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폭 개각’ 문 열린 청사진

[위클리서울=김승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분위기 반전을 위해 ‘중폭 개각’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청와대는 최근 법무부 장관을 포함한 장관급 부처 7곳 안팎을 대상으로 개각을 단행했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 임명은 발표 전부터 정치권의 뜨거운 논란으로 떠올랐다. 반도체 전문가인 서울대 최기영 교수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발탁된 것도 눈길을 끈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은 조 전 수석 임명을 정조준하며 뜨거운 인사청문회를 예고하고 있다. 개각을 통해 본 청와대와 정치권 분위기를 살펴봤다.

 

ⓒ위클리서울/출처=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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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민심을 한달여 앞두고 청와대가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청와대는 이번 개각을 앞두고 박상기 법무부 장관, 유영민 과기부 장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을 교체 대상으로 거론했다.

박 장관 후임으로는 조 전 수석이 내정됐다. 과기부 장관은 유 장관의 유임이 예상됐지만, 막판에 최기영 교수 카드가 급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반도체 산업을 뒤흔들려는 일본의 경제보복을 고려한 인사라는 분석이다.

농식품부 장관으로는 김현수 전 농식품부 차관, 여가부 장관에는 이정옥(64) 대구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가 내정됐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내년 총선 출마를 이유로 교체 대상이었지만 이번에는 유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유임됐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임명으로 비어 있는 공정거래위원장에는 조성욱 서울대 교수, 사의를 표명한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후임으로는 각각 은성수 수출입은행장과 한상혁 법무법인 정세 대표변호사가 각각 낙점됐다. 이와 함께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의 후임으로 박삼득 전쟁기념사업회 회장이 발탁됐다.

조윤제 주미대사 후임으로 유력했던 문정인 특보는 고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외교관 출신의 북핵 6자 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정됐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 특보의 주미대사 내정설에 대해 “부적격을 넘어 극히 위험한 인사”라고 공세를 취한바 있다. 

또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에는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74)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이 내정됐다.

‘인사청문회’ 혈전 예고

이번 개각은 김연철 통일부·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지명됐던 3·8개각 이후 5개월 만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당초 중폭 이상의 개각이 예상됐지만 후임자 물색 난항 등으로 폭이 좁아졌다는 평가다.

한국당 등 보수 야당들은 조 전 수석을 집중 겨냥하는 분위기다. 황교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만과 독선의 결정판”이라며 “조 전 수석은 본연의 임무인 인사검증에 번번이 실패한 사람이다. 부적격 무자격 장관을 양산한 장본인으로 민간인 사찰과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까지 받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어 “이런 사람이 법무부 장관에 앉으면 대한민국 법치주의에 종언을 고하고 문재인 정권 좌파독재가 극에 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문 대통령의 조국 사랑을 재확인한 것 외에는 아무 의미도 찾을 수 없는 하나 마나 한 개각”이라며 “인사 참사의 주역을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시키고, 무책임을 날마다 입증하고 있는 외교·안보라인을 그대로 유임시키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전”이라고 폄하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 '7말 8초' 개각을 염두에 두고 인사 검증을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른바 '셀프 검증' 의혹을 피하기 위해 조 전 수석이 자리에서 물러난 기간 개각을 발표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개각은 또 내년 총선 출마자들을 위한 고민도 덧붙여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총선 출마 예정자들이 나가야할 시점이 왔고 이번 개각엔 그런 성격도 깔려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집권 3년 차 개각을 통한 국정 분위기 쇄신 성격도 강하다.

이와 함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최근 청와대에 김 전 실장을 이번 개각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김 전 실장을 대구경북 지역에 공천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역 장관이 내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선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물러나야 하기 때문에 연말 쯤 한 번 더 개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와 북한 미사일 발사 상황 등 산적한 외교·안보 현안들로 인해 강경화, 정경두 장관은 그대로 유임됐다.

올 정국의 하반기를 주도할 개각 이후 민심이 어떻게 드러날지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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