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연애를 권장했던 다산
황혼연애를 권장했던 다산
  • 박석무
  • 승인 2019.07.22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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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정약용

며칠 전 신문(경향신문)에 기획기사를 커버스토리로 보도한 내용을 읽었습니다. 황혼연애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인데 세상이 급변하고 우리나라도 노령사회로 변화하면서 바뀌는 풍속의 일면을 다루는, 한 번쯤 관심을 기울여 볼 내용이 많았습니다. 신문은 말합니다. “한국은 6년 후면 5명 중 1명은 노인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다.”라고 말하고는 그런 초고령 사회의 결혼·사랑·연애 등의 새로운 모습들을 생각게 하는 내용을 열거하였습니다.  

사랑에 빠진 노년 세 커플을 예로 들면서 7,80대의 노인들이 어떻게 황혼연애를 즐기는가를 설명합니다. 근거리에 따로 살면서 때때로 함께 사는 커플도 있고, 동거생활만 유지하는 커플, 젊은이 못지않은 화려한 예식을 치르며 ‘부부’가 된 커플도 있다고 소개합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외롭고 쓸쓸한 독거노인들이 과거의 인습에서 벗어나 삶과 사랑을 새롭게 영위해 가는 풍경들이어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내용입니다. 

이런 기사를 읽으면서 200년 전 다산 정약용이 쓴 그의 유명한 저서 『목민심서』의 「진궁(振窮)」편에 나오는 노인들의 행복을 위한 탁견인 ‘합독(合獨)’의 내용이 생각났습니다. 사람이 처한 불행은 많기도 하지만 동양에서는 고대부터 네 종류의 인간이 가장 불행한 처지라고 여겨왔습니다. 홀아비·과부·고아·독거노인 바로 그들인데 다산은 목민관이라면 그들 네 종류의 불쌍한 백성들을 제대로 보살펴 주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홀로 살아가는 독거노인들에 대한 배려로는 홀아비와 과부가 함께 살아가는 ‘합독’의 정사를 펴야 한다고 권장했습니다. 조선시대의 혼인제도가 얼마나 까다롭고 과부는 재혼이 참으로 어렵던 시대인데 다산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그런 엄중한 ‘남녀유별’의 시대에 노인 남성과 노인 여성이 함께 살 수 있는 기회를 관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했는지, 이 얼마나 선진적이고 파격적인 내용인가요. 

물론 ‘합독’은 다산의 창의적인 내용은 아닙니다. “『관자(管子)』에서 말하였다. 무릇 도읍에는 중매를 맡은 이가 있어서 홀아비와 과부를 골라 화합하도록 하니 이를 ‘합독’이라한다.”라는 내용을 보면 고대의 관자(管子)가 말한 내용으로 보이는데, 조선 500년 과연 다산 아니고 누가 그런 내용을 인용하여 합독의 정사를 펴서 과부와 홀아비가 황혼의 연애와 사랑을 즐길 수 있게 하라는 말을 했었던 적이 있었던가요, 요즘처럼 초고령사회를 맞으면서 뛰어난 다산의 지혜에 탄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역시 다산의 생각은 대단한 면이 많습니다. 

 

박석무
박석무 ⓒ위클리서울

남자와는 다르게 옛날에야 여자의 ‘수절(守節)’은 매우 높은 도덕률이 적용되었는데 그런 도덕적 속박에서 과감하게 탈출하여 홀로 사는 여인이 홀로 사는 다른 남자와 합해서 살기를 바랐다면 여권신장의 높은 뜻도 있지만, 남녀평등과 인도적인 인간의 삶에 대한 다산의 애정이 얼마나 깊었는가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개가할 뜻이 있어도 부끄럽고 꺼리는 것이 많아 주저하게 된다(雖有改嫁之志 羞怯多端).”라는 말을 하면서 관(官)에서 중매를 서서 처리해야만 부끄럽거나 꺼림 없이 터놓고 황혼의 애정을 누릴 수 있다는 다산의 아이디어는 역시 멋지기만 합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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