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문학동네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아침 그리고 저녁'은 현재 유럽을 넘어 전 세계에서 왕성하게 활동중인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가 2000년 발표한 소설로, 인간 존재의 반복되는 서사, 생의 시작과 끝을 독특한 문체에 압축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고독하고 황량한 피오르를 배경으로 요한네스라는 이름의 평범한 어부가 태어나고 또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과정을 꾸밈없이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이 짧은 소설은 작가 특유의 리듬과 침묵의 글쓰기를 통해 한 편의 아름다운 음악적 산문으로 읽힌다.

노르웨이 해안마을의 어느 살림집. 바지런한 산파의 움직임, 산모의 고통 어린 숨, 아버지의 기대와 걱정 속에 요한네스가 태어난다. 아내도 친구도 떠나보낸 노인 요한네스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하루를 시작한다. 눈에 들어오는 사물들, 풍경이, 모든 게 원래 그대로인데 어쩐지 전혀 달라 보인다마침표 없이 이어지고 쉼표로 침묵한 뒤 다음 문장으로 미끄러지듯 넘어가는 독특한 형식으로 죽음 속의 삶, 삶 속의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최근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는 욘 포세는 희곡을 통해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1994년 첫 희곡 '그리고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으리라' 발표 이후 지금까지 수십 편의 희곡을 전 세계 무대에 900회 이상 올렸고, ‘입센 다음으로 가장 많은 작품이 상연된 노르웨이 극작가’로서 현대 연극의 최전선을 이끌고 있으며, 언어가 아닌 언어 사이, 그 침묵과 공백의 공간을 파고드는 실험적 형식으로 ‘21세기 베케트’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군더더기를 극도로 배제한 미니멀한 구성, 리얼리즘과 부조리주의의 중간쯤 있는 반복 화법으로 매일의 생존투쟁에서 체념하고 절망하는 인간이 등장하는 비극들을 무대에서 선보여온 포세는 이 작품을 출간하고 나서 희곡보다 소설 쓰기에 좀더 집중할 것임을 선언했다. 이후 2014년 유럽 내 난민의 실상을 통해 인간의 가식과 이중적 면모를 비판한 작품 '트릴로지'가 문단 안팎의 좋은 평가를 받았고, 매년 그가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주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방대한 분량의 '또다른 이름-7부작'이 출간을 앞두고 있다. 작가의 역량은 장르를 불문하고 뻗어나가 희곡과 소설뿐만 아니라 시와 에세이, 어린이책까지 전 세계 40개 이상 언어로 번역되었다. 노르웨이 최고의 문학상인 브라게 명예상, 스웨덴 한림원 북유럽 문학상, 국제 입센상을 비롯 유수의 문학상으로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았고, 프랑스 공로 훈장에 이어 세인트 올라브 노르웨이 훈장을 수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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