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넌 메케나 슈미트, 조니 렌던 지음/ 허형은 옮김/ 문학동네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이 책은 그간 숱하게 들었던 작가들의 숭고하고 엄숙한 생애나 아름답고도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지극히 인간적이고 지질한, 때로는 광기 어린 작가들의 치정과 사생활을 낱낱이 추적함으로써, 예술가의 후광에 가려진 그들의 진짜 얼굴을 들여다보는 르포에 가깝다.

위대한 작가의 뒤에는 절대적이고 헌신적인 조력자인 연인들과, 그보다 배로 많은, 작가들을 지옥과 광기로 몰고 가 수많은 작품에 지대한 영감을 주었던 연인들이 있었다. 또한 작가 그 자신도 때로는 사랑에 목숨까지 바치는 열렬하고 충직한 연인이었는가 하면, 이따금은 대차게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비겁과 배신과 폭력의 화신이 되어 연인과 배우자들을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뜨렸다. 

헌신적이고 충실한 조력자였든, 지옥을 선사하며 영감을 불러일으켰든 간에, 문인들 곁에 그 수많은 연인들이 없었더라면 위대한 문인도, 그가 쓴 세기의 걸작도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은 톨스토이, 헤밍웨이, 바이런, 귀스타브 플로베르, 시몬 드 보부아르, 찰스 디킨스, 오스카 와일드, 버지니아 울프, 애거사 크리스티 등 세계문학의 거장 101명과 그 연인들의 삶과 사랑을 조명한다. 그러나 이 책은 단지 ‘이랬다더라 저랬다더라’ 하는 세계적인 문호들의 막연한 추문과 찌라시를 모아놓은 책은 아니다. 작가들의 장소과 생애사를 연구하던 두 여성 저널리스트는 작가들의 랜드마크에 직접 찾아갔다가 그들의 생과 작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연애와 결혼의 흔적과 증거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끝까지 파고들어간다. 그리고 ‘하느님, 맙소사!’라는 탄식이 절로 나오는 질투와 집착, 배신과 복수가 뒤엉킨 러브스토리 속에 세계적인 대문호들의 작품과 영혼을 만들어낸 퍼즐조각이 있음을 발견해낸다. 

이 책에 등장하는 101명의 문인은 문학에서는 거장이었으나, 사랑 앞에서는 여느 사람들처럼 누구에게라도 사랑받고 싶어 몸부림친 나약한 인간이었다. 매달리고 배신하고 복수하고 양다리 걸치고 망신당하며 사랑 앞에 눈물 흘렸다. 

이 책에는 흥미진진한 것을 뛰어넘어 어쩌면 조금은 끔찍하고 몸서리처지는 사랑 이야기가 가득하다. 작가들은 그들의 작품 밖에서 이토록 혀를 내두르게 하는 처절한 사랑을 하고 있었고, 그들이 몸으로 겪은 사랑과 이별은 그들의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인간의 밑바닥과 본성을 드러내는 재료가 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책장에 꽂혀 있는 세계문학전집과 고전들이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들도 우리와 하등 다를 바 없는 연약하고 못난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러나 이 모든 난장과 치정극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삶의 어느 순간에도 계속 썼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스카 와일드의 말처럼 “삶은 이다지도 끔찍한 것”이며 지나간 사랑과 세월은 무슨 짓을 해도 되돌릴 수 없는 것이지만, 그들을 거장으로 만든 것은 오직 이 하나의 생각과 신념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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