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롤리나 셀라스 지음/ 오진영 옮김/ 문학동네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높은 곳에 오르면 저 멀리 보이는 곧은 선 하나. 지평선은 늘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우리는 과연 그곳에 닿을 수 있을까? 한눈에도 아름다운 이 그림책은 대답한다. 지평선은 아주 멀어 보이지만,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지 모른다고. 빌딩숲 사이에, 복잡한 인파 속에, 고요한 내 방 안에, 그리고 어쩌면 내 마음속에도. 지평선은 우리가 간절히 찾고 있는 무언가일 수도 있고, 우리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한 채 놓치고 있는 무언가일 수도 있다. 나에게는 지평선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책을 덮고 저마다의 답을 품는 순간, 이 그림책은 새로운 색을 입고 우리를 또다시 불러들인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화면을 곧게 가로지르는 선이 나타난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일상의 공간에서도, 모험과 탐험이 펼쳐지는 역동적인 공간에서도 어김없이 하나의 선을 찾을 수 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견되는 지평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지금껏 바라본 적 없는 방식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한없이 멀게만 여겨졌던 것이 나와의 거리를 좁혀 다가오고, 언제나 가까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무한한 곳으로 뻗어 나가는 광경. 이는 우리도 모르게 우리의 시선을 가두고 있던 벽을 서서히 무너뜨린다. 그렇게 우리의 지평은 조금 더 열리고 조금 더 넓어진다.

'어디에 있을까 지평선'은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는 그림을 대담한 구도와 사랑스러운 색채로 그려 내는 포르투갈 작가 카롤리나 셀라스의 첫 그림책이다. 이 책으로 작가는 2019년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으며, 2018년 글로벌 일러스트레이션 어워드에서 어너러리 멘션 상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상하이국제아동도서전과 나미콩쿠르의 파이널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한 사람이 감각하는 ‘공간’이란 무엇인지, 그 정의와 경계에 대해 고민해 온 작가의 공력이 첫 책에 고스란히 담긴 덕분이다. 

카롤리나 셀라스의 시선은 복잡한 도시와 울창한 숲, 탁 트인 바다와 좁다랗게 이어지는 동굴, 기차역이나 테니스장과 같은 일상적인 공간과 환상적인 우주 공간까지도 가뿐하게 오간다. 다양한 공간을 통과하며 나아가는 주인공의 여정은 독자로 하여금 인생이라는 또 하나의 거대한 여정을 떠올리게 한다. 장면 곳곳에 숨어 있는, 쫑긋한 귀를 가진 작고 푸른 동반자의 존재는 때로 막막함을 느낄 여행자들을 안심시켜 준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는 이 책을 "언젠가 끝날 것 같지만 쉽게 끝나지 않는 인생의 지평선에 대한 그림책"이라고 표현했다. 가슴 답답한 문제를 안고 있는 이라면 조금 멀찍이 떨어져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 볼 수 있다. 긴 기다림 끝에 바라던 것을 찾아내었던 기억을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책에 담긴 것은 외부의 풍경이지만, 우리가 다다르는 곳은 결국 우리의 내면인 셈이다. 김지은 평론가의 말처럼 '어디에 있을까 지평선'은 “어떤 철학책보다 가장 홀가분하고 침착한 선문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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