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주나 – 세계여행] 베트남 호치민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여기, 주나>는 여행 일기 혹은 여행 기억을 나누고 싶은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의 세계 여행기이다. 여기(여행지)에 있는 주나(Juna)의 세계 여행 그 여덟 번째 이야기.

 

베트남 전쟁 박물관. 내가 해외에서 가 본 박물관 중에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이다.
베트남 전쟁 박물관. 내가 해외에서 가 본 박물관 중에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이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베트남의 두 얼굴

첫 번째.

쌀국수를 먹기 위해 간 베트남 호치민. 때문에 사전 정보가 많지 않았다. 관심 있던 나라도 아니고, 궁금한 나라도 아니었다. 베트남에 도착한 당일, 태어나서 지금까지 본 오토바이보다 더 많은 오토바이를 보았다. 그게 첫 인상이었다. 그리고 쌀국수가 정말 맛있고 저렴했다. 그게 두 번째 인상이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하지만 하루 종일 먹기만 할 수는 없는 법. 점심과 저녁 식사 사이 식도락 여행이 아닌 호치민 여행을 해야 했다.

 

She implores them : “Don’t kill my father.” (소녀가 그들에게 사정했다. “아빠를 살려주세요.”)
She implores them : “Don’t kill my father.” (소녀가 그들에게 사정했다. “아빠를 살려주세요.”)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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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여행자이지만 베트남 전쟁박물관에서 그들의 역사를 알게 된 후, 기부금을 냈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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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마음이 아파 차마 담지 못한 사진들도 많다.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알리고 싶은 마음에 사진을 찍었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너무 마음이 아파 차마 담지 못한 사진들도 많다.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알리고 싶은 마음에 사진을 찍었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그렇게 어디를 가면 좋을까 찾다가 방문하게 된 베트남 전쟁 박물관. 전쟁 범죄를 고발하고 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일단 베트남 전쟁 박물관에서 어땠는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내가 해외에서 가본 박물관 중에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이다. 나에게 베트남 전쟁은 한국 영화 ‘님은 먼 곳에’ 배경이었고, 우리의 입장에서만 알고 있었다. 많은 한국군이 파병 보내졌고, 그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말이다. 우리나라처럼 가슴 아픈 역사를 가진 나라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우리나라의 많은 분들이 희생당한 전쟁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서 말하고 있는 박물관을 둘러보며 마음이 정말 많이 숙연해졌다. 너무 마음이 아파 차마 담지 못한 사진들도 많다.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알리고 싶은 마음에 사진을 찍었고, 차마 이곳에서 내가 나오는 인증사진은 찍을 수가 없었다. 그런 곳이었다. 한 사진의 설명은 이렇게 적혀 있었다. She implores them : “Don’t kill my father.”(소녀가 그들에게 사정했다. “아빠를 살려주세요.”)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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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뭐라고 월남전에 대해서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관심을 갖게 되고 공부를 하게 되면서 단순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생각하며 시작한 이번 여행이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내가 뭐라고 월남전에 대해서 감히 말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관심을 갖게 되고 공부를 하게 되면서 단순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생각하며 시작한 이번 여행이 조금은 달라질 수도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여행의 8할은 사람이다. 길에서 호치민 대학생들에게 인터뷰를 당했는데 아직도 종종 연락하는 친구들이 있다.
여행의 8할은 사람이다. 길에서 호치민 대학생들에게 인터뷰를 당했는데 아직도 종종 연락하는 친구들이 있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두 번째.

내가 아무리 가난한 여행자이지만 감동을 받거나 마음이 흔들리는 사건을 만나면 알아서 팁을 주게 된다. 베트남 전쟁박물관에서도 그들의 가슴 아픈 역사를 알게 된 후, 기부금을 냈다.

그런데 베트남을 떠나는 날 정말 화가 나는 사건을 겪게 되었다. 아침에 공항을 가야 하는데 짐이 너무 많아서 큰 마음먹고 ‘그랩’을 불렀다. 그랩은 동남아에서 사용하는 우버 시스템이다. 어플리케이션을 다운 받아 사용하면 되는데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이용 금액이 계산되고 승인을 하면 주변에 있는 차량이 온다. 요금은 미리 등록해 놓은 카드로 자동 계산해도 되고 이용 후 내리면서 현금으로 내도된다. 그리고 그랩 어플리케이션에는 차량 정보와 운전자 정보, 이용 후기까지 전부 나와 있기에 안전하다. 택시보다 훨씬 저렴한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렇게 그랩을 부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한 대 도착했다. 그랩을 불렀냐고 해서 맞다고 하며 타려고 보니 내가 부른 차랑 번호가 달랐다. 물어보니 자기 친구라고 했다. 조금 이상해서 계산기에 가격을 찍어 이 가격 맞냐고 확인을 했더니 맞다고 했다. 가격만 맞으면 되었기에 의심 없이 탑승했다. 처음 사용해 본 것도 아니고 베트남 택시가 워낙 사기 심하다고 해서 당연히 그랩을 이용한 거다.

