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온 주나라고 해. 집을 찾고 있어”
“한국에서 온 주나라고 해. 집을 찾고 있어”
  • 김준아 기자
  • 승인 2019.07.15 13: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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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주나 캐나다 살기-4회] 집 구하기

“여행은 살아 보는 거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광고 문구이다. 좋아하는 걸 실행하고자 무작정 캐나다로 왔다. 여기서 무엇을 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그저 로키 산맥에서 살아 보고, 오로라 보러 다녀오고, 나이아가라 폭포가 보이는 곳에서 일 해보고, 캐나다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다. 내 꿈은 소박하다. 캐나다에 도착 한 순간 다 이룰 수 있는 꿈이 되었으니까. 꿈을 좇는 그 네 번째 이야기.

 

여행 다니면서 소중한 사람의 생일마다 엽서를 보내고 있다. 캔모어에서도 계속되는 나의 취미.
여행 다니면서 소중한 사람의 생일마다 엽서를 보내고 있다. 캔모어에서도 계속되는 나의 취미.

그림 같은 마을이라는 진부한 표현보다 어울리는 말이 떠오르지 않는 캔모어. 여행했던 그 어느 도시보다 작은 다운타운을 가지고 있다. 외국에서는 중심가 혹은 번화가를 다운타운이라고 한다. 지도상으로 다운타운의 중심에 위치한 호스텔을 임시숙소로 정했다. 관광지인 캔모어에서 사실 다른 선택이 없었다. 성수기에 도착했기에 호텔은 너무 비쌌고, 호스텔은 딱 두개가 있었다. 하나는 산 속, 하나는 내가 선택한 다운타운이다. 10인실에 5만원이라는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 캔모어의 물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체크인 하면서 완벽한 위치를 보고 그날 밤까진 정말 만족했다. 문제는 그때부터다.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피곤해서 일찍 잠을 청했는데, 세상에… 갑자기 침대가 흔들리고 엄청나게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깼다. 시간은 밤 11시. 바로 아래층에 위치한 술집에서 밴드 공연을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새벽 2시까지 침대를 흔들었다. 그들의 공연은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이어졌다. 작은 동네 캔모어에서 유일하게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하는 술집이 있는데 그 곳이 바로 내가 머문 숙소 아래층에 위치한 술집이었다. 다른 곳 들은 보통 10시에 문을 닫고, 늦어도 12시에 문을 닫는데 말이다. 서둘러서 숙소를 알아봤다. 이미 성수기가 시작된 캔모어에서 숙소를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였다. 캐나다의 집 계약은 대부분 매달 1일 이뤄지는데 캔모어에 도착한 날짜는 18일이었다. 열흘 넘게 비싼 호스텔에서 새벽 2시까지 잠을 잘 수 없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1일이 돼서 새로운 집을 계약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말이다.

집을 구하는 것과 동시에 일자리도 구하기 시작했다. 스탭 어컴(staff accommodation, 직원 숙소)이 있는 일자리로 말이다. 캐나다 구직 사이트 ‘인디드(https://ca.indeed.com)’에서 열심히 일자리를 찾아보았고, ‘키지지(https://www.kijiji.ca/)’에서 일자리와 동시에 집도 찾아보았다. 스탭 어컴이 있는 일자리는 대부분 하우스키핑이었다. 직업의 귀천이 없는 이곳에서는 많은 젊은이들이 호텔 청소 일을 한다. 하우스 키핑을 두 곳 지원했다. 그리고 밴쿠버에서 첫 끼로 먹었던 프랜차이즈 햄버거 집도 구인 공고가 올라와 있어 지원을 했다. 그 집 햄버거를 먹어본 적이 있다. 당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스탭 어컴도 가능하다고 했다.) 지원한 세 곳에서 바로 연락이 왔고, 모두 면접을 보았다.

 

집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산책로. 정말 운명적인 선택이었고, 운명적인 결과였다.
집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산책로. 정말 운명적인 선택이었고, 운명적인 결과였다.

