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윤 글/ 김슬기 그림/ 창비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2014년 동시 「소금」 외 4편으로 제6회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정지윤 시인의 첫 동시집 '어쩌면 정말 새일지도 몰라요'가 출간되었다. 시인은 오랜 수련 기간을 거쳐 능숙한 솜씨로 우리 주변의 정경을 섬세하고도 따뜻한 눈길로 톺아본다. 나뭇가지 위에 놓인 돌과 바닷가의 소금도 스스로 생명력을 키우는 힘이 있고, 흘러가는 뉴스와 문 앞에 놓인 짜장면 빈 그릇에도 사람의 마음을 데우는 온기가 스며 있음을 깨우칠 수 있다. 자연의 생기를 포착할 때의 뜻깊은 순간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연대의 소중함까지 느끼게 해 주는 동시집이다. 

'어쩌면 정말 새일지도 몰라요'는 정지윤 시인이 오랜 시간 동안 품어 온 이야기들을 엮은 첫 동시집이다. 시인은 안정적으로 시행을 이끄는 가운데 일상에서 쉽게 발견되는 시상을 다채롭게 포착하여 동시 읽는 기쁨을 선사한다. 동시집 안에서 자연은 그저 태어나고 주어지는 존재가 아니다. 지극히 가벼워지기까지 오랜 시간을 견뎌 낼 줄 알고(「민들레 작전」), 돌멩이 틈에 내려앉아 그 사이를 벌리며 꽃을 피워 내며(「틈」), 이미 생명 활동이 끊긴 부엌 싱크대에서도 기필코 생명을 틔우는(「틈」) 존재들이다.

시인은 사람의 기준으로 자연을 재해석하는 것을 경계한다. 스스로 생명력을 키우는 작은 존재들 앞에서 겸손해진다. 늘 변함없이 최선을 다하는 자연 아래, 시인은 하루하루의 변화를 겸허히 기록할 뿐이다. 나뭇가지 위에 조용히 놓여 있는 돌멩이로부터 새의 날갯짓을 짐작하는 시 「새라고 배운 돌」과 깊은 바다 속의 고래와 높은 하늘 위를 날아가는 학, 염전을 지키는 할아버지의 땀방울까지 가만히 느끼는 시 「소금」이 인상적인 이유다. 

동시집 '어쩌면 정말 새일지도 몰라요'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한 존재는 다른 존재와 언제나 연결되어 있다는 연대의 정서다. 봄철에 피어나는 꽃들은 마치 에스컬레이터를 타듯 행렬을 이루고(「봄의 에스컬레이터」), 커다란 산벚나무는 자신의 그늘 아래에서 싹을 틔운 단풍나무를 둥개둥개 어르며 키워 간다(「할머니 나무」). 어려운 단어를 쓰지 않고도 모든 존재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이 연결되어 있음을 자연스럽게 알려 주는 것 역시 이 동시집이 지닌 미덕이다. 이러한 정서는 뉴질랜드에서 날아온 어느 흥미로운 뉴스를 ‘나’의 삶에 연결함으로써 정서적 유대감을 확장하는 「인어 꼬리 옷」에서 대표적으로 드러난다. 두 다리를 잃었으나 인어를 꿈꾸는 아주머니의 용기가 휠체어 위에 앉은 아이에게 새로운 힘이 되어 주는 것이다.

'어쩌면 정말 새일지도 몰라요'가 품은 온기는 사람과 자연 사이의 교감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대로 확장된다. 이 동시집을 읽는 독자들은 평범한 일상을 섬세한 눈길로 다시 바라보며, 현상 속에 숨은 대상의 따뜻한 본질을 포착해 내는 법을 깨우칠 수 있을 것이다. 첫 시집에서 능숙한 솜씨를 보인 시인의 시 세계가 앞으로 어떻게 더욱 다채로워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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