지도 못한 전환점을 맞이할지… 모든 것은 해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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