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주나 캐나다 살기-7회] 어바웃 캐나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여행은 살아 보는 거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광고 문구이다. 좋아하는 걸 실행하고자 무작정 캐나다로 왔다. 여기서 무엇을 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그저 로키 산맥에서 살아 보고, 오로라 보러 다녀오고, 나이아가라 폭포가 보이는 곳에서 일 해보고, 캐나다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다. 내 꿈은 소박하다. 캐나다에 도착한 순간 다 이룰 수 있는 꿈이 되었으니까. 꿈을 좇는 그 일곱 번째 이야기.

 

단 한순간의 경험으로 모든 계획이 바뀌는 나는 오늘도 여행길이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단 한순간의 경험으로 모든 계획이 바뀌는 나는 오늘도 여행길이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헬스케어

캐나다는 의료비가 전부 무료이다. 수술도 포함이다. 물론 조건이 있어야 하고, 주마다 적용 시기와 보험료가 다르다. 그 중 내가 살고 있는 알버타주는 보험료가 없고, 거주지와 워크 퍼밋(일을 할 수 있는 비자)을 가지고 있으면 신청 후 바로 적용이 된다. 보험료가 있는 온타리오주나 B.C주 같은 경우도 우리나라 건강 보험료와 금액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들었다. 물론 적용이 바로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거주한지 3개월 혹은 6개월 이상이 되어야 하고(주 마다 다르다), 그 주에서 일도 하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이 또한 주마다 법이 다르다). 물론 가족 구성원 중 한 명만 일을 해도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헬스케어를 발급 받으러 간 밴프에서. 다운타운에서 저렇게 멋진 로키산을 볼 수 있다니.
헬스케어를 발급 받으러 간 밴프에서. 다운타운에서 저렇게 멋진 록키산을 볼 수 있다니.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나는 우리나라만큼 건강 보험이 잘 되어 있는 나라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캐나다도 자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이 무척 큰 거 같다. 심지어 나처럼 1년만 머무는 비자를 가진 사람에게도 같은 혜택을 주니 말이다. 신청 방법도 굉장히 간단하다. 여권, 워크 퍼밋, 거주지 증명 서류를 들고 근처에 있는 레지스트리(Registry, 등록소)를 찾아가면 된다. 거주지 증명 서류는 은행에서 쉽게 발급받을 수 있다. 그렇게 방문해서 구비서류를 작성하고 등록하면 약 2주 후 우편물로 헬스케어 종이를 받아 볼 수 있다. 그 후 언제든지 그 종이 한 장이면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아프지 않는 게 가장 좋겠지만 작은 종이 한 장에 괜히 마음이 든든해진다. 물론 좋은 혜택만큼 불편한 점도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바로 전문의(내과, 산부인과, 안과, 심장과 등)를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진료소 같은 곳에 가서 의사를 만나면 그 의사의 판단 하에 전문의를 연결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약은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서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 역시 의료보험 제도는 한국이 최고인 것 같다.) 누군가는 굉장히 비합리적이고 도움이 안 된다고 하고, 누군가는 남용을 막는 방법이라고 한다. 각자의 상황 나름이고, 생각하기 나름인 듯하다.

 

새벽 5시 앰버 경보 문자를 받았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새벽 5시 앰버 경보 문자를 받았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앰버 경보

새벽 5시, 재난 문자가 울려 깜짝 놀라서 일어났다. 최근 이곳의 날씨가 이상했고, 알버타주에서 일주일 전 큰 산불도 있었기에 눈을 뜨자마자 본능적으로 커튼을 열어보고 문자를 확인했다. ‘앰버 경보’ 문자였다. 앰버 경보는 납치된 실종 어린이의 신상과 인상착의를 공개해 신고와 제보를 받는 시스템이다. 미국 여행을 할 때 받아 본 경험이 있어서 알고 있었다. 납치된 실종 어린이의 신상뿐만 아니라 당연히 용의자의 신상도 공개한다. 내가 받은 문자 내용은 새벽 1시 30분경 3명의 어린이가 납치되었는데 용의자는 그 아이들의 엄마라고 했다. 어떤 차종의 차를 타고, 어떻게 생긴 여자가 어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상세하게 알려 주었다. 그리고 아침에 다시 구글링을 해보니 7시 40분에 찾았다고 했다.

