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뜨거운 스웨덴, 그러나 에어컨이 없다
한 여름 뜨거운 스웨덴, 그러나 에어컨이 없다
  • 이석원 기자
  • 승인 2019.07.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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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기획] 복지국가 스웨덴에서 살아보기 / 이석원

14년 전 2005년 처음 스톡홀름에 왔던 게 딱 이맘 때 쯤인 7월 중순이었다. 한 여름의 스톡홀름은 찬란한 태양과 새파란 하늘, 가끔 무리를 지어 떠다니는 구름으로 최고 아름다움을 과시했다. 하늘빛을 그대로 담은 멜라렌 호수는 눈이 부시도록 파랗게 빛났고, 도심을 뒤덮은 공원들은 짙푸른 녹색의 향연이었다.

하지만 섭씨 35도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날씨는 더웠다. 그 폭염 속에서 이상한 것은, 버스며 지하철 그 어디에도 에어컨을 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하철역 어디에도 에어컨은 가동하지 않았고, 심지어는 햄버거 가게나 카페에서도 에어컨이 돌아가는 걸 느낄 수 없었다.

 

태양이 작렬하는 스웨덴의 지난 해 여름. 갑자기 많은 사람들의 에어컨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사진 = 이석원)
태양이 작렬하는 스웨덴의 지난 해 여름. 갑자기 많은 사람들의 에어컨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사진 = 이석원)

에어컨이 없는 것은 공공의 공간 뿐만이 아니었다. 인터뷰를 위해서, 친분 때문에 초대받고 방문한 그 어느 가정에도 에어컨은 아예 없었다. ‘에어컨은 없느냐?’는 질문에 ‘가정집에 에어컨이 왜 필요하냐?’는 반문이 돌아왔을 뿐이다.

물론 그 어디에서도 덥다는 느낌은 없었다. 버스나 지하철은 물론 특히 건물 안은 그게 빌딩이든지 가정집이든지 전혀 덥다고 느끼지 않았다.

스웨덴은 유럽 대부분이 그렇듯이 여름이 건기다. 고온이지만 건조하다. 스웨덴에 사는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조미 김의 포장을 뜯어놓고 이틀 정도 지나면 더 바삭해 진다”고 얘기할 정도로 건조하다.

그러니 제 아무리 기온이 영상 35도까지 올라도 그늘에서는 시원하다. 스웨덴 어디에도 에어컨이 없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뙤약볕에 나가 있지만 않으면 어지간해서는 더위를 느낄 수 없이 시원하고 쾌적하니 에어컨을 가동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에어컨이 없는 이유는 그것뿐이 아니다. 사실 아무리 건조하고 쾌적하다고 해도 출퇴근 시간대 버스 안이나 지하철 안에서는 분명 덥다. 또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구시가의 기념품 가게 등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체온으로 인해 분명히 더운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도 굳이 에어컨을 설치해서 가동하지 않는 것은 결국 환경의 문제 때문이다. 에어컨은 과도한 전기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고, 또 에어컨을 가동함으로써 닫힌 공간에서는 잠시 시원함을 느낄 수 있지만 결국 도시는 훨씬 더 더워지는 것은 상식이다.

스웨덴 사람들은 “조금은 덥고 불편하겠지만, 결국 전체 환경을 생각한다면 조금 덥고 불편한 것은 미래를 위해서 감수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그 ‘조금 더운 것’을 참아내지 못하면 더 많은 화석 연료를 태워 에너지를 생산해야 하는데 이는 미래를 파괴하는 행위라는 철저한 생각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재생가능 에너지 강국이다. 스웨덴 에너지청에 따르면 현재 스웨덴 에너지 생산 비율은 수력 40.3%, 풍력 11% 등 재생 가능 에너지가 절반에 이르고, 원자력이 39.3%, 열병합 발전이 9% 정도다.

최근에는 풍부한 삼림 자원을 통해 얻는 바이오 에너지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노쇠한 원자력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가운데, 2040년까지는 재생 가능 에너지와 바이오 에너지로 전력 100%를 생산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청정 에너지 강국인 스웨덴에서는 전기 요금이 저렴함에도 불구하고 전기 사용의 과도함에 대한 시민들의 경계심이 상존한다. (사진 = 이석원)
청정 에너지 강국인 스웨덴에서는 전기 요금이 저렴함에도 불구하고 전기 사용의 과도함에 대한 시민들의 경계심이 상존한다. (사진 = 이석원)

과도한 전기 에너지의 사용을 철저히 억제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화석 연료 에너지를 없애고, 심지어 원자력도 단계적으로 폐쇄할 수 있는 것이 스웨덴 사람들의 에너지에 대한 믿음이다.

게다가 스웨덴은 OECD 국가 중 전기요금이 가장 저렴한 국가이다. 우리 산업통산자원부의 2019년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 강국이라는 독일의 산업 전기요금이 메가와트(Mwh)당 142.94 달러, 한국이 98.51 달러인데 반해 스웨덴은 62.51 달러에 그친다.

만약 에어컨과 같이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전기 장치를 사용하게 될 경우 스웨덴의 저렴한 전기 요금도 변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요즘 그런 스웨덴도 조금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특히 지난 해 그런 현상은 심각했다. 이케아(IKEA)나 클라스 올슨(Clas Olson)과 같은 스웨덴 각지의 매장에서 선풍기가 동이 났다. 뿐만 아니라 에어컨 설치에 대한 문의가 빗발쳤다. 지난 해 스웨덴은 꽤나 뜨겁게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스웨덴에서 나고 자란 이민 2세대인 김해성 씨(가명. 37)는 지난 해 스웨덴에 진출한 삼성전자와 LG 전자에 에어컨 구입과 설치에 대한 문의를 했다. 그런데 두 군데 모두에서 ‘최근 주문이 몰려 상당한 기간 기다려야 한다“는 대답을 들었다.

스톡홀름 시내에 있는 스웨덴 가전 브랜드인 일렉트로룩스 한 매장 매니저인 칼 요한슨 씨(34)는 “지난 해 갑자기 에어컨 주문이 밀려서 국내에 마련돼 있던 에어컨이 절대 부족해 아시아 쪽 수출 물량 중에서 상당량을 빼 오기도 했다”고 한다.

여름을 앞두고 지난 3, 4월에 스웨덴의 각 신문에서는 ‘스톡홀름 시가 올해 에어컨 사용이 가능한 시내버스를 대폭 증차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일부 스웨덴 언론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에어컨 사용 희망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에어컨 사용이 일상화 된 한국과 중국, 그리고 아랍 국가 이민자들의 증가 때문”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그런데 역시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상당수 스웨덴 사람들은 갑자기 과도한 에너지를 쓰게 된 스웨덴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리고 끊임없이 에너지를 절약해야 스웨덴 뿐 아니라 전 세계가 살아갈 수 있다고 얘기한다.

굳이 지구 온난화니 탄소배출량 증가니 하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스웨덴이 뜨거워지는 걸 견디는 게 아니라 늘어나는 에어컨 실외기가 뿜어내는 열기를 견디는 것이 더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석원 님은 한국에서 언론인으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스웨덴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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