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비, 이렇게 싸도 되는 거니?
교통비, 이렇게 싸도 되는 거니?
  • 류지연 기자
  • 승인 2019.07.23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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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류지연의 중국적응기 '소주만리'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내 나이 38세.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안정적인 한국생활을 뒤로 하고 타국에서 하루아침에 외노자(외국인 노동자의 준말) 신세가 되었다.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아프리카만큼 멀게만 느껴졌던 중국이라는 나라,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까? 38살 아줌마의 중국 체험기, 지금부터 시작해본다.

 

요즘 젊은이 치고 배달음식 앱 ‘배달의민*’이나 ‘요기*’를 한번쯤 이용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지 않을까 싶다. 전화주문하던 시대를 지나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별 브랜드의 앱을 이용한 주문이나 웹 주문까지만 해도 세상 참 편리해졌다고 생각했었다. 고백하자면 올해 들어서야 처음 배달의민*에 입문한 나로서는 시골서 첫 상경한 촌놈마냥 신세계를 보았다. 자주 주문하던 찜닭집이 있었는데 전화로 주문할 때에는 항상 구구절절 ‘아이 먹을 거니 양념에서 고추 빼고 매운 맛 아예 없게 1단계로 해주세요, 당면은 납작당면으로요.’라고 설명해야 했는데 앱에서는 단계 선택, 당면 종류도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되고 비고란에 특이사항 작성도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그랬던 나인데 중국에 와서는 더 발전(?)된 배달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남편을 통해 소개받은 남편 회사 동료의 부인, Y를 통해서다. Y는 나보다 6개월 먼저 중국에 들어왔다고 들었다. 첫 몇 달은 눈물로 지새우는 날들이 세고 셌지만 이제는 그럭저럭 적응해서 잘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제일 처음 나에게 소개시켜 준 것들이 바로 배달용 단톡방이다.

한인상가에 있는 반찬가게부터 야채가게, 과일가게, 타 지역에 있는 수산가게와 한국식품 택배가게 등 카톡과 위챗을 넘나드는 단톡방도 참 다양했다. 거기에 소주 한인들은 거의 다 모여 있는 듯한 신소주한인정보방(소주살이에 대한 모든 정보가 오간다. 소주에 처음 오는 이들이라면 필히 가입하길 추천), 소주 아나바다방(물품 중고거래가 활발하다), 소주 의료지원방(병원 및 약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타오바오 할인정보방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정보책이다.

타오바오 할인정보방의 경우 한 방 가입인원이 500명인데 단톡방 명칭에 ‘6’이라는 숫자가 써져있는 걸로 보아 같은 내용의 방이 최소 6개 이상, 즉 대략 3천 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으리라 짐작해 본다. 타오바오 상품 중 종목 불문하고 쿠폰, 행사 등으로 싸게 살 수 있는 괜찮은 상품들을 찾아내어 올려주는데 방장 및 운영진이 어떤 분들인지는 모르겠으나 대단한 이타심을 지녔거나 쇼핑마니아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 방의 정보를 통해 햇반, CJ 컵떡볶이, 맛밤, 방향제, 바르는 모기퇴치제 등을 정가보다 많게는 80% 정도 할인된 가격에 구매했다.

 

타오바오 할인정보방, 쿠폰할인이나 깜짝할인 등 정보가 부지런히 올라온다. ⓒ류지연
타오바오 할인정보방, 쿠폰할인이나 깜짝할인 등 정보가 부지런히 올라온다. ⓒ류지연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보아하니 많은 한국식당들도 단톡방을 갖고 있어서 거기서 바로바로 주문하고 위챗이나 알리페이로 결제하면 배달을 해준다. 나도 처음에 반찬가게 단톡방에 들어갔을 때는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데 굳이 배달을 시켜먹겠나 했는데, 매일매일 미세먼지+구름+비의 3단 공격인 소주 여름날씨를 보니 배달이 없었으면 어쩔까 싶다. 주로 시키는 반찬가게의 경우 70위안(한화 약 1만2000원) 이상 사야 배달을 해주긴 하지만 세 팩을 고르면 대충 70위안이니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다.

