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의 눈물을 보았다
코끼리의 눈물을 보았다
  • 김준아 기자
  • 승인 2019.07.3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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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주나 – 세계여행]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여기, 주나>는 여행 일기 혹은 여행 기억을 나누고 싶은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의 세계 여행기이다. 여기(여행지)에 있는 주나(Juna)의 세계 여행 그 여섯 번째 이야기.

 

목욕을 시키기 전 진흙 마사지를 해 주었다. 병아리도 못 만지던 내가 코끼리와 친구가 되다니. 여행이 아니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나의 변화.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목욕을 시키기 전 진흙 마사지를 해 주었다. 병아리도 못 만지던 내가 코끼리와 친구가 되다니. 여행이 아니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나의 변화.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세계 여행이 왜 하고 싶었어?” 여행을 떠나기 전,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내가 정말 세계여행이 왜 하고 싶었을까? ‘왜 떠났느냐’는 질문에는 ‘하고 싶어서’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러면 왜 하고 싶었느냐’는 질문에는 할 말이 없었다. 그냥 정말 어느 날 세계지도를 보다가 문득 살면서 한 번쯤은 세계여행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떠났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왜 세계여행이 하고 싶었을까? 여행을 하면서 나의 생각과 마음에 집중하고,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며, 나를 알아가고 있다. 이것이 떠난 이유라고 한다면 하고 싶었던 혹은 해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이유를 알게 해 준 첫 번째 사건을 태국에서 만나게 된다.

한국에서 연극배우를 하며 제작 PD를 시작했다. 덕분에 다른 나라의 공연 문화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여행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방문하는 나라들의 유명한 공연 보기’ 다. 방콕에서도 역시나 공연을 보고 싶어서 알아보니 기네스북에도 오른 엄청난 규모의 유명한 공연이 있었다. 공연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나오는데 공연장에 일찍 도착하면 코끼리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평소에 동물을 무서워하지만 이것은 공연의 일부이기에 배우이자 제작자로서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서둘러서 공연장을 찾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바로 앞에서 보는 코끼리가 신기해서 사진을 찍은 후, 코끼리와 셀프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그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카메라로 코끼리의 눈물을 보았기 때문이다. 코끼리가 울고 있었다. 묘한 기분으로 공연을 보고 돌아왔다. 이후, 계속해서 코끼리의 눈물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코끼리와의 산책. 굉장히 덥고, 습하고, 모기도 많고, 험하다. 하지만 코끼리의 눈물을 본다면 망설일 수가 없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코끼리와의 산책. 굉장히 덥고, 습하고, 모기도 많고, 험하다. 하지만 코끼리의 눈물을 본다면 망설일 수가 없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코끼리를 위해 중국 어린이 친구와 함께 영양밥을 만들었다. 동물을 무서워하던 내가 지금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코끼리가 되었다.
코끼리를 위해 중국 어린이 친구와 함께 영양밥을 만들었다. 동물을 무서워하던 내가 지금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코끼리가 되었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얼마 후 치앙마이로 떠났다. 생각보다도 더 좋았던 치앙마이에서 멋진 시간을 보냈다. 마사지 스쿨뿐만 아니라 다양한 여행을 했다. 정말 가고 싶은 지역이 있었는데 혼자 가기엔 택시비가 부담이 되고, 대중교통은 없었다. 검색해 보니 걸어서 7시간이 걸렸다. 대책을 세웠다. 인터넷으로 여행자 무려 11명을 모아 벤을 빌렸다. 하루 종일 근교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요즘엔 인터넷으로 동행을 많이 구한다는 걸 그때 알게 되었다.

