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조직이 우선이다’ ‘튀면 찍히고 찍히면 끝이다’라는 말이 사훈처럼 떠돌며 조직을 위한 희생이 당연하게 여겨진다. 부서장이 새로 부임할 때마다 수립된 ‘5대 사업 추진전략’ ‘○○기본계획’은 용두사미로 끝나기 십상인 이곳은 바로 대한민국 공무원 세계. 민원인들은 “공무원이 바쁠 이유가 뭐 있냐”며 느린 업무 처리를 답답해하지만, 공무원들은 내부에서 처리해야 하는 온갖 형식적인 일들로 업무 과부하에 걸린다.
줄간격과 띄어쓰기 등 형식이 굉장히 중시되는 보고 체계와 의미 없는 회의가 계속되는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어리둥절한 젊은 공무원의 조직 생존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조직 생활로 고군분투하는 20·30세대 직장인이 공감할 일화가 여럿 담겼다. 브런치에서 '요즘 공무원 녀석의 고백'이라는 타이틀로 연재되며 150만 뷰를 기록한, 어느 젊은 공무원의 일상 에세이가 펼쳐진다.
대한민국에서 변화가 가장 느리다고 알려진 공무원 조직에서 저자는 자기만의 생존 방식을 만들어나간다. 소속감에 대한 일장 연설이 이어질 때 고개를 열심히 끄덕이는 것처럼 말이다. 어김없이 월요일이 찾아와 월요병에 허덕일 때, 점심 한 끼는 정말 맛있는 메뉴를 택한다. 조금 비싸더라도, 그래야 오후에 조금 더 기분 좋게 업무를 해나갈 수 있으니까. 또한 불필요한 야근은 하지 않고 정시퇴근하여 오롯이 쉴 수 있는 4시간을 사수한다. 그래야 다음날 피곤하지 않은 상태로 일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조금은 덜 고통스럽게 조직 생활을 버텨나갈 방법을 하나씩 찾아 나간다.
소소해서 지극히 현실적인 조직 생존기를 읽으며 지어지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단순히 ‘꼰대 문화’를 비아냥거리거나 투덜거리지 않는다. 이왕 하는 일, 좀 더 유의미하고 재미있는 일을 해나가고 싶다. 보여주기식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대책 없이 추진하거나 형식에만 얽매여 무의미한 일만 반복하기보단, 사회에 진정으로 보탬이 되는 일을 할 순 없을까, 하고 고민하기도 한다.
그 밖에도 인사이동을 비롯해 출장과 일과 등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공무원들의 일상 모습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면, 공직 사회에 입성하기 전 미리 알아두면 좋을 소소한 팁들도 얻을 수 있다. 젊은 공무원을 비롯한 여러 젊은 직장인들은 재미와 공감을, 중년 이상 관리자들은 젊은 조직원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있는 단 한 권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