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이수, 전우태 지음/ 김영사

제공=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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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그림 영재’, ‘천재 화가’로 대중에게 존재를 알린 전이수 작가는 정작 ‘영재’라는 타이틀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저 계절마다 다채롭게 옷을 갈아입는 자연과 동물에 흥미를 느끼고, 그 속에서 형제들과 열심히 뛰어노는 게 좋다. 전이수 작가의 매력은 솔직함에서 온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왜곡하거나 억지로 꾸미지 않는다. 그것은 작품에서도 드러나는데 다리가 없는 곰이 땅에 앉아 다리를 이어 그리고 있는 <최고의 소원>, 앞이 보이지 않는 아들의 가는 길을 멀리서 지켜보는 엄마의 애틋한 마음을 담은 <엄마와 아들>, 사자와 사슴의 교감을 그린 <사랑>, 웅크린 채로 슬퍼하는 소년을 위로하는 강아지의 모습을 담은 <위로> 등 대부분의 작품이 곁을 지키는 존재의 소중함에 대해 그리고 있다. 

그저 바라봐 주기만 해도,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됨을 열두 살 어린 예술가는 알고 있었다. 순수한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작고 약한 것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고집과 아집, 상처로 가득한 사람들의 마음의 벽을 허문다. 전이수 작가의 세계에서는 ‘경쟁’, ‘욕심’, ‘배고픔’이라는 단어가 없다. 모두가 하나이기에 슬퍼하는 이가 없도록, 배곯는 이가 없도록 위로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두 팔을 벌려 안아준다. 사슴도, 노숙자도, 바람도, 나무도, 돌하르방도 모두 존재의 이유가 있고 위로받아야 할 존재이며 우리는 모두 점수로 매길 수 없는 가치 있는 것들임을 꾹꾹 눌러 쓴 글을 통해 알려주고 있다.

여덟 살, 첫 책을 시작으로 최근 '나의 가족, 사랑하나요?'까지 총 다섯 권의 그림책을 발표하며 가족에 대한 사랑과 자연의 경이로움, 특히 엄마에 대한 각별한 사랑을 솔직하고 아름답게 그린 전이수 작가는 이번 책에서 더 넓은 감정의 확장을 보여준다. 열두 살 소년의 가장 큰 세계인 가족 안에서 느낀 편안함과 따뜻함, 사랑받고 있다는 충만한 감정을 지치고 상처받은 존재들에게 아낌없이 전한다. ‘모두는 하나’이기에 자신이 느끼는 행복을 다른 사람도 느끼길 바란다는 말이 꽤 긴 여운을 준다.비록 세련되고 그럴싸한 것들은 아니지만 그가 전하는 휴식 같은 위로는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다. 이 책에는 열두 살 소년의 일상이 담겨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오일장에서 만난 할머니, 유정이를 위해 덩치 큰 삼촌에게 용기 있게 맞선 동생 우태, 항상 기다려주고 잘 들어주는 엄마,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 주시는 할아버지 등 아름다운 사람들을 통해서 ‘마음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사랑이 그 안에 있었음을, 그렇기에 행복과 사랑이 매일매일 우리 곁에 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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