 

사진 2) 아침부터 잔뜩 구름이 낀 소주 진지호 주변 정경
아침부터 잔뜩 구름이 낀 소주 진지호 주변 정경 ⓒ류지연

이쯤에서 물가에 대한 얘기도 해볼까 한다. 일단 쌀, 야채는 정말 싼 편이다. 쌀은 괜찮다고 추천받은 상품이 10kg에 55위안(한화 약 9400원)이어서 이게 과연 쌀인지 스티로폼 알갱이인지 의구심이 들었으나 먹어보니 한국서 먹던 쌀과 비슷했다.

야채의 경우 시장에서 산 중간 크기 흙당근 한 개가 1.6위안(한화 약 270원), 파프리카 한 개가 2.4위안(한화 약 410원)이었다. 남편이 양파(대)/감자(대)/대파를 각각 2~3개씩 사온 적이 있는데 다 합쳐서 고작 11위안(한화 약 1900원)이었다. 과일은 야채보다는 좀 더 비싼 편인 것 같은데 한인슈퍼에서 성인 머리통만한 작은 크기 수박 반통이 20위안(한화 약 3400원), 복숭아 4개들이 한 팩에 10위안(1700원), 방울토마토 1팩(500g짜리 딸기팩 크기)에 10위안 정도이다.

한인슈퍼라고 쓴 이유는 같은 과일이라도 지근거리 내에서 어느 마트, 어느 시장이냐에 따라 가격차가 많이 나는 걸 목격했기 때문이다. 집 바로 앞 대형쇼핑몰 지하에 ‘ole’라는 고급마트가 있는데 거기서는 같은 과일이라도 훨씬 더 비싸다. 아파트 내 슈퍼나 한인슈퍼에서 10위안 정도 하는 바나나 반 송이가 16위안(한화 약 2700원) 정도이다.

한인상가(中天湖畔广场, 지하 1층~지상 3층 건물에 한인 가게들이 빽빽하게 모여있다)의 경우도 슈퍼 안의 과일 가격과 중국상인이 하는 시장 안의 과일가게 가격이 다르다. 한인슈퍼의 다른 품목은 몰라도 과일은 소량으로 갖다놓는 대신 시장 안의 과일가게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복숭아의 경우 같은 날 과일가게에서는 한 개에 7위안(한화 약 1,200원)이었다.

그럼 먹거리가 대체로 싼 건가 싶은데 이상하게 우유와 달걀은 한국보다 비싼 편이다. 우유는 브랜드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하는데 인근 서너 군데 마트에서 주문을 해봐도 보통 950ml짜리 우유 한 개에 20위안(한화 약 3400원) 안팎이었다. 비쌀 경우 25위안(한화 약 4,300원)을 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같은 돈이면 마트 PB 상품이나 행사상품의 경우 같은 크기 두 팩을 살 수 있기에 더욱 비싸게 느껴진다.

달걀의 경우 15개들이 반판에 25~30위안쯤 하는 제품을 사 먹다가 한 마트에서 15위안(한화 약 2,600원) 정도로 세일하는 제품이 있어 사보았는데 껍데기에 배설물이 많이 묻어있었다. 세척 등 후처리를 안 한 대신 싸게 파는 게 아닐지 짐작해본다.

 

후처리가 덜 된 싼 달걀, 참고로 달걀 담는 통은 타오바오에서 5.38위안(한화 약 910원)에 구매
후처리가 덜 된 싼 달걀, 참고로 달걀 담는 통은 타오바오에서 5.38위안(한화 약 910원)에 구매 ⓒ류지연

빵도 생각보다 비싼 편이다. 집 근처 자주 가는 야마자키라는 빵집이 있는데 대개 빵 한 개에 10위안(한화 약 1700원) 안팎이다. 다른 빵집들을 둘러봐도 기본 식빵 한 팩이 10위안 중후반대이니 다른 먹거리 물가를 생각하면 싸지 않다.

