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본에 지지 않을 것"... 재계 극복 청사진 ‘모락모락’
"다시 일본에 지지 않을 것"... 재계 극복 청사진 ‘모락모락’
  • 김범석 기자
  • 승인 2019.08.07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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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경제전쟁 후폭풍

[위클리서울=김범석 기자]

새롭게 시작된 한일 경제전쟁은 과연 위기일까, 아니면 기회가 될까. 청와대를 비롯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재계에도 긴장감이 적지 않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선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움직임도 날로 거세지는 분위기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막가파식 조치로 시작된 이번 대결 국면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면전을 선포한 상태다. 일본은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대 한국 수출을 규제한 데 이어 최근엔 안보상 수출 우대국 지위인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결정을 내렸다. 재계에 불고 있는 ‘일본 극복’ 바람을 살펴봤다.

 

ⓒ위클리서울/ 사진=김용주 기자, 그래픽=이주리 기자
ⓒ위클리서울/ 사진=김용주 기자, 그래픽=이주리 기자

일본 정부의 도를 넘은 공세에 국내 기업들이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

재계 총수들은 잇따라 비상경영회의를 주재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아이디어와 전략 구상에 착수한 상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가장 발빠르게 움직였다. 이 부회장은 아베 총리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결정이 나온 직후 국내 한 사업장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대부분의 핵심 인사들이 함께한 가운데 이 부회장은 “긴장은 하되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고 분위기를 다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이 부회장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경제도발을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 한발 더 나아가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SK그룹도 비상 상황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그룹 컨트롤타워이자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비상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번 상황 타개를 진두지휘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흔들림 없이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자”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참석자들도 반도체 등 주요 관계사 사업에서 예상되는 타격과 대응책을 분석하고, 일본 수출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점검했다.

최 회장은 회의에서 SK그룹 만의 ‘위기극복 DNA’를 강조했다.
 

‘위기’를 ‘기회’로

재계를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도 정부의 극일 운동에 힘을 보탰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지난 7월 일본의 한국 소재 수출 규제와 관련 “지금은 기업들이 최선을 다해 대통령이 대처하도록 도와야 할 때”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일본 수출규제에 대해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했듯이 이번에도 어려움을 이겨낼 것”이란 메시지를 내놓은바 있다.

박 회장은 “입장차와 견해차가 있어도 지금 그것을 표명해 서로 비난하고 갑론을박할 때는 아닌 것 같다”면서 “지금은 차분하고 침착하게 뜻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대일본 영향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에 이어 정몽구 회장, 정의선 수석부회장으로 이어지면서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부품을 국산화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이다.

차기 성장모델인 수소차에서도 현대차그룹은 독자 기술을 강조해 왔다. 지난해 출시한 2세대 수소전기차 ‘넥쏘’의 경우 핵심부품을 독자기술로 확보했고, 연료전지전용부품 99%가 국산화다. 때문에 현대차그룹의 모델이 다른 기업들에게 좋은 사례가 될 것이란 분석도 뒤 따른다.

대체적으로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는 반도체 업계가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SK그룹에선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이 각각 반도체와 배터리에서 일본 규제의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도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 그룹 전자 계열사들이 일본의 공세에 방어막을 준비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비롯 전자 계열사의 전국 사업장을 직접 찾아 현장을 점검하는 중이다.

업계에선 일본산을 대체할 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아 단기적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핵심소재·부품의 국산화, 내재화 작업을 발빠르게 진행한다면 이번 기회를 새로운 도악의 발판으로 만들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적지 않다.

재계 관계자는 “한일간 경제전쟁이 절정으로 치달으면서 그룹만의 독자적인 대응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지혜를 모으는 정부와 민간의 노력이 함께 요구된다”고 말했다.
 

‘불매운동’ 확산 중

한편 이번 한일 경제전쟁에서 유니클로와 함께 직격탄을 맞는 곳은 롯데그룹이 될 전망이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40대 남성인 K씨는 “사실상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 생각한다”며 “롯데가 운영하는 세븐일레븐점을 비롯 롯데 상표가 붙은 술, 음료수, 과자 등을 모두 다른 회사 제품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시아버 공간에선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롯데그룹을 정조준하고 있다.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은 단돈 83엔을 들고 일본으로 건너가 롯데를 만들었고 이후 국내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신 명예회장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사업을 키웠다.

최근엔 한국 시장 매출 규모가 일본보다 훨씬 크다. 협력사 직원을 포함해 국내 20만 명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 납부액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롯데는 일본 불매운동 목록에 오른 유니클로, 무인양품, 아사히 등과 손잡으면서 일본 기업의 한국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라는 오명도 받고 있다. 불매 기업 1순위에 오른 유니클로 한국법인 FRN코리아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51%, 롯데쇼핑이 49%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무인양품 한국 합작법인 무인코리아도 일본 양품계획과 롯데상사가 지분을 각각 60%, 40% 보유하고 있다. 아사히맥주를 파는 롯데아사히주류도 일본 아사히그룹홀딩스가 50%, 롯데칠성음료가 50%씩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일본-롯데 합작기업이 한국에서 잘나가는 배경엔 국내 유통망을 장악한 롯데가 기여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더구나 롯데는 일본 전범기업으로 꼽히는 미쓰비시·미쓰이 등과 손잡고 사업을 벌이면서 수천억원 배당을 일본으로 보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번 사태를 불러일으킨 아베 총리와 돈독한 사이라는 점도, 불매운동을 맞아 다시 회자되고 있다.

2017년 롯데지주가 출범하면서 대부분 계열사를 자회사로 편입했지만, 롯데캐피탈·롯데건설·롯데물산 등 여전히 많은 계열사는 호텔롯데가 최대주주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19.07%)가 1대 주주, 2대 주주가 일본 광윤사(5.45%)인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롯데 지배구조의 한 축인 호텔롯데가 일본계 법인의 영향력 아래 있는 만큼 무늬만 한국 기업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롯데 불매운동은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롯데지주를 비롯해 롯데쇼핑·롯데하이마트 등 주요 계열사 주가가 줄줄이 추락하고 있다. 롯데쇼핑과 롯데칠성 주가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은 오히려 경제 강국으로 가기 위한 우리의 의지를 더 키워주는 자극제가 될 것”이라며 “남북 간 경제 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는다"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우리 기업들과 국민들에겐 그 어려움을 극복할 역량이 있다"고 말한바 있다. 한일 경제전쟁에서 대한민국이 어떤 힘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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