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 취소

[위클리서울=김승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취소했다. 그만큼 고민도 많고 해결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집권 3년차를 맞은 문 대통령이 여름 휴가를 취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의 수출 보복 등 현안이 산적한 있기 때문에 휴가를 떠나는게 부담이 컸을 것이란 전언이다. 유송화 청와대 춘추관장은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예정된 하계휴가를 취소하고 집무실에서 정상 근무한다”고 밝혔다. 한층 바빠질 문 대통령의 후반기 구상을 전망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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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을까.

당초 여름 휴가를 계획했던 문 대통령이 결국 휴가를 취소했다. 대통령의 휴가 반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2007년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로 예정된 여름휴가를 취소한 바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6년 7월 청남대로 여름휴가를 떠났다가 집중호우가 발생하자 하루 만에 복귀해 수해복구 상황을 점검했다. 문 대통령은 “직원들의 예정된 하계 휴가에 영향이 없도록 하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휴가 취소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가 첫 번째 원인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본과의 무역갈등을 비롯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북한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 등 외교 현안이 산 넘어 산이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할 것이라는 관측도 발걸음을 무겁게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일본 상황이 계속 바뀌고 있어 문 대통령이 직접 현안을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신 문 대통령은 공식 일정을 거의 잡지 않고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8월 초로 예상되는 개각 시기도 빨라질 수 있다.
 

‘추가경정예산’ 관심

문 대통령은 취임 첫 해 6박 7일 일정으로 여름 휴가를 떠난 적이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평창을 들러 동계올림픽 시설물을 관람한 뒤 경남 진해 군 휴양시설로 옮겨 휴가를 보냈다. 휴가 직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감안해 북한의 동향을 수시로 보고 받을 수 있는 군 휴양시설로 휴가지를 택한 것이다.

집권 2년차인 지난해엔 5일간 휴가를 내고 충남 계룡대에 머물렀다. 한편 청와대는 대통령 휴가와 별개로 국내 관광 활성화를 고려해 대통령 휴양시설인 청해대가 위치한 거제 ‘저도’를 시민에게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남북미 정상 만남 이후 한동안 온풍을 만날 것 같던 한반도 정세는 최근 급변했다.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영공을 무단진입하는가하면 북한은 강원도 원산에서 2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 속에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지 마라’는 표현이 들어 있어 단거리라고 해도 탄도미사일이면 안보리 결의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무엇보다 한국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를 골자로 하는 일본 정부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통과 시점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직접 사안을 챙기기로 결심했다는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최근 “아베 총리가 오는 8월 각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국내에서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인 가운데 대통령이 휴가를 떠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론의 역풍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는게 정치권 관계자의 말이다.

3년간 개별 품목에 대한 심사를 면제받았던 한국 기업은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결정되면 일본으로부터 품목별로 일일이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때문에 일본 각의는 한일 갈등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국내 현안도 산적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추가경정예산안이다. 정부가 지난 4월 제출한 총액 '6조 7천억원 + α' 규모의 추경안은 8월 10일이면 19년 만에 '역대 최장기간 국회 체류' 기록을 세우게 된다.

문 대통령은 여야 5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일본의 조치에 대한 초당적인 대응과 함께 추경의 조속한 처리를 '시급한 두 가지 문제'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청문회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교체 대상 부처의 후임 장관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새판짜기도 고민해야 한다.

휴가를 취소한 문 대통령이 복잡한 한반도 정세 속에서 어떤 청사진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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