음식점 물가는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저렴하게 한 끼를 떼우려면 20위안도 안 되는 돈으로 국수, 만두 등을 제법 든든하게 먹을 수 있다. 한국 관광객들에게도 유명한 와이포지아(外婆家, 외할머니집이라는 뜻, 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중국의 대표적인 서민음식점, 중국 전역에 100개 정도가 있다고 한다)같은 경우는 요리 한 접시에 20~30위안 수준이니 두세 명이서 100위안어치(한화 약 1만7000원)만 먹어도 배불리 먹을 수 있다. 그렇지만 한국음식점이나 번듯한 음식점은 한국과 가격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다. 아마 소주 물가가 비싼 탓도 있을 것이다. 아직 다른 도시를 가보진 않았지만 중국통 J에 따르면 소주가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도시 중 하나라고 한다.

그렇지만 깜짝 놀랄 만큼 싼 것도 있다. 바로 교통비이다. 지하철‧버스는 기본요금이 2위안(한화 약 340원)부터 시작한다. 더군다나 아이의 경우는 나이에 상관없이 키가 120cm 미만이면 공짜라고 한다. 지하철을 타면서 한 번도 키를 재는 도구를 개찰구에서 본 적은 없어서 얼마나 엄격하게 검사를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우리나라로 치면 대략 미취학 아동이면 공짜로 탈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공공교통만 싼 게 아니라 중국판 우버인 디디(Didi)도 우리나라 택시보다 훨씬 저렴하다. 중국 내에서도 디디가 택시보다 저렴하다고 하긴 하는데, 며칠 전 2km(약 5분) 거리를 타고 낸 돈은 고작 9위안(한화 약 1500원)이었다.

12km(25분) 정도 걸리는 거리는 35위안(한화 약 6000원) 정도라고 한다. 아직 이용해보진 않았지만 디디와 비슷한 다른 차량공유서비스들이 몇 개 있는데 바이두지도(百度地图)라는 지도앱에서 검색하니 같은 거리에 가장 싼 서비스는 약 25위안(한화 4250원)이라고 한다. 중국에 오기 전 택시비가 비싼 지방에 살았던지라 거기서는 택시로 5분 거리도 거의 비슷한 금액을 내야 했는데 참 감회가 새롭다.

사실 중국에 오기 전에는 워낙 바람결에 실려오는 괴담을 많이 접해서 디디를 탔다가 말도 안 통하는데 어딘가로 실려가 인신매매라도 당하거나 장기 적출이라도 당하면 어쩔까, 아니면 일부러 길을 돌아가거나 엉뚱한 데 내려주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디디를 몇 번 타보니 생각보다 편리하고 안전장치가 잘 되어있다. 영문 버전과 중문 버전이 있는데 관광객이나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은 영문 버전으로 받기를 추천한다. 디디에는 운전사와 채팅 기능이 있는데 영문 버전의 경우 내가 영어로 메시지를 보내면 그게 중국어로 번역되어 운전사에게 전달된다. 반대로 운전사의 중국말은 나에게 영문으로 번역되어 보여진다. 그리고 경로가 지도에 표시되기 때문에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알 수 있고, 탑승 정보를 지인에게 보낼 수도 있으며, 경찰에게 연락하는 기능도 있다. 위챗이나 알리페이를 연동시켜 놓기 때문에 내릴 때 결제를 따로 할 필요가 없이 하차하는 순간 자동으로 결제가 되는 것도 편리하다.

결정적으로 택시보다 내부가 깨끗하다. 택시도 운전사 나름이겠지만 몇 번 타본 바로는 차량 실내가 마치 90년대 마냥 오래되고 청소를 안 했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았는데 디디는 개인 차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대체적으로 좀 더 깨끗하고 냄새도 덜 나는 편이었다. 냄새 이야기가 나온 김에 다음 시간에는 중국의 위생관념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한다. 

*필자 주: 본문의 모든 물가는 1위안=170원 기준으로 환산했음을 알려드립니다.

<류지연 님은 현재 중국 소주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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