첫 번째 면접을 본 곳은 꽤 큰 규모의 호텔이었다. 매니저 1명과 슈퍼바이저 2명이 면접을 진행했다. 30분 동안 엄청나게 많은 질문을 받았다. “왜 지원했어?”, “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같이 일 하는 직원이 널 힘들게 하면 어떻게 할 거야?”, “캔모어에 언제까지 있을 거지?”, “영어는 어디서 배웠어?”, “책임감이 뭐라고 생각해?” 정말이지 내가 아는 모든 영어를 다 구사했던 것 같다. 표현이 안 되면 온갖 제스처를 이용했다. 그리고 그들은 함께 일 하고 싶다고 했다. 하루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다음 날 다른 호텔 면접도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두 번째 호텔 면접을 가기 전, 첫 번째 면접에서 받았던 질문에 대한 모든 답을 철저하게 준비해서 갔다. 하지만 그 곳 매니저는 호텔 로비에서 아주 간단한 질문만 했다. “얼마나 있을 거야?”, “언제부터 시작 가능해?” 5분 정도 스케줄 이야기만 하고 허무하게 면접이 끝났다. 그리고 30분 후 메일이 왔다. 같이 일 하고 싶으니 내일까지 답변을 달라고.

 

생필품 장을 보러 가서 생필품을 사지 않았다. ‘어제 생필품을 샀다면? 짐이 많아서 이사가 엄청 힘들었겠지’
생필품 장을 보러 가서 생필품을 사지 않았다. ‘어제 생필품을 샀다면? 짐이 많아서 이사가 엄청 힘들었겠지’

둘 중에 어느 곳을 가야하나 엄청나게 고민을 하면서 슈퍼를 구경하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엄청 긴장하면서 받았다. 면접을 보러 왔으면 좋겠는데 언제 시간 되냐고 해서 지금 당장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게 시간 약속을 잡고 전화를 끊었는데 도통 회사 이름이 뭔 지 모르겠다. 맞다. 못 알아들었다. 그래서 아주 앙큼하게 문자를 보냈다. ‘주소 좀 알려 줄래?’ 답장이 온 주소는 일하고 싶었던 햄버거 가게였다. 신이 나서 면접을 보러갔다. 세상에… 일 하는 사람이 모두 인도 사람이었다. 직원 숙소에도 모두 인도 사람이 살고 있다고 했다. 나라에 대한 편견을 가지면 안 되지만 인도 여행을 다녀온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자 모두 반대했다. 여러 가지 이유로 (거짓말, 사기, 청결 등) 내가 힘들 거라고 했다.

다른 일자리를 더 알아보고 싶었다. 잠을 잘 수 없는 비싼 호스텔을 벗어나고 싶었고, 도통 온라인에 올라오는 집이 없었다. 아니, 있긴 있었지만 무조건 차가 있어야 하는 곳이거나 아니면 방 하나에 월 100만 원 정도 하는 비싼 곳뿐이었다.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결국 세 곳 중 두 번째 면접 본 호텔을 선택했다. 이유는 첫 번째 면접을 본 곳은 다운타운에서 멀었고, 면접관들이 너무 친절했기 때문이다. 이 말은 오래 일할 생각이 없는데 그들과 정이 들거나 미안해서 떠나지 못 할까봐 지레 걱정이 되었다는 것이다.

