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핵전쟁 제거할 ‘비핵지대 창설’ 공론화 필요"
"한반도 핵전쟁 제거할 ‘비핵지대 창설’ 공론화 필요"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9.07.15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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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3회

<2회에서 이어집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 평화운동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 평화운동가

 

- 변수는 있나.

▲ 있다면 그의 주특기인 ‘빅딜’이다. 이것은 하노이 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에게 요구했던 사안인데, 핵심 골자는 북한이 핵뿐만 아니라 모든 탄도미사일과 생화학무기, 그리고 이중용도 프로그램 폐기와 함께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으로 넘기라는 내용이다. 또한 이들 사업 종사자들의 직업 전환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이것을 실행하면 ‘북한경제의 밝은 미래’ 보장을 약속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거부했다. 사실상 무장해제 요구이자 항복문서로 간주했다. 결국 미국의 ‘빅딜’ 제안은 ‘노딜’로 끝났고, 이는 미국도 충분히 예견한 터였다. 미국이 향후 협상에서도 이 같은 일방적인 입장을 고수한다면 또다시 ‘노딜’로 끝날 것이다.

 

- 1년 넘게 합의에 실패했다.

▲ 현재 의견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북미 양측이 유연성을 발휘해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의 조합’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최종상태(End State)에 먼저 합의하고 나서 이를 단계적 이행으로 하자는 취지다. 문재인 정부도 이 방안을 선호하고 있고, 또한 북미 양측의 간극을 좁혀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우선 당사자들이 합의한 비핵화에 대한 확실한 정의 자체가 부재한 상황이다. 1년 넘게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은 앞으로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 미국의 대북제재도 장기화 할 텐데.

▲ 북한으로서는 ‘첫 공정’으로 핵물질 생산중단을 위한 시설폐기에 동의하더라도 그 시설의 범주를 어디까지 잡는가도 관건이다. 미국은 영변 이외에도 강선에 제2의 우라늄 농축 시설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신하고 있고, 이것 말고도 어디엔가 또 있을 것으로 의심하는 상황이다. 북한의 핵동결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 특히 대북제재 완화수준에 합의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비핵화 정의와 목표에 접근할수록 지금까지 부각되지 않았던 문제들이 튀어 나올 수밖에 없다. 대북체제 안전보장이 바로 그것이다. 북한의 핵 폐기는 돌이키기 힘든 물리적 조치다. 그에 따라 북한은 이에 상응하는 군사적인 조치를 한국과 미국에게 요구할 것이다.

 

- 해결방안은 없는지.

▲ 군축과 비핵지대 창설 공론화가 필요하다. 하나하나가 쉽지 않은 문제들이지만, 해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비핵화에 이것저것 뒤섞지 말고 북 핵 폐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북한은 비핵화의 핵심인 핵물질과 핵무기 폐기방안을 밝혀야 한다. 대북제재 완화도 북한이 약속을 불이행 할 시에 제재를 다시 부과한다는 ‘스냅 백(Snap Back)’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우라늄 농축 의심시설에 대해서는 과거 금창리처럼 현장방문을 통해 확인하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다.

 

- 정 대표는 한반도 비핵지대 창설을 말한 바 있다.

평화협정 체결이라는 것은 법적·제도적 장치가 일치해야 한다. 북미관계 정상화와 같은 외교적 조치도 좋지만 군축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가장 까다로운 문제점이라면 거의 공론화되지 않은 대북안전보장 문제에 대해 지금부터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한반도 비핵화의 최종상태로 한반도 비핵지대 창설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비핵화와 달리 비핵지대에는 이미 국제법적으로 통용되어온 정의가 존재한다.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위험을 근원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 향후 북미 실무협상 팀 어떻게 꾸려질 것으로 보이나.

▲ 북미 정상의 ‘판문점 번개 미팅’에서 나온 실질적인 합의 성과는 실무회담 재개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주 내 실무회담 재개’를 말했고,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생산적 대화 재개 적극 추진’ 합의를 보도했다. 이에 따라 7월 중에 북미 실무회담 재개 가능성도 커졌다. 실무회담의 미국 측 대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휘봉을 잡고,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임무를 맡는다. 반면 폼페이오의 북한 측 파트너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에서 리용호 외무상으로 바뀌었고 비건의 상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 트럼프가 실세인 ‘비건’을 전면에 세울 전망인데.

▲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불확실성은 존재한다. 최선희는 북미 협상에 가장 정통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임을 받고 있어 실무회담 대표로 적임자일 수는 있다. 동시에 최선희가 직책상으로는 비건보다 높은 국무부의 부장관급에 해당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트럼프는 비건이 자신을 대표해서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비건이 형식상의 직책은 낮지만 자신의 지침을 가장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 주목해달라는 뜻이다. 아마도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회동에서 이점을 강조했을 것이다.

 

- 북미 간 협상에 정부가 협력할 부분이 있을지.

▲ 트럼프와 김 위원장이 우정을 과시하고 있지만, 양국은 여전히 적대관계다. 예를 들어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했지만, 과연 비핵화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도 없다. 핵뿐만 아니라 모든 생화학 무기까지 폐기하라는 미국 요구에 북 측은 ‘우리보고 항복하라는 거냐? 그건 어렵다’고 선을 긋고 있다. 이런 난국에서 미국이 WMD(Weapons of Mass Destruction, 생화학무기 및 중장거리 미사일, 핵무기 등 짧은 시간에 많은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를 계속 고수한다면 6자회담이든 고위급 회담이든 열리기는 힘들다. 거꾸로 북한은 단계적 조처에 집착해 왔는데, 북한도 핵무기와 핵물질 폐기에 대해 확실하게 어떻게 폐기하겠다는 제시는 없다. 그런 상황에서 ‘영변+∝’ 정도 상태에서 제재완화를 요구하니까 당연히 미국 내 강경파들이 ‘북한의 술수에 말려 든 거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 미국과 북한도 방향을 못 잡는 상황이다. 중재자로서 한국은 어떤 요구를 해야 하나.

▲ 반복하지만 미국은 비핵화에서 자꾸 이것저것 섞으면 안 된다. 북한도 비핵화를 하겠다면 핵무기와 핵물질 처리에 관한 합의를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은 ‘그러면 미국이 다 알아서 해라’고 나올 것이고, 그 부분에 대해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미국에게는 ‘선택과 집중’을 요구하면서, 북한에게도 핵무기와 핵물질 폐기방안에 대해요구를 해야 한다. 여기에 정부와 언론, 시민단체, 민간단체들이 미국에게 비핵화에 대한 합의를 하도록 함께 나서야 한다.

 

- 대외정세가 급격하게 돌아가고 있다. 정치권과 정부에게 남북관계와 비핵화 등에 관한 조언을 하자면.

▲ ‘하노이 노딜’ 이후, 문재인 정부가 교착 상태에 있다가 ‘판문점 회동’을 계기로 반전의 기회를 얻었고 국정동력을 받게 됐다. 북-미 협상이 잘되기를 기도하는 자세를 넘어서 우리 정부도 우리만의 협상해법을 구축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미국과 북한을 상대로 설득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치권도 이 문제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을 것이 아니다. 보수야당도 훼방을 놓거나 딴 지를 거는 행위도 중단해야 한다. 선의적인 비판을 할 때는 해야 하지만, 차제에 보수진영도 냉전시대의 기득권세력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국가차원에서 보면 하늘에서 준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다. 어렵게 찾아 온 기회를 정치권과 정부가 슬기롭게 잘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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