 

한여름에 함박눈이라니. 호주에서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겪은 일만큼이나 흥분이 되었다.
한여름에 함박눈이라니. 호주에서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겪은 일만큼이나 흥분이 되었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앰버 경보에서 ‘앰버’는 유괴되었다가 살해당하고 끝내 범인을 잡지 못한 사건의 어린이 이름이다. 그 후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앰버 경보라는 시스템이 구축되었고, 굉장히 많은 어린이들을 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납치범이 경보 문자를 받고 무서워서 납치한 아이를 풀어준 적도 있다고 한다. 아! 놀라운 사실은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어 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나는 단 한 번도 앰버 경보를 재난 문자로 받아 본 적이 없지만 말이다. 당연히 범죄자가 사라져야겠지만, 범죄자가 사라지게 만드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어바웃 캐나다.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캐나다.
어바웃 캐나다.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캐나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캐나다 날씨

캐나다는 나이아가라 폭포, 록키산, 오로라, 그리고 드라마 ‘도깨비’ 덕분에 유명해진 퀘백부터 ‘빨간머리 앤’의 섬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까지 굉장히 다양한 다른 매력을 가진 여행지들이 많은 나라이다. 공통점이라면, 바로 자연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을 여행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시기’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1년이나 있을 수 있으니까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캐나다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캐나다의 동부, 중부, 서부 어디든 여름이 여행하기엔 최적이라고 했다. 겨울도 겨울 나름의 매력이 있지만 그래도 여름을 따라올 수 없다고 했다. 도대체 어느 지역에 언제 가야 하는 거지? 그 ‘시기’가 너무나도 고민됐다.

 

자연을 여행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시기’라고 생각한다. 완벽한 시기에 도착한 로키산.
자연을 여행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시기’라고 생각한다. 완벽한 시기에 도착한 록키산.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그렇게 5월에 도착한 캐나다는 아직은 쌀쌀한 기운이 남아 있었다. 완연한 봄이라고 했는데 한국의 3월 초 기온과 비슷한 것 같았다. 언제쯤 진짜 봄이 오려나 싶었는데 6월이 되면서 갑자기 더워졌고 반팔을 입게 되었다. 덥다고 해서 한국처럼 습도가 높지는 않기에 정말 완벽한 날씨가 지속되었다. 그러던 6월 초 어느 날, 일어나서 커튼을 치고 너무 놀라 10초 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나 아직 잠에서 안 깼나? 이거 꿈인가?’ 세상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 분명히 어제 반팔을 입었었는데 말이다. 너무나 신이 났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시절,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겪은 일만큼이나 흥분이 되었다. 베란다로 나가 살짝 눈을 만지고,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그리고 서둘러 나갈 채비를 했다. 씻고 밥 먹고 준비하고 나가는데 까지 한 시간 쯤 걸렸을까? 베란다에 나갔을 때 찍어 놓은 사진이 아니었다면 정말 꿈을 꿨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거짓말처럼 눈의 흔적이 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제설작업 덕분인지 쨍쨍해진 하늘 덕분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냥 어제와 같은 맑은 날이었다. 원래 추운 게 너무 싫어서 여름이 지나면 무조건 캐나다에서 가장 따뜻한 동쪽으로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6월 초 내린 눈이 나의 마음을 바꿔 놓았다. 캐나다에 왔으니 제대로 캐나다의 겨울을 겪어봐야 하지 않겠어? 이렇게 단 한순간의 경험으로 모든 계획이 바뀌는 나는 오늘도 여행길이다.

 

김준아는...
- 연극배우
-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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