 

창문 밖을 보니 로키 산맥이 보였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창문 밖을 보니 로키 산맥이 보였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다음 날, 두 번째 면접을 본 호텔 직원 숙소로 이사를 했다. 과연 어떤 친구들과 살게 되고, 어떤 곳에서 살게 될 지 너무 설렜다. 하지만 자꾸 ‘세상에’라는 말을 하게 만드는 일들이 생겨난다. 직원 숙소가 너무 더러웠다. 더러움에도 정도가 있는데 이건 정도가 없다. 함께 사는 경우 설거지는 바로 하는 게 예의이고, 본인 쓰레기는 본인이 치우고, 청소는 돌아가면서 하는 게 규칙이다. 그런데 설거지는 가득 쌓여있고, 2인 1실 방 두 개짜리 집에 두 명이 각자 방을 하나씩 쓰고 있다고 빈 침대 쓰면 된다고 했는데, 도통 어느 침대가 빈 침대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거실에는 온갖 쓰레기가 방치되어 있었고, 버리지 않은 쓰레기 봉지도 가득했다. 우울할 지경이었다. 청소 일 하는 사람들이 이러고 산다고? 같이 살 친구들이 퇴근하고 집에 와서 인사를 나누는데 전혀 반갑지 않았다. 생필품 장을 보러 가서 생필품도 사지 않았다. 내 마음이 그 집에서 살기를 거부했다. 하지만 선택지가 없었던 나는 열심히 인터넷을 뒤지다가 SNS에서 ‘캔모어 집 찾기’란 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잠이 들었다. “안녕! 나는 한국에서 온 주나라고 해. 캔모어에서 집을 찾고 있어. 가격은 600~800불 사이였으면 좋겠어. 403-95*-**** 여기로 연락 줘.”

 

캐나다에 도착해서 처음 먹었던 음식. 프랜차이즈 A&W 햄버거와 양파링. 무슨 맛이냐면이 걸 먹고 여기서 일하고 싶어졌었다.
캐나다에 도착해서 처음 먹었던 음식. 프랜차이즈 A&W 햄버거와 양파링. 무슨 맛이냐면이 걸 먹고 여기서 일하고 싶어졌었다.

다음 날, 오후 1시에 호텔 첫 트레이닝이 있었는데 오전 9시에 문자가 왔다. 비는 방이 있는데 보러올 생각 있냐고 말이다. 당장 보러 가겠다고 했다. 다운타운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이 집의 방 가격은 650불(환화 약 60만원). 큰 침대가 있었고, 캐나다 아저씨와 태국 아줌마가 부부인 집에서 셋이 사는 것이었다. 심지어 밥솥이 있었고, 조미료도 마음껏 사용해도 된다고 했다. 그리고 창문 밖을 보니 로키 산맥이 보였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심지어 빈 방이었다. 혹시 오늘 이사해도 되냐고 물었다. 그렇게 열쇠를 받았다. 직원 숙소로 돌아가 짐을 챙겼다. 호텔 로비로 갔다. 배낭을 들고 나타난 모습을 보고 매니저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미안해…” 그렇게 캐나다에서만 4번째 숙소에 들어가게 되었다. 밴쿠버의 사건 많았던 한인 민박부터 캔모어의 시끄러운 호스텔, 더러운 직원 숙소를 거쳐 로키산맥이 보이는 완벽한 방에 말이다. 이사를 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트레이닝이 아침 9시부터 시작했다면? 문자를 보지 못 하고 일을 시작했겠지’, ‘집 주인들이 그 시간에 집에 없었다면? 바로 집을 보러 갈 수 없었겠지’, ‘어제 생필품을 샀다면? 짐이 많아서 이사가 엄청 힘들었겠지’, ‘처음 면접 본 호텔을 선택했다면? 방 구하는 글을 올릴 생각을 안 했겠지’ 정말 운명적인 선택이었고, 운명적인 결과였다.

일구하기는 쉬운데 집을 구하지 못 해 일을 할 수 없다는 캔모어에 집이 생기다니 정말 행복했다. 방 침대에 누워서 로키 산맥을 바라보다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자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집값이 만만치 않아서 서둘러 일을 구해야 했다. 다시 인디드를 살피기 시작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스텝 어컴 가능여부를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구집(?)을 성공하고 구직에 들어간 나는 오늘도 여행길이다.

 

김준아는...
- 연극배우
-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
- Instagram.com/juna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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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연 2019-07-21 22:19:06
글을 읽다보면 옆에서 듣고 있는 듯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