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형 지음/ 문학동네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2019년 이상문학상 수상작가 윤이형의 네번째 소설집 '작은마음동호회'가 출간되었다. 2015년 겨울부터 올해 6월까지 발표된 11편의 단편이 묶인 이 책에서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현실적인 윤이형 소설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자신의 가장 매력적인 두 장점, 즉 세계를 관찰하고 이해하는 명민한 통찰력과, 판타지와 SF를 넘나드는 한계 없는 상상력을 자유자재로 결합해 흥미롭고도 깊이 있는 소설을 완성하는 경지를 보여준다.

우리 사회를 조망하는 윤이형의 예리한 시선은 현실을 가득 채운 복잡미묘한 쟁점들을 관통한다. 일상에서 감내해야 하는 사적이지만 끈질긴 고민부터 약자와 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폭력의 문제까지, 작가는 지금 우리의 내면을 가장 뜨겁게 울리는 아우성에 귀기울여 정확하게 기록한다. 파고들수록 불편하고 혼란스러워 멈춰두고 싶었을 사유들을 끝까지 밀고 나간 동력은 무엇일까. 작가는 한때 함께했던 이들이 갈라서는 과정을 반복해서 지켜보며, 앞으로 시도될 새로운 연대가 더 멀리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묶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또 한번 변화한 윤이형 소설에서, 어느 누구도 타인에게 오롯이 이해받을 수 없다는 공통의 비극에서 출발한 갈등과 화해의 가능성이 다양한 인물들의 목소리로 변주된다.

윤이형은 이 소설집에서 완전무결하지 않은 우리의 ‘작은 마음’들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그것은 다른 이들에게는 당연하게 주어진 일상을 힘겹게 쟁취한 끝에, 자신이 갖지 못했던 그 삶이 실상은 별것 아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안도의 눈물을 흘리곤 하는 마음이다. 또는 가까이 지내던 이에게서 자신과 너무도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그것을 이해할 수 없어 답답해하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이다. 윤이형의 인물들이 처한 상황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그들의 고뇌하는 목소리는 어느덧 우리 자신의 것으로 들려온다.

여성과 남성, 퀴어와 비퀴어 등 소수에 대한 다수의 무지가 일으키는 갈등, 하물며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했던 이들마저 ‘연대의 자격’을 논하며 와해되는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윤이형의 인물들은 이 난관을 타개할 당위와 이상을 논하는 대신 그래서 얼마나 슬프고 아팠는지, 어떻게 절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그렇게 각자의 고통을 고백하고 공유해야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므로.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방황하며 답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렇다면 완벽하지 않은 지금 모습 그대로도 의미를 지닌다는 윤이형의 문장들은 상처 입은 우리에게 가장 적실한 위로를 건넨다.

'작은마음동호회'는 우리가 서로 멀어진 채 단절되지 않기를, 작지만 너무나 다른 무수한 마음들을 한곳으로 모아 새로운 대화를 시작할 수 있기를 바라며 쓰였다. 소설 속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모두 다르고, 이해받을 수 없는 고민들로 고통스러워하며 싸우기도 하지만, 서로를 알아가려는 노력을 그만두지 않는다면 우리의 서사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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