 

Life is like a camera. Just focus on what’s important. 그래. 카메라로 보는 아름다운 것만 기억하자. 비록 사기를 당한 호치민 이어도 말이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Life is like a camera. Just focus on what’s important. 그래. 카메라로 보는 아름다운 것만 기억하자. 비록 사기를 당한 호치민 이어도 말이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공항으로 가는 길에 “어디서 왔냐, 이제 어디로 가냐” 대화도 나누고 마지막으로 베트남 커피 마시고 싶으면 말하라고 카페도 들려준다고 했다. 영어로 대화가 가능한 기사님이었다. 공항에 도착했고 나는 기분 좋게 거스름돈을 받지 않을 생각으로 돈을 꺼냈다. 그런데 갑자기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척하면서 고개를 젓는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상황이지? 응? 내가 잘못 줬나??’ (베트남 화폐단위가 무척 어렵다.) 돈을 주는데 자꾸 안 받고 그게 아니라며 고개만 젓는다. 뭘 원하는 거냐 말을 하라고 해도 “택시, 택시” 라고만 한다.

그래서 내가 출발 전에 찍어서 확인했던 핸드폰 계산기에 남아있는 가격을 보여줬더니 내 핸드폰을 가져가서 그것보다 3배도 더 넘는 가격을 찍는 거다. “뭐라고???” 내가 아까 가격 확인하지 않았냐고 하는데 계속 못 알아듣는 척 “택시, 택시” 라고만 말 한다.

못 알아듣는 척이라도 안 했으면 덜 화가 났을 텐데 입을 꾹 다문 채 문도 열어주지 않는 상황이 너무 화가 났다. 분명히 먼저 계속 말 시키고 나보다 영어 잘하면서 갑자기 어눌한 발음으로 끝까지 “택시, 택시….” 돈을 더 못 준다고 하고 내리면 트렁크에 있는 내 짐을 들고 도망을 가거나 날 태우고 이상한 곳에 갈까 봐 일단 흥정을 했다. 그 와중에 흥정을 했다. 하, 그 돈이면 내가 제일 맛있게 먹은 분짜 7그릇을 사 먹을 수 있는 돈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만약에 호치민에 다시 간다면 아마 이 에그 커피가 그리워서 일 거다. 카페인을 싫어 하는 나를 1일 3커피 하게 만든 호치민.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내가 만약에 호치민에 다시 간다면 아마 이 에그 커피가 그리워서 일 거다. 카페인을 싫어 하는 나를 1일 3커피 하게 만든 호치민.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버스비보다 6배 비싼 것도 고민하다가 탄 건데 버스비보다 20배 가까이 더 달라고 하는 거다. 흥정을 하니 정말 어이가 없게도 본인이 인심을 써서 깎아 준다는 식으로 표현하길래 일단 내 짐을 내리라고 했다. 알아듣는다. 아 정말 화가 났다. 그런데 또 공항 출입구도 아닌 길 한복판에 차를 세워주었다. 진짜 그 돈 다 주면 너무 열 받을 거 같은데 내가 처음 타기로 한 금액만 주면 쫓아올 거 같아서 3배 넘게 부르던 거 2배 정도만 주고 더 이상 못 준다고 했다. 그랬더니 욕을 하면서 갔다. 베트남어는 모르지만 욕의 뉘앙스는 세계적으로 같으니 그건 필시 욕이 맞다. 그렇게 사기꾼 아저씨 덕분에 베트남에 대한 이미지가 바닥으로 떨어진 채 베트남을 떠나게 되었다.

여행의 8할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호치민은 사람과 관련된 역사 때문에 마음이 갔고, 사람과 관련된 사기 때문에 마음이 멀어졌다. 결국 호치민에 대한 마음은 제자리. 머무는 내내 좋았는데 하필이면 마지막 날 겪은 사기 때문에 앞으로 재방문을 하게 될 지 잘 모르겠다. 정말 큰 교훈을 얻었다. 우리나라를 방문 한 외국인들에게 친절하자. 그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방문한 여행지에서 부당한 일을 겪지 않도록 하자. ‘나’라는 개인이 ‘너’라는 상대방의 한 번 뿐인 시간을 어떻게 만들어 주는지에 따라 ‘우리(대한민국)’의 인상이 달라질 테니까 말이다. 이렇게 새로운 사건 속에서 새로운 마음가짐을 하는 나는 오늘도 여행길이다.

 

김준아는...
- 연극배우
-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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