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다솜 지음/ 비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 사진으로만 보던 풍경, 서랍 속 버킷리스트에 넣어둔 그곳… 정말로 가보면 어떨까? 그때 동생이 말했다. “언니, 나랑 같이 가자!” 서른 살 한다솜, 스물다섯 살 한새미나… ‘한자매’의 세계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경력을 쌓아가며 한창 일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었고 사귄 지 2년 된 남자친구도 있었지만, 결심했다. 떠나기로 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시작으로 24개 나라, 54개 도시를 부지런히 밟았다. 하지만 버킷리스트 속 세계여행은 생각만큼 낭만적이지는 않았다. 이동할 때마다 23킬로그램의 배낭을 메고, 때로는 비를 맞으며 걸었다. ‘현실 자매’의 다툼도 쉼없이 이어졌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기쁨에 마냥 행복했다. 215일 동안 인스타그램으로 공유되어 4만 팔로워의 뜨거운 응원을 받은 한자매의 세계여행이 '스물다섯, 서른, 세계여행'으로 출간되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우리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긍정적인 성격, 성실함, 배려심과 같은 말들로 나 자신을 설명한다. 자신 역시 비슷한 단어로 자기소개서를 채워왔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가족과 친구, 직장과 사회가 바라는 모습에 너무 쉽게 갇혀버렸고, 길 위에 서고 나서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고 말이다. 한자매는 넓은 세상으로 당차게 나아갔지만, 그 여정의 끝은 자기 자신을 향해 있었다. “언젠가 다시 나 자신을 소개할 일이 생긴다면 나는 여행길에서 만난 나를 생각하며 보다 넓은 시야로 확신을 갖고 이야기할 것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배낭을 챙겨 인천국제공항으로 떠나던 그날의 나를 떠올리며 ‘저는 굉장히 추진력 있는 사람입니다’라고 말이다.” intro에 담긴 작가의 고백이 길 위에 선 모든 한자매들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듯하다.

'스물다섯, 서른, 세계여행'은 여행 에세이이지만 인천공항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여행은 떠나기로 마음먹은 순간부터가 여행이니까! 그래서 '스물다섯, 서른, 세계여행'은 출발 215일 전에 시작된다. ‘PART 1: 떠나기로 하다’ ‘PART 2: 떠나다’ ‘PART 3: 돌아보다’ 이렇게 세 파트로 여행의 전 과정을 담는다. ‘PART 1: 떠나기로 하다’는 한자매의 결심으로 시작되어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세계여행용 배낭을 주문하고, 수도 없이 짐을 고쳐 싸고, 자동이체를 정지하고,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내는 과정을 ‘리얼’하게 담았다. 드디어 D-데이! ‘PART 2: 떠나다’에서 한자매는 러시아를 시작으로 체코와 헝가리, 오스트리아, 영국, 크로아티아 등 유럽을 거쳐 미국으로, 다시 남아메리카와 아시아 곳곳을 누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는 누룽지 한 조각에 행복을 느끼기도 하고, 뉴욕에서는 현실 자매의 다툼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도 한다. 남아메리카 페루의 쿠스코에서는 한 달 살기를 하며 마음에 작은 쉼표를 찍고 마추픽추에도 오른다. 처음에는 숙소에서 만난 크고 작은 벌레에 기겁했지만, 나중에는 귀여워하는(?) 경지에 이르고, 도마뱀이 아침밥을 먹어버려도 쿨하게 넘긴다.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넘어 스카이다이빙, 집라인 등 액티비티도 즐기고 타이완에서는 작가의 오랜 취미인 ‘카페투어’에도 나선다. ‘PART 3: 돌아보다’에는 출발 준비부터 귀국까지, 장장 400여 일의 노하우를 고스란히 담은 체크리스트와 여행 루트, 교통비와 여행경비, Q&A까지 꼼꼼하게 정리한 부록을 실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질 독자들에게 눈 밝은 가이드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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