향신료를 싫어하던 나는 도대체 내가 향신료 중에 무엇을 싫어하는 지 궁금해서 태국 쿠킹 클래스를 듣기도 했다. 내가 싫어하는 건 레몬그라스였다. 그렇게 직접 만든 태국음식을 먹기도 하고, 그 곳에서 만난 친구와 메신저를 주고받기도 했다. 썽태우에서 만난 친구와 진짜 친구가 되기도 했고, 호스텔에서 만난 친구와는 언젠가는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기도 했다. 여러 체험을 하고, 친구도 사귀며 진짜 여행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치앙마이 대학교 호수를 걷고 있는데 앉아 있는 친구들이 너무 예뻐서 다가가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나도 너희 친구인 것처럼 같이 사진 찍어도 될까?"
치앙마이 대학교 호수를 걷고 있는데 앉아 있는 친구들이 너무 예뻐서 다가가 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나도 너희 친구인 것처럼 같이 사진 찍어도 될까?"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도이수텝에 가는 길에 탔던 썽태우에서 만난 친구와 진짜 친구가 되었다.
도이수텝에 가는 길에 탔던 썽태우에서 만난 친구와 진짜 친구가 되었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태국을 떠날 준비를 하면서 마지막 날은 무언가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갑자기 오게 된 태국에서, 진짜 여행자의 기분을 느낀 태국에서, 정이 너무 들어서 떠나기 싫은 태국에서, 마지막 날은 무엇을 하면 좋을까?

문뜩 공연장에서 만난 코끼리의 눈물이 생각났다. 또 현지 여행사를 지나치며 봤던 코끼리를 위한 봉사활동 체험 전단지가 떠올랐다. 여행사를 찾아가 코끼리 보호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코끼리 학대에 대해서 찾아보았다. 코끼리는 원래 등에 누군가가 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어릴 때부터 인간의 고문과 학대를 받으며 인간을 태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잔혹한 코끼리 훈련 사진을 보고 나니 코끼리를 만나러 가는 걸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자원봉사지만 비용을 지불해야했다. 지불하는 비용은 전부 코끼리의 구조와 먹이, 보호를 위해서 사용된다고 한다. 아침 일찍 투어 차량을 타고 약 한 시간을 달려 코끼리들이 살고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구조된 코끼리들이 치료와 보호를 받으며 지내고 있었다. 귀가 잘린 코끼리를 비롯해 아기 코끼리, 엄마 코끼리가 우리와 함께 했다. 먼저 코끼리가 가장 좋아한다는 바나나를 먹여주고, 코끼리의 건강을 위해 좋은 재료들로 직접 만든 먹이를 준다. 그리고 숲에서 함께 산책을 하고, 진흙 마사지를 해준 후에 호수에 들어가 목욕을 하는 시간을 가진다. 사실 조금 힘들었다. 굉장히 덥고, 물은 더럽고, 모기도 많고, 숲길은 험하다. 내 돈을 지불하고 왜 그런 고생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면 절대 그 프로그램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 이건 우리 생태계의 일부를 위한 일이다. 그리고 반성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여행으로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변하고 있다. 그러면 내 주변의 누군가도 변하겠지.
여행으로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변하고 있다. 그러면 내 주변의 누군가도 변하겠지.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인터넷으로 여행자 무려 11명을 모아서 벤을 빌려 하루종일 근교 여행을 다녀온 날 몬쨈에서.
인터넷으로 여행자 무려 11명을 모아서 벤을 빌려 하루종일 근교 여행을 다녀온 날 몬쨈에서.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봉사 참여자 중에 한국인이 나 밖에 없었다. 사실 나의 과거를 고백을 하자면 8년 전 호주에서 낙타를 탔던 적이 있다. 무지했다. 유명한 관광 프로그램 중 하나였고, 동물을 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직 모르는 거다. 이러한 문제를 알게 되고 주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알리기 위해서 여행을 하게 된 건 아닐까? 거창한 이유도 목적도 없이 떠난 나의 여행은 그 속에서 하나 둘 이유가 생기고 있다. 동물을 무서워하던 내가 동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 동물들을 위한 일들이 하고 싶어지다니. 여행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나의 변화. 물론 나는 알고 있다. 나의 여행으로 세상이 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학대를 당하는 코끼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하지만 내가 관심을 갖게 되면 내 주변의 누군가가 관심을 갖게 될 것이고, 그 누군가로 인해 또 다른 누군가도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적어도 이 글을 읽는 사람은 코끼리를 타지 않겠지. 그거면 충분하다.

여행으로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변하고 있다. 그러면 내 주변의 누군가도 변하겠지.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여행길이다.

 

김준아는...
- 연극배우
-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
- Instagram.com/juna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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